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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홍상수 감독 가정사는 시대 변화의 이정표●§ 2018-03-02 18: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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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9     추천:6

홍상수 감독 가정사는 시대 변화의 이정표



연 삼일 간 나는 시간만 주어지면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사색에 빠져있다.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흔들었던 홍상수 감독의 가정사로 인하여 ‘결혼 그리고 인륜’에 대하여 골똘히 생각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세상이 변해도 ‘인륜’은 지켜져야 한다며 홍감독과 김민희를 비난한다. 언론에 노출된 홍감독의 매정한 태도가 사실이라면 나 역시 홍감독이 너무 지나쳤다고 느껴진다.  홍감독이 내 매형이라면 “우리 누이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따져 물을 일이다.


하지만, 정말 나의 그러한 대응이 정당한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그리고 삼일 간의 생각 끝에 내린 나의 결론은 나의 그러한 생각은 ‘진부’하다는 거였다. 홍상수 감독의 부인의 행동과 태도, 그리고 부인을 옹호하는 사람들 역시 진부한 사람일 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인륜이라는 것이 변하지 않는 것인가?  인간 역사에서 인간 사이의 법과 규범은 수 없이 변했다. 아주 커다란 변화의 획을 찾아보면 기마유목민족이 이 세상을 점령하기 이전과 이후의 변화 시점일 것이다.


기마유목민족이 세상을 점령하기 이전에 농경해양문명이 모계사회를 중심으로 먼저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 사회는 지금과는 크게 달랐다. 인류의 고전인 성경을 통해 그러한 문명사회가 어떠했는지 엿볼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이 섬기는 신 앞에서 집단혼음을 했다. 그래야 그 신이 이 땅에 비를 내린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새롭게 성장한 기마유목민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으로 보면 그것은 ‘음란’한 것이다. 그러한 가치체계는 지금까지 현대인에게 세습되어 왔다.  하지만, 분명 집단혼음 풍습은 인류 역사에 있어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비단 집단혼음문화 뿐 아니라 성문화나 결혼문화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우리 신라의 역사에서도 그러한 풍습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화랑들이 힘든 훈련을 마친 후에 원화들과 어울려 집단 혼음파티를 벌였음을 짐작하는 내용이 나오고, 상관이 임신한 부하의 부인과 동침하는 내용도 나온다. 이것은 계층간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로 풀이된다. 발굴된 '토용' 유물을 보더라도 신라사회는 성에 대하여 대단히 개방적이었다. 결혼문화 역시 일부 다처제는 물론, 일처다부제도 허용되는 분위기였다.  고려의 사회분위기도 그에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학이 국가의 중심통치이념으로 자리잡은 이후부터 사회의 풍습과 가치관, 인륜이 재정립되었고 그 중에 일부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농업경제를 기반으로 한 봉건사회에서 한 개인의 생명과 삶은 소속집단에 크게 의존해야 했다. 특히 여성은 더더욱 그랬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통치자들은 법을 제정했다. 당시로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아내를 버리는 일을 막았다.  그게 인륜으로 고착되어 왔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이혼이 과거처럼 여성에게 벼랑끝인가? 이제는 한 개인이 집단에 예속되거나 의존해야 생존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대가족사회가 핵가족중심사회로 변모했고 이제는 개인이 홀로 독립해도 아무런 지장 없이 삶을 영유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세상이 변하였으니 사람들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도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인륜이라고 별 수 있나?  인륜이라는 것 역시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었음을 장구한 인류역사를 보면 알 수 있는 일 아닌가 말이다.  


홍상수 감독과 여배우 김민희의 사랑을 ‘인륜’을 저버린 불륜이라고 손가락질하기에는 이제는 세상이 너무도 변했다.  정말 뻘쭘한 일인 것이다.  그건 그저 개인사일 뿐, 이 사회를 무너뜨릴 위험한 일이 될 수 없다.  버려질 아내에게 있어서도 위험한 일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이런 문제에 과민반응을 보여야 하는가?  이제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할 시기임을 받아드려야 할 때 아닐까?


세상도 변하고 그에 따라 가치관과 세계관, 인륜도 변했다. 그것은 진리다. 해 아래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홍상수 감독의 가정사를 통해 우리는 그러한 사실을 받아 드려야 할 것이다.


홍감독과 부인 사이 재산분할 문제로 갈등이 야기될 수는 있겠지만, 홍감독 부인이 거리에 내몰려 부랑자가 되는 위험이 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학을 계획한 딸에게 이제는 궁물도 없다고 해서 홍감독을 비난해야 할까?  그것 때문에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워준 아버지의 공덕을 다 똥으로 치부해야 할까?  아버지를 비난한다면 이 세상 아버지는 그저 돈 나오는 기계로 보려는 태도 아닌가?  언제까지 부모가 자식을 위해 돈을 퍼줘야 하는가?  이제 사회적 통념은 부모의 책임은 자식이 성인이 될 때까지로 정해져 있다. 그 이후의 자식부양은 옵션이다.  대학을 가던, 유학을 가던 그것은 성인이 된 그 개인의 책임이지 부모의 책임은 아니다.  유학을 가고 싶다면 자신의 노력으로 갈 수 있다. 조금 늦어지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딸의 인생이 소중한 것만큼 아버지의 인생도 그만큼 소중한 것으로 인정한다면 홍감독의 딸은 아버지를 원망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세상은 변했는데 언제까지 과거의 법으로 현대의 인간을 구속하려 하는가?  나는 삼일 동안 생각하며 나 역시 그런 구태스럽고 진부한 인간이었음을 느낀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 역사관련 서적과 다큐멘터리를 보아 왔지만 여전히 내 속에 존재하는 구태 인습을 버리지 못한 것 같아 창피했다. 


세상은 변해왔다. 현재의 세상도 역시 변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변한 사람도 있고 여전히 변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래서 갈등이 심화되는 것이라 봐야 옳다. 이러한 격변의 시기를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해답은 ‘유유상종’ 아닐까?  즉, 가치관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결혼한다면 지금과 같은 갈등과 불화는 좀 더 완화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생활에 있어서 세상에 변하지 말아야 할 ‘절대’를 세워놓고 모두에게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 문제에 있어서 이 세상엔 ‘절대’란 없음을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한다.  홍상수 감독의 가치관이 싫을 지라도 존중하고 그럴 수도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자기 생각이 옳다고 모두에게 지킬 것을 강요하기보다 자기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열심히 찾아 결혼하는 것이 합리적인 일이다. 그래야 ‘사랑에 속았다’는 말은 덜 할 테니….




아고라에서 

아지랑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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