
=내가 내게 헛웃음을 지으며=
내가 내 손으로
내가 내 방문을 열고
내가 내 방을 나가려다
내가 내 손으로 여는 문에
내가 내 무릎을 부딪친 순간
내가 내게 아파하며
내가 내게 비명을 지르고
내가 내게 지르는 내 소리에
내가 내게 놀라고
내가 내게 실망을 하며
내가 내게 헛웃음을 짓는다.
조금 전 무심코 방문을 열고 나가려다, 방문에 무릎을 부딪친 짧은 순간, 나도 모르게 악! 하고 비명을 지르고 아파하며 했던 생각들을 농을 삼아 써놓고 보니 씁쓸하기만 하다.
늙고 기운 떨어지니 일어난 것으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지만, 어느새 이런 내가 돼버린 나에게 헛웃음만 난다.
부정부패 없는 참 맑은 세상을 위하여
2017년 12월 24일 섬진강에서 무초(無草) 박혜범(朴慧梵) 씀
사진설명 : 겨울비가 내리고 있는 섬진강 인문학교 전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