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와 증거에 부합하는 합리적 탄핵판결 

1.법리의 중요성  

헌법재판소 탄핵재판이 종착역에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그 동안의 재판내용을 기초로 하여평의 및 평결을 거치고 결정문 원안을 작성해 3월 13일이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에 대한 최종선고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탄핵사건은 1948년 대한민국 헌법제정이후 두 번째 발생한 것으로, 과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과 달리 그 쟁점이 다양해, 헌법과 관련 법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올바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사안이다.

법치주의(法治主義)에서는 법리(法理)구성 즉, 합리적(合理的)인 해석(解釋)이중요하다. 탄핵관련법률은 매우 간단하게 기술이 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쟁점에 간단한 법률을 적용해 결론을 도출하려면, 合理的 法理構成이 우선되어야 한다.

보편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합리적인 설명을 수용하기 때문에, 법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합리성'이매우 중요하다. 사법기관이 법률을 합리적으로 해석해 판결을 해야 보편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사법기관의결정을 존중하게 된다.

2.합리적인 판결은 혼란을 막는 최선의 방법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탄핵찬성과 탄핵반대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보편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수긍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릴 경우 대한민국은 매우 위험한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서양의 합리성을 동양에서는 경우(境遇)라고 한다. 사리나 도리에 맞을 때 경우에맞는다고 하는데, 모든 일을 경우에 맞게 처리하면 뒤탈이 없다. 따라서헌법재판소는 탄핵사건의 결정 후 사회적인 혼란을 차단하기 위해 경우에 맞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

여론의 향방에 따라 결정하는 재판은 법치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여론의 동향에 관계없이 법리와 증거에 근거해 결정을 내리면, 반대의견을가졌던 사람들도 승복할 수 밖에 없다. 반대할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합리적인 판결이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국가혼란을 차단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3.탄핵관련 헌법문구의 문제점

헌법 제65조는 국회는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있지만, 헌법에는형법 등과 달리 헌법의 규정을 위반했을 때 처벌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헌법을 위반하게 되는 경우는 헌법이 부과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발생하게 된다. 대통령의 경우에는 두 가지 의무가 있는데 헌법 제 66조에 규정된『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책무'』와『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가 이에 해당된다.

헌법 제69조의 대통령의 선서도 “대통령으로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며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하겠다”는 것을 언급하는 것으로, 선언은 의무와는 그 의미가 다르다고 보아야하며 의무로 본다고 하여도 ‘성실’의 의미가 너무 추상적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이를 근거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대통령과 달리, 헌법은국무총리, 국무위원, 감사원, 법원, 헌법재판소의 구성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헌법적인 의무를 부과하고있지 않다. 그러나 헌법은 이들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헌법위반으로 탄핵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있다. 헌법상 의무가 없어 헌법위반이 적용될 여지가 없는데도동일한 원칙을 적용하고 있어 '문구표현'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 탄핵의 요건으로 '헌법위배'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대한민국 헌법도입 당시 탄핵에 대한 경험이 없는 법학자들이 깊은 생각 없이 '헌법위배'라는 용어를 첨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4.헌법상 의무규정으로는 탄핵불가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의무규정은 매우 모호하고 추상적이기 때문에사실상 적용이 불가능하다. 이 규정을 해석하는 사람의 자의성이 개입될 여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추상적인 의무위반을 이유로 탄핵을 할 수 있다면, 국회가 언제든지구실을 붙여 대통령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즉, 명확성(明確性)의 원칙(原則)에 반하는결과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탄핵은 대통령을 그 직에서 면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기능 자체를정지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공무원을 징계하듯이 징계할 수 없는 사안이다.

우리나라 헌법에 영향을 미친 미국연방헌법 제2조 제4항은 “미합중국의 대통령, 부통령및 모든 공직자는 반역, 수뢰나 기타 중죄에 대한 '탄핵' 및 '유죄선고'로 공직에서 면직된다.”규정하고 있다. 즉, 미국헌법은 '헌법위배'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형법상 수뢰죄 등 중죄에 해당되어야탄핵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탄핵을 결정하는 미국상원도 이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헌법은 상원에서 탄핵을 확정하거나 법원이 유죄를 선고할 경우공직에서 면직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헌법에탄핵소추만 규정하고 있고 면직은 헌법재판소법 제53조에 따라 결정된다.다만,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유죄선고로 자동으로 면직되는 규정은 없다. 입법상 미비점으로 판단이 된다.

5.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추 및 탄핵요건

대한민국 헌법 제84조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것은 미국의 헌법에는 없는 것이다. 신생국가인우리나라는 대통령의 권한과 신분보장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이 규정이 삽입된 것이다.

