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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최순실 정국', 그들이 말하지 않는 네 가지 ☆→ 2018-03-08 01: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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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25     추천:8

 

[기자의 눈] 출연금 낸 재벌, 뭘 챙겼나?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다. 종편 보도를 넋 놓고 봤다. JTBC만이 아니다. 채널A, TV조선 등도 하루 종일 최순실 이야기다. 종편 덕분에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종편 때문에 낙마할 판이다.

종편 패널마저 돌려세운 최순실 정국. 그런데 께름칙하다. 중요한 대목에서 구멍이 나 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네 가지, 간단히 짚어봤다.

첫 번째, 전경련이 피해자인가? 

현 사태를 불러일으킨 사건 가운데 하나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의 의혹이다.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재벌들이 반강제로 돈을 냈다. 과거 군사 독재 정부의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 재벌들에게 정치자금 할당액을 정해놨었다. 그걸 내지 않는 기업은 불이익을 겪었다. 재계 서열 7위였지만, 1985년 한순간에 해체된 국제그룹이 대표적이다.

지금 미르·K스포츠 재단에 돈을 낸 재벌들도 이런 경우인가. 깡패에게 자릿세 뜯긴 노점상 같은 경우인가. 그렇게 보는 건, 무리다. 

< 삼성을 생각한다> 출간을 준비하던 시절, 김용철 변호사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가 검사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 수사를 했었다. 전두환이 말했다.  


"김우중(대우 회장)이 100억 원을 줬는데, 그냥 줬겠나. 100억 원 주고 1000억 원 버니까 준 거지." 

군사 정부 시절에도, 재벌이 그냥 돈을 뜯기기만 한 건 아니었다. 반대급부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1997년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정치권력과 자본의 관계가 질적인 변화를 겪었다는 건 상식이다. 자본의 영향력은 1987년 이전에 비해 압도적으로 세졌다. 그런데 재벌이 아무런 기대 없이 돈을 내놨다? 그럴 리는 없다.

최순실 씨 역시 자기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재벌들에게서 몇 가지 부탁은 들어줬을 게다. 대선 시기 '경제 민주화'를 입에 올렸던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이후 확 돌아섰다. "규제는 암"이라고 했다. '원격의료 도입'도 거듭 촉구했다. 모두 재벌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흐름이다. 그 가운데 최 씨를 거친 '소원수리'는 포함되지 않았나. 꼭 확인해봐야 할 대목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삼성이다. 과거 삼성에서 대외협력 업무를 했던 이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과 현 삼성 미래전략실 수뇌부는 오래 전부터 긴밀한 사이였다. 삼성이 전경련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떠올리면 당연한 이야기다.  

대한승마협회는 정유라 씨의 이화여자대학교 부정 입학 의혹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삼성은 지난 2010년 승마에서 손을 뗐었다. 그런데 2014년 말, 이영국 삼성전자 상무가 갑작스레 승마협회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현 대한승마협회장은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 담당 사장이다.  

현 정부 임기 중에 삼성은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고, 이재용 체제를 굳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에 요구할 게 많다. 삼성이 승마계로 돌아온 게 꼭 권력의 압력 때문이었을까. 삼성 역시 최순실 씨에게 끈을 댈 필요가 있었던 것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 압박을 받고 있다. 그 전에 확인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인 삼성의 부탁을 들어줬나. 그렇다면, 최 씨는 어떤 역할을 했나.

두 번째,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어디서 났나? 

SK하이닉스 68억 원, 삼성전자 60억 원, 현대자동차 46억 원, LG화학 38억 원, 포스코 30억 원….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미르 재단 출연 기업 내역이다. K스포츠재단 출연금은 삼성 79억 원, 현대차와 SK이 각각 43억 원, LG 30억 원, 포스코 19억 원 등이다. 두 재단 출연금을 합치면 800억 원에 가깝다.  

그런데 이 돈이 어디서 났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들 기업이 공시한 자료에도 관련 내용이 없다. 총수 개인 돈을 낸 건가. 아니면 회사 돈을 지출한 건가. 만약 전자(前者)라면, 출연자 명의를 개인으로 못 박아야 한다. 그리고 이들 재단 설립 과정에서 불거진 다양한 불법 행위 의혹에 대해 총수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실제로 가능성이 높은 건 후자(後者)다. 이 경우라면, 돈의 출처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자금을 조성한 셈이다. 장부에 반영되지 않은 돈, 이른바 '부외자금'이 곧 비자금이다. 더구나 이들 재단에 돈을 낸 기업들은 대부분 상장회사다.

