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통치권을 짓밟으려 한다. 통치권은 정치권의 기세에 눌려 정치권의 처분만을 기다린다. 이것이 오늘 대한민국의 나라꼴이다. 무릇 민주국가에서의 통치는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위한 장치로서 국가제도이며 탄탄한 생명체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체제가 아직 성숙단계에 이르지 못한 점을 감안하더라고 특정 야당 대표가 대통령의 비상대권인 비상계엄선포권을 유린하면서 대통령을 향하여 겁박한다는 것은 국가적 수치이며 국민적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여소야대의 현 정세에서는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권 발동이 의미가 없다. 이를 빙자하여 수적 우위라는 위세를 등에 업고 할테면 해보라는 식의 야당대표의 계엄 운운은 막가파 정치 선동선전이며 국민을 조롱하는 서글픈 행태임이 분명하다. 현재적 정치현상은 소설의 줄거리가 될 수 없다. 자칫 동물 정치를 태동시켜 선동선전 유형의 공작정치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갖추어진 무력으로 통치에 도전하는 행태를 군사혁명이라고 한다면, 국회의원의 세치 혀로 통치권을 겁박하는 행태는 혓바닥혁명이라고 명명해야 하는가. 어이없는 정치현실이다. 추한 국회의원, 추한정당, 추한정치의 일면이다.
1789년 순수한 시민혁명인 프랑스 대혁명에서의 시민들은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기 위하여 루이16세를 처형했다. 왕이 처형된 후에 비로소 공화정이 꾸려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때에도 하야라는 모습은 그 어떤 궤도에도 없었다. 이승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도 수백명의 시민이 도심한복판에서 쓰러진 후에 하야의 변이 이뤄졌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하야는 엄청난 벽이 상존하는 것으로 하여 쉽게 성사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과연 오늘 청와대를 몇 번 들락거리고 기업의 푼돈인 기부금 얼마를 챙겼다는 최순실게이트가 대통령하야의 고리로 걸맞는 것인지, 집권욕에 눈먼 일부 야당의 야망을 충족시키기에 필요 충분한 게이트인지를 지혜로운 국민은 넓은 혜안으로 곰곰이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최순실게이트란 전대미문의 정권파동으로 온 국민은 분노했다. 도대체 절대왕조시대도 아닌 21세기 민주국가에서, 선출된 대통령이 이러한 비리와 부정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이 또한 단순히 운명을 탓하기에는 국민적 손실이 너무 크다. 하지만 오늘은 분노를 표출하기 이전에 국가적 항상성의 위중함을 직시하여야 한다. 일부 정권탈취에 급급한 정치권에 편승하여 너도 나도 시위에 휩쓸린다면 의도하지 않은 파국이 초래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만한 사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이유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누군가가 원해서 대통령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소정의 기간 나라와 국민을 잘 보살펴달라는 국민과 당사자의 약속으로 대통령이란 직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임기는 규범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며 정치권이라고 해서 이를 훼손할 수 없는 것이다. 헌법을 위반하면서 까지 재임중 대통령을 형사소추 한다면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보장한 국민의 권리마저도 언젠가는 무시될 수 있는 형편이 아닌가, 수사당국의 조사는 형사소추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조사행위는 곧바로 형사소추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다. 검찰은 더 이상 언론과 일부야당의 눈치를 보면서 하는 형사집행을 중단해야 한다. 대통령 스스로 수사에 응하겠다고 하여 헌법질서를 파괴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은 퇴임 후 자연인의 신분으로 의법처리 되어야 할 것이다. 임기응변에 능한 검찰은 선량한 시민의 인격을 파괴하는 조직폭력배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자연인 대통령은 5년을 넘지 못하는 유한한 생명이다. 하지만 헌정질서에서의 대통령은 영원한 생명체이다. 영원한 생명체인 대통령을 손가락질해가면서 짓밟는 행태는 국민의 몸통일부를 작정하여 훼손하는 폭행이다. 이러한 폭행으로써 정권을 탈취하려는 특정 야당의 의정활동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국민의 존엄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정치권력만을 탈취하려는 도깨비 방망이는 국민의 역습을 불러오기 십상이다.
현직 대통령의 비리, 최순실 게이트, 청와대 참모진의 무능 등은 뿌리 뽑아야 마땅하다. 지난 정권들의 유치하기 그지없는 말기 증후군을 우리는 수도 없이 지켜보아 왔다. 대통령의 아들을 부통령으로 불러야 했고, 대통령의 형을 대감으로 모셔야 했던 역겨운 정치현실을 가을바람 스치듯 겪어왔다. 또한 이를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라고 치부하면서 일상의 정치 관행으로 여겨왔다. 이때의 국면은 왜, 하야촉구의 대상에서 벗어났던가, 최순실 게이트에서 불거진 현 대통령의 비리를 이유로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면 지난시기의 대통령들도 결코 하야의 초점에서 흐려질 수 없었을 것이다. 단지 다른 점은 그들은 남성 대통령이었고 현직 대통령은 여성이란 차이일 것이다. 양성불평등의 전형이다. 이러려고 여성대통령을 뽑았는지 국민들은 성찰해야 한다.
이청성 : 서경대학교 통일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