헌법제정 당시 내각책임제와 대통령제를 놓고 의견의 대립이 있었지만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헌법이 제정되었다. 당시 이승만은 “적어도 대통령 임기 동안은 정부가 안정된 상태에 있도록 되어야 할 것이고 국회가 이것을 변경할 권한을 가져서는아니 된다.”고 주장하였다. 『헌법의 제정과 운영(대한민국 건국기의 정부형태에 관한 논쟁을 중심으로), 서희경 (동경대학 동양문화연구소)』

따라서 미국헌법과 달리 대한민국헌법은 대통령의 권한과 신분보장 강화를 위해 특별히 제84조를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탄핵도 이 기준에 따라야 법리에 부합한다. 즉, 대통령을 제외한 공무원은 법률을 위반한 경우 탄핵을 할 수 있지만, 대통령은당초 입법취지에 따라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가 아니면 탄핵을 해서는 아니 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3조는 "탄핵심판청구가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고규정하고 있지만, 法理上 하위법인 헌법재판소법으로 헌법제84조의 효력을 무효화(無效化)시킬 수는 없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이헌법 제84조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경우에만 탄핵을 결정하여야 한다.

만일 각 헌법재판관이 이와 다른 의견을 지니고 있다면 판결문에그 이유를 명시해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6.뇌물죄 등

헌법재판소가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에대한 탄핵을 결정하는 것이 법리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지금 국회가 탄핵사유로 거론하고 있는, 제3자뇌물제공죄, 직권남용죄, 강요죄,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은 논의할 필요성 조차 없다.

지금까지의 헌법재판소 재판과정을 보면 상기에 언급된 죄들은 국회의 일방적 주장일 뿐어느 것 하나 法理와 證據로 명확하게 확정된 것이 없다.

미국헌법의 예를 따를 때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적용할 수 있는 제3자뇌물죄는 “청탁의 대가를 형성하는 쌍방의 의사표시”를 입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적용이 불가능하고, 뇌물죄도 ‘가장행위(假裝行爲)’ 내지‘밀접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명확하게 입증할 수 없어 적용이불가능한 상황이다.

문화융성사업 추진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으로 이를 직권남용, 강요죄로 처벌하는 것도 법리상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고, 공무상비밀이실제로 누설이 되었는지 확인이 된 것이 없다.

특검이 새롭게 수사한 블랙리스트 작성이 범죄에 해당되는지도 의문이다. 경력직 공무원과 달리 政務職 公務員은 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할 권한이 있어 이들에 대해 블랙리스트 작성죄를 묻는것은 가능하지 않다. 처벌규정이 없는 헌법규정(학문과 예술의자유 규정)에 위배된다고 하여 형법상 직권남용죄를 적용했다면 법리에 위배되는 것이다.

7.法理와 證據에 부합하는 合理的 判決

헌법재판소는 그 동안의 재판내용을 기초로 하여 평의 및 평결을 거치고 결정문 원안을작성해 3월 13일 이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에 대한 최종선고를할 예정이라고 한다.

충분한 증인신문과 증거조사를 거치지 않아 법리상 명확하게 유죄가 확정이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내용을 근거로 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정하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이든다.

현재 헌법재판관은 8명이다. 이중 6명이 탄핵을 용인하는 결정을 하면 탄핵이 확정된다. 문제는 법리에 어긋나게 탄핵을 결정하면 보편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들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발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국가가 대단히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헌법재판소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리와 증거에 부합하는 공정한 결론을 도출하여야 한다.

면밀한 법리와 증거분석을 생략하고, 찬성과반대를 하는 재판관의 숫자만을 근거로 재판결과를 정해 놓고 그 결과에 맞추어 판결문을 쓴다면, 이런非專門家的인 行爲는 결코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각 재판관은 평의과정에서 찬성또는 반대 결론에 이르게 된 法理를 명확하게 서면으로 제출하고, 동일한 결과를 도출한 재판관의 숫자로탄핵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 판결문에는 헌법 제84조를 포함해각 재판관이 생각하는 法理가 명확하게 설명이 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은 선거로 선출된 사람들이 아니다.따라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같이 정치활동을 하거나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권한이 없다. 임명직법률전문가로서 오로지 法理에 따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재판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재판관의 임무이다.

시간이 부족하면 시간을 늘려서라도 명확한 재판결과를 도출해야만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재판관의 숫자가 아니라 明確한 法理와 證據이다. 아무리재판관의 숫자가 많아도 법리와 증거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엉터리 재판을 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국민들은 재판관의 숫자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법리와 증거에 부합하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재판결과를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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