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 특목고 폐지 여부, 대학입시 수시 입학의 확대 여부 등의 문제와 관련해서 의미없는 토론과 유언비어만 난무할 뿐 아무도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점이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특히 문제의 본질도 모르면서 수시 입학을 비리 온상의 주범인양 떠드는 이들을 보면 잘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는 충고를 하고 싶다.
수시의 근간은 학교 내신성적이다. 흔히 내신성적이 깡패라는 얘기는 최근에 고등학교를 다녀본 이들은 다 들어봤을 것이다. 물론 학종에서 공정하지 못한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외부 스팩도 내신성적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 모두 솔직해지자
문제는 누구나 목표로 하는 상위권 대학들의 고루한 사고방식의 문제이다. 즉, 자기들 대학에 들어오려면 최소한 특목고에서 내신 1-2등급은 맞아야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는 그 낡은 사고가 문제라는 것이다. 일반고 학생들은 그냥 돌대가리라서 볼 필요도 없는데 그래도 요식행위로 전교 1등 정도는 뽑아준다라는 썩어빠진 의식이 우리나라 교육 전체를 황폐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강남 8학군은 예외적으로 대우를 받는다. 사회 지도층 인사의 자녀들이 많이 있을테니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시입학을 확대한다고 하니, 열등 학생으로 낙인찍인 일반고 출신들은 더더욱 대학입학의 길이 좁아지는 것이다. 상황이 이럴 진데 정부에서는 특목고, 대학 등의 이해당사자들의 눈치만 보고 있지 잘못된 교육의 현실을 바로 잡으려는 의지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데 이를 마치 실타래 풀어내는 것처럼 어렵다고 엄살을 떨며 억지로 외면하고 있다.
우선 수시에서 학종은 내신으로 대체하고 비리의 온상인 교내 대회의 배점은 없애야 한다. 주특기가 있다면 공신력있는 국제대회 (수학 올림피아드 등) 이나 국가가 주최하거나 누구나 인정하는 공신력 있는 대회의 입상자들에 한해서 가점을 주면 된다. 수시입학을 하려면 내신성적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게 하면 된다.
그리고 내신은 과감하게 전교석차를 폐지하고 등급제 (1, 2, 3.. 등급)로 대체해야 한다. 즉, 대학에서 특목고 출신들은 전교석차를 보지 않고 등급제로 평가하는데 반해 일반고 출신들은 전교 1등 아니면 상대하려 하지 않는 낡은 행태를 바로잡으려면 등급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에서 온갖 꼼수를 통해 특목고 출신을 선발하는 방식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은 합격생들의 출신 고등학교를 공지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냥 앉아서 모범생이라고 공인된 특목고 출신들만 넙죽 받아먹는 낡은 선발전형 행태를 벗어나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