주주들은 자금 출처를 따져 물을 권리가 있다.  

세 번째, 그들은 정말 최순실에 대해 몰랐나?  

요즘 종편 보도는 크게 두 갈래다. 최순실 씨와 관련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는 건 주로 저녁 뉴스 시간이다. 낮 시간에는 그간 불거졌던 다양한 의혹들을 함께 이야기한다. 최순실 씨의 아버지인 최태민 목사의 사이비 종교 행각 등이 대표적이다.

후자(後者)는 전혀 새롭지 않다.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측으로부터 제기됐던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른바 '전여옥 어록'도 자주 인용된다. 전여옥 전 의원이 지난 2012년 초에 낸 책에 담긴 내용이다.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씨가 지난 1990년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보낸 탄원서 내용도 종종 소개된다. "언니(박근혜 대통령)을 최태민에게서 구해주세요"라는 내용인데. 다양한 매체에서 수년째 소개됐다.

종편 간부들은 오래 전부터 박 대통령의 상태에 대해 알고 있었다. 박 대통령이 최 목사 가족에게 조종당한다는 걸 말이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이른바 '친박'으로 분류되는 보수 진영 역시 마찬가지다. 최 목사 가족의 전횡에 대해 그들이 몰랐을 리는 없다. 9년 전에 나온 보도만으로도, 의심을 굳히기엔 충분했다. 그런데 왜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었나.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말에 힌트가 있다.  

"(<세계일보>가) 이 정부를 교육하는 신문이 되는 것이 맞아." (<신동아> 2015년 3월호)

최순실 씨의 전 남편 정윤회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다룬 <세계일보> 보도가 나간 뒤의 발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여러 약점을 활용해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이다.

다른 보수 진영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박 대통령은 이용할 대상일 뿐이었다. 최순실 씨에게 조종당하는 대통령이므로, 최 씨에게 끈을 댈 수만 있다면, 국가 권력을 얼마든지 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배신'이겠지만, 최 씨와의 관계를 끊지 않는 한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네 번째, 종북 딱지는 왜 안 붙이나?  

종편, 그리고 보수 진영은 야권 인사들에 대해선 사소한 의혹에도 종북(從北) 딱지를 붙이곤 했다. 그런데 최고 군사 기밀이 평범한 민간인의 태블릿 PC로 넘어갔다. 그 상태로 4년 동안 방치됐다. 제대로 된 보안 설정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씨가 현 정부의 숨은 실세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해커들에겐 좋은 먹잇감이다. 또 최 씨 주변 사람들 역시 종종 유혹을 느꼈을 게다. 그들이 썩 미덥지 않다는 건 이미 입증됐다. 이성한 전 미르 재단 사무총장은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하곤 했다. K스포츠 재단 관련 의혹의 핵심에 있는 고영태 씨는 마약 관련 전과가 있다.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보도도 있다. 유흥업소 종사자를 폄하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최 씨 주변 사람들이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가 기밀은 다양한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있다. 최 씨는 스스로 인정했듯, 컴퓨터를 제대로 다룰 줄 모른다. 그렇다면, 주변 사람들이 최 씨의 컴퓨터에서 기밀을 빼내서 사적으로 이용했어도 최 씨는 몰랐을 게다.  

그간 종편이 했던 보도 행태에 비춰보면, 이 대목에서 '북한 연계' 의혹을 제기하는 게 자연스럽다.  


북한과 연계된 해커가 최 씨의 컴퓨터에 접근했다면, 북한과 관련이 있는 인사가 최 씨에게 접근해서 정보를 빼냈다면, 최 씨 주변 사람이 빼돌린 기밀을 북한이 돈을 주고 샀다면


이런 의혹, 충분히 제기할 법 하지 않은가. 그런데 왜 안 하나.


종북 딱지가 실은 대단히 자의적으로 남발됐다는 걸, 그들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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