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화약고 한복판에 있는 UAE에 전쟁이 발발하면 한국군이 자동으로 개입한다는 비밀약속을 한 것은 사실상 팩트로 드러났습니다. 그 명령권자가 누구냐만 밝히면 "군대도 팔아먹은" 이 코미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겠지요. 당시 국방부 장관이 총대를 멘다며 나왔지만 일개 장관이 군대의 참전을 약속할 권한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누구의 작품인지 온 국민이 다 알았고, 수구언론은 침묵하고, 자유당은 딴소리를 합니다.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이 말하기를, 어차피 국회 비준이 없으면 파병은 없다는 이상한 말을 합니다. 그러면 두 가지를 생각해봐야죠.
첫째, 그 말대로면 "자동" 참전이 아닙니다. "자동"의 의미가 뭔지를 모르는 멍청이가 아니라면 여기에 논란의 여지는 없습니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는 UAE를 상대로 말장난하며 사기를 친 겁니다. 자동참전하겠다고 뒤에서 약속했지만 알고보니 자동이 아니었네요.
둘째, 국회 비준이라는 게 대단한 게 아닙니다. 당시 새누리가 압도적인 다수당 시절 아닙니까. 하고 싶은 것 다하고 날치기도 하고 국회에서 온갖 독재적 횡포를 일삼던 시절 아닙니까. 여당이 참전하자고 하면 국회 비준은 손쉽게 처리됩니다. 김태영은 마치 국회가 거부하면 파병은 없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그 국회에서의 결정권이 사실상 정부에 있던 것이지요.
이 두 가지를 종합하면 결론은 둘 중 하나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UAE를 상대로 사기를 쳤는가, 아니면 어차피 다수당이라 국회 비준은 형식적 절차이니 파병은 무조건 가능한 것이라며 자동참전을 약속해주었는가. 어떤 결론이 더 합리적일까요?
적정가의 반값에 수주하고 그마저도 정부 보증으로 돈을 빌려주는 UAE 원전 수주로 인해 국가가 돈을 벌 일도 없어보이지만(게다가 폐기물 처리에 대한 의혹까지) 설령 그것이 돈 몇 푼 버는 길이라 해도 그 대가로 군대를 팔아먹습니까? 그것도 국민의 동의 없이, 실제 참전하게 될 군인들의 동의 없이, 뒤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약속할 수 있는 문제입니까?
심지어 김종대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에서 유사시 사용할 180억 어치의 탄약을 UAE에 제공하였다 합니다. 여기서도 결론은 둘 중 하나입니다. 유사시 북한에 안방까지 프리패스로 열어줄 의도로 그랬든지, 한반도에 절대 유사시가 없다는 전제였든지. 후자가 합리적인 결론이겠지요.
이게 "자칭" 보수 새누리의 현실입니다. 이명박은 돈 때문에 군대도 팔아먹고, 박근혜는 북한은 절대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순한 양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새누리 지지자들은 만족하십니까?
대기업 고층빌딩 지어야 된다고 군 공항 활주로까지 틀었던 정권이었지요. 막상 그 상대방이 도발할 때 찍소리도 못하고 얻어터지기만 했던 정권이었지요. 이런 게 "보수"라는 말을 해도 부끄럽지 않은 게 대한민국 보수의 민낯입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