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으로 주세요.", "피부로 주세요.". 이런 말들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얼핏 들으면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 요즘 편의점에선 이런 말들이 자주 들린다. "가족 그림이 그려진 담배로 주세요.", "피부 그림이 그려진 담배로 주세요."라는 말이다. 지난해 12월 23일부터 담뱃갑 경고그림이 도입되어 담뱃갑 전·후면에 흡연의 폐해를 경고하는 그림이 부착되어 판매되고 있다. 담뱃갑 경고 그림은 흡연 시의 문제를 시각화하여 충격을 주는 방법을 사용한 것인데 공포를 자극해 담배 판매율을 감소시키고 흡연자에게 흡연 시의 피해를 인지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담뱃갑 경고그림은 2001년 캐나다에서 최초로 도입되어 2016년 기준 전 세계 101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다른 국가에서는 담뱃갑 경고그림을 도입한 후 흡연율이 눈에 띄게 감소하였다. 우리나라도 이런 효과를 기대하고 담뱃갑 경고그림을 도입했지만 아직까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과 우리나라의 차이가 무엇이기에 제도 시행의 결과가 다른 것일까? 또, 효과를 보기 위해선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기획재정부에서 도출한 '2014년부터 2017년까지의 월별 담배 판매량 추이' 통계 자료에 따르면 담뱃갑 경고그림을 도입한 시기의 담배 판매량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2015년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담배 판매량 감소 수치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으로 인한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이 담뱃값 인상 정책과 달리 비가격 금연정책이라는 점도 있지만, 이 제도의 효과가 미미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담뱃값 그림이 안보이게 진열하는 판매처가 아주 많다는 것이다. 담배를 구입하는 사람들을 의식해서 혹은 매장의 미관을 신경 써서 그림이 보이지 않게 뒤집어 놓는 판매처가 많다. 심지어는 경고그림을 가릴 수 있는 진열대까지 구비한 곳도 있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흡연 경고그림을 가리는 행위 자체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현재는 이런 식의 꼼수에 대처할 수 없다. 또한, 담배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보다 덜 혐오스러운 그림을 선호하고 구매하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최근에는 계산대 옆에 경고그림을 가릴 수 있는 담뱃갑 케이스나 담뱃갑 스티커도 함께 판매하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담뱃갑 경고그림 자체가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나오고 있다. 과연 오랜 기간 동안 흡연한 사람들이 고작 그림 하나로 금연을 결심할 수 있을까? 잠깐 경각심은 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몇 분만 지나면 금방 잊어버릴 것이다. 경고그림을 자주 접한다면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 오히려 익숙해질 뿐일 것이다. 결국 현재의 담뱃갑 경고그림은 미봉책(彌縫策)에 불과하다.
따라서 담뱃갑 경고그림의 효과를 보기 위해선 몇 가지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우선 담뱃갑에서 경고 그림이 차지하는 면적을 늘려야 한다. 현재 경고그림은 담뱃갑의 상단에 담뱃갑 전체 면적의 30%를 차지하도록 인쇄되어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 경고그림의 면적을 늘릴수록 소비자들이 경고그림에 더 쉽게 노출될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흡연 경고그림을 담뱃갑 전체에 인쇄되게 정한 브라질의 흡연율은 정책을 시행한 2002년에 31%에서 22.4%로 전년 대비 8.6%나 감소하였다. 또한 경고그림을 구체화 하거나 다른 의견을 통해 정책을 보완한다면 궁극적으로 흡연자들에게 '담배는 해로운 것이구나.'라는 잔상을 남기는 데 일조하여 흡연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