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우병우 민정수석비서관의 비리 의혹 ‘보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관련 보도가 일부 언론사의 불순한 의도와 관련이 있으며, 그 출발점은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의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를 청와대 측이 거절한 데 따른 보복이라는 식의 음모론(陰謀論)이다. 청와대가 최고 권력기관인 만큼 사실관계를 어느 언론사 못지않게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고, 그런 토대에서 나름의 반론을 펼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 관계자’ 명의로 잇달아 내놓은 주장은 그 내용과 형식 두 측면에서 모두 정도(正道)와 거리가 멀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송 전 주필이 지난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게 대우조선해양 고위층의 연임을 부탁하는 로비를 해왔다”고 밝히고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송 전 주필의 오랜 유착 관계가 드러났다. 조선일보가 왜 그렇게 집요하게 우 수석 사퇴를 요구했는지 이제 납득이 가는 것 같다”고 자의적 해석까지 덧붙였다.
지난 21일에도 청와대 관계자는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의 우병우 죽이기”라면서 “그 본질은 집권 후반기의 대통령과 정권을 흔들어 식물정부를 만들겠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주장은) 권력과 부패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원초적 역할까지 외면한 독선적 궤변이고, 사실관계는 물론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우 수석 의혹은 조선일보가 처음 보도했지만, 거의 모든 언론이 추가 취재에 나서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냈다. 청와대 주장이 맞으려면 송 전 주필이 조선일보사는 물론 다른 언론사까지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결코 가능하지도 않다.
청와대가 익명으로 이런 중대한 주장을 하는 것도 문제다. 심각한 부패 사건으로 본다면 당당히 공개하고 수사를 의뢰하는 것이 정도다. ‘익명’이 불가피하다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백그라운드 브리핑 형식이라도 취해야 한다. 그런데 국가기간통신사를 통해 ‘언론 플레이’를 하는 행태로 비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야권에서 정치공작이라고까지 주장할 빌미를 주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언론인의 비리 의혹도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의법 처벌도 당연하다. 그러나 청와대가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음모’의 형식을 취하는 것은 아닌지부터 돌아보기 바란다.
( 문화일보, 오늘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