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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친왕이 망명시도? 이런게 '국뽕' 영화 / 조선일보소유물의 부족은 개선할 수 있으나 영혼의 가난은 해결하기 쉬운 것이 아니다.(몽테뉴) 2018-03-04 18: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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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친왕이 망명시도? 이런게 '국뽕' 영화 /  조선일보


김태훈 조선일보 여론독자부장


입력 : 2016.08.18 03:09 | 수정 : 2016.08.18 16:06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퇴근 후 영화 '덕혜옹주'를 보러 갔다가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주인공 덕혜옹주는 물론 영친왕을 영화가 너무도 사실과 다르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다. '조선 왕실이 저 정도로 깨어 있었다면 애초 나라를 빼앗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덕혜옹주, 결혼 전부터 이미 조현병 앓아


영화에서 덕혜는 쓰시마번 당주인 소 다케유키(宗武志)와의 강제 결혼을 온 마음으로 거부한다. 하지만 실제론 결혼 전부터 조현병을 앓고 있어서 자기 의지를 제대로 표현할 심적 상태가 아니었다. 그 결혼에 분노한 쪽은 덕혜가 아니라 조선인들이었다. 나라는 망했어도 한때 황실을 자처했던 가문과 일개 쓰시마 귀족의 혼인을 치욕으로 여겼다. 두 사람이 1931년 5월 8일 결혼하자 당시 조선일보는 결혼식 사진에서 소 다케유키를 삭제하고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홀로 서 있는 덕혜옹주만 남기는 것으로 민족적 분노를 대변했다. 참고로, 영화에선 덕혜옹주의 생모 복령당 양씨가 그냥 사망한 것으로 나오는데, 그녀의 사인은 유방암이었다.


◇조선 왕실의 마지막 자존심 이우 왕자


일제는 조선 식민지화를 영속하기 위한 조선 왕실 말살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강제결혼을 추진했다. 덕혜옹주와 소 다케유키의 결혼, 영친왕과 이방자의 결혼은 그런 정책의 결과다. 예외가 있었다. 영화에서도 멋진 남자(실제로도 대단히 미남이었다)로 그려지는 인물. 이우 왕자다. 이우는 영친왕의 이복형 의친왕 이강의 아들로 태어났다. 의친왕은 한때 조선을 탈출해 상해 임시정부에 가담하려고 망명을 시도했다가 좌절했는데, 이우도 그런 아버지의 성정을 어느 정도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비록 시대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일본 육사에 들어가 일본 장교가 됐지만, 매사 일본인에 지는 것을 싫어한 인물이다. 게다가 끝까지 일본 황실이나 귀족 여성과의 결혼 강요에 맞서 박영호의 손녀의 박찬주와 결혼함으로써 조선왕실의 자존심을 지켰다. 안타깝게도 이우 공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때 피폭 당해 목숨을 잃었다.



◇영친왕 망명? 시도도 한 적 없고 광복 후엔 일본 국적 취득


영친왕이 망명을 시도한 것으로 그린 부분은 더 기가 찼다. 영친왕은 망명을 시도한 사실이 없다. 망명은커녕 1927년 5월엔 가족 동반 세계 유람에 나섰다. 해외 독립지사들은 영친왕이 상해에 들른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납치해 독립운동에 합류시키려 했다. 그러나 이 정보를 사전 입수한 일본 측이 영친왕의 상륙을 막아버렸다. 영친왕 자신도 안락한 삶을 버리고 고난의 독립운동에 투신할 뜻이 전혀 없었다. 소설가 송우혜씨가 쓴 영친왕 일대기 '마지막 황태자'에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한 호텔에 묵고 있는 영친왕에게 해외 독립운동 진영에서 보낸 통한의 편지가 소개돼 있다. '전하가 만일 고종 황제께서(?) 밀사를 헤이그에 보내셨던 사실을 잊지 않으셨다면(?) 전하를 일제에서 탈환해 상해나 노령으로 모시고 갈 계획도 세웠으나, 첫째 전하의 마음이 약하셔서 일본 군인을 앞세우고 다니면서 구라파 여행만 즐기고 계시니 어찌 한심하지 않으리까!'

일본이 패망하자 영친왕은 "아무쪼록 지금까지와 마찬가지 대우를 해줄 수 없느냐?"고 일 내각에 애걸한 기록도 있다. 광복 후엔 MIT에 유학한 아들 이구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에 귀화해 일본 여권을 받기까지 했다. 그의 귀화 뜻을 접한 일본 궁내청 측이 오히려 "아무리 아들이 보고 싶어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라"고 만류했을 정도다.


◇ 패망의 역사 제대로 알아야 같은 불행 막을 수 있다


영화를 본 다음 날 "부정적 국가관을 극복하자"고 호소한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들었다. 맞는 말이다. 광복 후 우리가 걸어온 길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성취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자긍심이 지나쳤던 걸까. 최근 들어 나라를 망국으로 이끈 사실조차 감추거나 자존심을 앞세워 역사를 각색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최근 고종이 아관파천 때 몸을 피신한 길을 '고종의 길'로 복원한다는 정부 계획이 발표됐다. '일제가 왜곡한 대한제국 정체성 회복' '대한제국 탄생으로 이어진 아관파천' 등의 의미가 부여됐다. 가소로운 일이다. 왕비를 잃고 일개 후궁의 가마에 몸을 숨긴 초라하고 치욕스러운 피신을 자주 독립의 미사여구로 분칠하자는 것 아닌가. 망국에 이른 통한의 역사를 가슴에 새겨 두 번 다시 우리 민족이 외세에 굴복하는 일이 없어야겠기에 영화 밖의 엄연한 진실을 밝혀 적는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8/17/20160817034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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