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가 일명 '박정희 기념사업'에 적게는 몇 십억, 많게는 몇 백억까지 투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정치적 측면으로만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독재자에 해당하는데, 선진국을 지향하는 국가에서
그것도 공공기관이 독재자를 기념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문제는..
구미시가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데에 소요되는 예산 및 회의록 등을 공개하고 있지 않아서 구미참여연대가 지난
5월에 구미시를 상대로 해당 사업의 회의록 및 예산내역을 공개할 것을 청구했는데요.
당연히 구미시는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했습니다.
구미시가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하면서 내세운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확정되지 않은 정보를 사실로 오해할 소지가 있어 업무 수행이 곤란하게 될 우려가 있다"
위 근거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 9조 제 1항 제 5호'에 해당하는 근거입니다.
즉, '공개될 경우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로서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한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 것입니다.
아마도 다음 시나리오는 정보공개청구를 거부당한 구미참여연대가 구미시를 상대로 이의신청을 거쳐서
행정소송, 즉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미시가 정보공개거부로 내세운 위 근거...
과연 적법한 거부일지 위법한 거부일지 검토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1.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 9조 제 1항 제 5호'의 내용 및 성격
구미시가 '박정희 기념사업'과 관련된 회의록 및 예산내역의 정보공개를 거부한 근거조항입니다.
해당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5.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다만,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을 이유로 비공개할 경우에는 의사결정 과정 및 내부검토 과정이 종료되면 제10조에 따른 청구인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
앞에 감사 감독 등 열거한 항목들이 보이는데요.
구미시가 추진하는 '박정희 기념사업'이 위 항목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구미시의 정보공개거부가 위법한게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대법원은 위 열거항목에 대해 예시적인 열거항목으로 보기 때문에 '박정희 기념사업'같은 지자체의 추진사업
역시 위 조항의 성격에 맞으면 포섭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외형적으로만 본다면 '박정희 기념사업'은 아직 추진중인 사업이므로 내부검토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어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할 여지도 있습니다.
2. 구미시가 내세운 정보공개거부의 사유가 위의 동 조항에 포섭되는지 여부
외형적으로 볼 때 구미시가 내세운 정보공개거부의 사유가 위의 동 조항에 포섭이 되니, 구미시의 정보공개거부는 적법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아직 한 단계가 더 남았습니다.
바로 '업무의 공정한 수행으로부터의 이익'과 '국민의 알 권리 및 국정운영의 투명성'과의 비교형량입니다.
우리 대법원 판례는...
위 두 이익간의 비교형량에 따라 정보공개거부사유가 위의 동 조항에 포섭되는지를 판단합니다.
따라서 국민의 알 권리 및 국정운영의 투명성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비로소 해당 기관의 정보공개거부처분이
적법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제의 사안인 '박정희 기념사업'의 경우는 어떨까요?
회의록이야 그렇다 치고..
예산내역의 경우, 예산은 구미시민이 내는 세금이죠.
따라서 구미시민은 구미시가 예산을 어떻게 운용하는지에 대한 알 권리를 일반적으로 인정받습니다.
정부가 예산을 운용하는 경우라면 모르겠으나..
지자체가 예산을 운용하는 경우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 9조 제 1항'에 열거된 1호부터 8호까지의
사유에 해당할 만한 예산집행내용이 잘 없습니다.
아, 6호나 8호의 경우는 인정되는 경우가 있겠네요.
그러나 국방이나 경찰 및 기타 중대한 사업 등은 정부가 하지 지자체가 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죠.
따라서 지자체가 집행하는 예산내역이 1, 2, 3, 4, 5, 7호에 해당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이렇게 예산운용에 대한 알 권리가 인정되면...
기본적으로 '예산운용의 투명성'은 당연히 인정되어 그 중요성이 더해집니다.
이러한 알 권리 및 투명성을 배제하고서라도 업무의 공정한 수행을 위해 예산내역을 공개하지 말아야 할
지자체의 사업이 과연 있기는 할까요?
보통 '업무의 공정한 수행'은 공익을 위해 보호되는 이익입니다.
만약 이러한 이익이 알 권리 및 투명성을 배제할 만큼 중요하다면, 행정기관이 이를 입증해야 합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소송에서 입증책임을 행정기관에 두고있기 때문이죠.
보통 소송에서 원고가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정보공개의 경우는 좀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그런데...
'박정희 기념사업'이 과연 공익과 얼마나 부합하며, '박정희 기념사업'에 따른 이익이 과연 구미시민의 알 권리와
예산운용의 투명성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건 상식이 아닐까요?
장담컨대..
본안에서 이러한 비교형량에 들어갈 경우, 구미시민의 알 권리 및 예산운용의 투명성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99%라고 봅니다.
즉, 구미시의 정보공개거부처분은 위법한 처분이며, 따라서 소송제기 시 구미시가 패소할 가능성이 압도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어느 선진국을 보아도..
독재자를 기념함으로써 얻는 공익을 크게 평가하는 선진국가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이익이 시민의 알 권리 및 예산운용의 투명성을 이기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구미시의 '박정희 기념사업'과 관련된 회의록 및 예산내역의 정보공개에 대한 거부처분은 위법한 처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