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이 경희대 정치학과 교수(왼쪽)와 정태근 전 새누리당 의원이 대담하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보수정권 10년. 2007년 대선을 기점으로 과반이 넘는 국민의 지지를 받고 출발한 2대에 걸친 보수정권의 현주소는 초라하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의 대상이 됐고, 새누리당은 분당 초읽기에 들어갔다. 보수정권 10년 동안 한국 정치에서 명분, 가치, 책임 등의 단어는 실종됐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학과 교수와 정태근 전 새누리당 의원이 보수정권 10년 동안 무너진 한국 정치를 진단하고 앞날을 전망해봤다. 윤 교수는 보수·진보와 지역주의라는 정치틀이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하나의 원인이었다고 진단하며 “새로운 가치 지향점을 제시하는 정치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8대 국회에서 쇄신파로 활동했던 정태근 전 새누리당 의원(탈당)은 박근혜 정부에서 새누리당은 “과거 공화당이나 민정당만도 못했다”면서 새누리당을 비롯한 정치세력들은 이념적 위상을 다시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이 “일단 구분을 하고 넘어갈 게 있다. 한국 사회에서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은 있지만 보수가치와 진보가치가 없다고 본다. 정보사회로 변화하는 시기에 보수정권은 실패했다. 그러나 보수정권 10년 실패의 대안이 곧 진보정권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 답은 진보·보수라는 틀 안에서는 찾을 수 없다고 본다. 보수·진보는 더 이상 한국 사회의 가치 지향점을 끌고 갈 수 없다. 새로운 가치 지향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봤을 때 정 의원님이 말한 대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10년은 중요한 시기였다.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정보화 사회로의 변화가 일반시민들의 일상으로까지 본격화됐던 시기였다. 그러나 두 정부는 이러한 변화를 사회 변동이라는 차원에서 이해하지 못했다.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뀐 것인데도 여전히 구시대적인 산업사회 패러다임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정책들을 만들었다. 그 결과 지난 10년 동안 사회 양극화와 지역갈등·이념갈등·계층갈등 등이 심해지는 등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탄핵’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현주소가 보수정권 10년의 결과인 셈인데, 이런 정부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나.
윤성이 “사실 유권자들은 박근혜 후보가 이럴 것이라고 잘 알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치에서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구도다. 그 다음에 상징적인 공약들을 누가 먼저 잘 잡아내느냐다. 구도적으로 새누리당은 영남과 보수세력을 기반으로 한다. 새누리당은 다수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기 때문에 당연히 유리하다. 나아가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진보적 캐치프레이즈마저 박근혜 후보가 선점했다. 박근혜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말에는 공감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봤을 때 한국 정치는 선택지가 굉장히 제한돼 있다. 차악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중도를 끌고 갈 만큼의 새로운 정치의 모습이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서 보였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다. 그 결과 유권자들은 여전히 보수·진보와 지역구도의 틀 속에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깨뜨릴 만한 동기부여를 정치권에서 해주지 못했다.”
보수 정치세력은 ‘보수-진보’의 틀 안에서 ‘박정희 신화’ ‘북한의 위협’에 기대어 왔다. 보수의 이런 정치가 이제는 종식될 것이라 보는가.
정태근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집권을 위해서는 능동적으로 변화했다. 1991년 3당 합당은 민주화에 기여한 자유주의 세력들을 합류시킨 것이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이회창 당시 감사원장을 총리로 임명한 것은 정치 불신이 쌓이자 도덕성을 강조하려는 것이었다. 2000년에는 운동권을 대거 영입하고 민정계에 공천을 주지 않았다. 2004년에는 당사를 팔고 천막당사를 운영했다. 2008년에는 쇄신파가 새 역할을 했다. 2012년에는 경제민주화를 끌고 왔다. 집권하는 과정에서는 집권을 위한 능동적 변화를 해온 것이다. 그러나 집권 후에는 산업화시대 방식인 이념적 대립을 고수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개발독재시대의 통치방식만 가져왔다. 새누리당의 가장 큰 문제는 집권을 위해서는 능동적인데 집권하고 나면 퇴행한다는 것이다. 그게 반복되다가 이제 완전히 망가졌다. 그 기능조차 못하게 된 것이다. 박근혜 집권 하에 새누리당은 과거 공화당이나 민정당만도 못하다. 민정당은 1987년 6월항쟁이 벌어지자 당내에서 직선제 수용에 대해 심각한 논쟁이 있었다. 지금 박근혜 정부 하에서 정책 등으로 심각하게 논쟁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윤성이 “정치적 책임성은 수직적 책임성과 수평적 책임성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수직적 책임성은 선거를 통해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러나 진영논리와 지역주의가 강고한 상황에서는 선거를 통해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된다. 유권자가 책임을 묻지 않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책임을 지는 모습은 당연히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유권자가 정치인에게 책임을 묻도록 만들 것이냐가 관건이다. 외국은 의정활동 자체에 대해서 상세히 공개를 하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전달을 한다. 개별 의원들이 얼마만큼 활동을 열심히 했는지를 알 수 있는 의정활동 분석 자료들이 유권자들에게 굉장히 많이 전달된다. 그러한 것들이 국회의원들의 책임을 묻는 근거자료로 사용된다. 그러나 그런 것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수직적 책임성은 굉장히 약하게 무너진다. 수평적 책임성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수평적 책임성을 담보하는 장치가 없어서 나타난 문제다. 감사원, 국회 등이 수평적 책임성을 담보하는 견제와 감시의 기능을 했어야 하는데 하지 못했다. 수평적 책임성을 어떻게 담보해낼 것인가에 대한 제도적 디자인이 필요하다.”
정태근 “정치세력의 이념적 위상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고 본다. 12월 27일 비박을 중심으로 탈당파들이 대거 생겨날 텐데, 이를 기점으로 이제 다양한 스펙트럼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은 2018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상당 정도 세가 위축될 것이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다. 21대 총선에서 지금의 정당들도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다. 지역구도는 급격히 해체되지는 않을 텐데, 전체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가 준 실망감은 이제까지 우리가 지역구도를 갖고 투표했던 것들이 환상이었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것이다. 새롭게 만들어질 정당도 정책을 구현함에 있어서 지지자들만 쳐다보면서 정책을 만드는 게 아니라 국민 전체를 놓고 정책을 만드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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