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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월간조선 2003년 7월호
[현장보고] 국정 대혼란, 그 충격의 실상 - 건설교통분야
노무현 대통령의 즉흥 중단 지시로 고속철 공사 2년 지연, 2조원 손실
결론이 나려야 날 수 없는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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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6월5일 정부 세종로청사에서 마지막(6차) 회의를 가진 서울외곽순환도로 북한산 국립공원 관통구간 노선재검토위원회에 참석했던 11명의 위원들은 「예상했던 결과」에 다들 씁쓸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세 가지 대안, 즉 기존의 사패산 관통노선, 북한산공원 외곽 우회노선, 의정부 우회노선을 놓고 위원장을 포함한 11명이 무기명 투표를 한 결과는 각각 5명, 2명, 4명이었다. 위원회 규칙상 3분의 2 이상이 합의해야 최종안으로 채택하기로 했으니 합의안 도출에 실패한 것이다.
사실은 처음부터 결론이 나려야 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존 노선 고수를 주장하는 정부·시공사 측 선정 위원과 어떤 경우건 기존 노선은 안 된다는 불교·환경단체 측 선정 위원이 각 절반씩 포진했고, 여기에다 위원장의 캐스팅보트 역할마저 인정치 않기 위해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못박았다. 어찌 보면 여섯 차례의 회의 자체가 양측의 강고한 입장만 확인, 재확인시킨 무의미하기 짝이 없는 요식행위였던 셈이다.
1년 반 넘게 공사를 중단한 채 갈등과 논란을 빚어 온 북한산 관통구간 공사의 강행 또는 대안노선 마련 여부는 6월 말로 예정된 국무총리실의 조정 결정에 따라 결론 나게 됐다.
이렇게 외견상으로는 정리를 향한 절차를 밟는 듯 보이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총리실에 권한과 책임이 옮겨가긴 했어도 現 정부의 시스템上 권한을 충분히 활용해 모두가 승복할 권위 있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혹은 그 결정이 파생시킬 또 다른 분란을 책임있게 종식시킬 능력도 없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인 탓이다.
이는 金大中 대통령 시절 무려 2년 동안의 공동조사 끝에 새만금 문제에 관해 내렸던 2001년 총리실의 결론이 사실상 무시된 채 새 정권을 맞은 후로도 공전을 거듭하고 있음을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새만금 문제는 논란이 재연되자 또 한 차례 위원회를 만들어 「좀더 시간을 두고 면밀히 검토하기로」 하는 등 무기력한 봉합을 거듭하고 있다.
고속철도 노선을 놓고 부산지역에서도 아주 유사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대구~경주~부산을 잇는 경부고속철 2단계 구간 중 경남 양산 천성산과 부산 금정산에 3개 터널과 6개 교량을 건설하는 공사는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3월 전면 중단됐다. 종교계·환경단체가 생태계와 환경파괴를 이유로 단식 농성을 벌이는 등 반발하자 盧武鉉 대통령이 『일체의 공사를 중단하고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재협상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검토委는 이후 두 달이나 지난 5월22일에야 어렵사리 구성됐다. 활동시한은 역시 6월 말. 하지만 여전히 실질적 진척은 없고 결과의 향방 역시 오리무중이다. 불교계는 기존 노선이 소음·진동 등으로 사찰 수행환경에 지장을 주고 고산 늪지와 같은 천혜의 자연도 심각히 훼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건교부는 대안 자체가 마땅치 않을 뿐 아니라 이제 와서 대체 노선을 찾아나선다면 사업 자체가 적어도 7년은 지연된다는 입장.
고속철 경주~부산 구간의 건설은 당초 2008년 완공이 목표였으나 이미 2년 안팎의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른 손실만 해마다 2조원은 될 것이란 게 건교부의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종교·환경단체들이 재검토委의 구성과 활동기간을 문제삼고 나서면서 위원회의 활동 자체도 난항을 겪고 있다. 기존 노선의 백지화를 촉구하며 부산시청 광장에서 38일간 단식농성을 벌였던 지율 스님 등이 『재검토委 활동 기간이 한 달에 불과하고, 위원의 구성도 일방적이어서 환경에 미칠 영향이 제대로 검토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
이들은 활동 기간을 1년 이상으로 늘리고 필요한 비용과 인력을 정부가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검토 결과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양측 합의에 의한 조기 결론 가능성이 사실상 전무해지자 재검토委는 운영 세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단은 6월 말로 기한을 정해 보고서를 제출하되, 위원회가 요청하면 1회에 한해 기한을 연장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교통부 공무원들은 새 정부 100일을 아주 간단하게 「악몽의 나날」이라고 표현한다. 특히 북한산터널과 고속철도 문제는 억지로 견디면 그럭저럭 넘어갈 수도 있는 사안이었는데 대통령직 인수委가 바닥부터 새로 들춰 내 털어 대는 바람에 「平地風波(평지풍파)」가 된 측면이 크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는다.
물론 유세 시절 여기저기 제시했던 公約들에 대한 사후정리 차원에서의 관심 표시는 어느 정도 불가피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촌스럽고 거칠게 접근해 오히려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이미 투입된 막대한 자금과 기술적 검토 결과들, 완공 지연에 따른 낭비 및 새로운 민원 유발 가능성, 국책사업 진행 과정에의 결정적 흠집 등 모든 면에서 혹시 일부 부작용이 우려된다 해도 한순간에 폐기하거나 크게 변경한다면 향후 혼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통제 불능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수년 동안 논란과 시비의 늪에 빠져있던 京仁운하 문제도 6월 말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
정부의 양보는 새로운 양보의 출발점
이렇듯 첨예한 갈등 속에 좌충우돌해 온 현안들에 대한 입장 정리 마감 시한이 한꺼번에 코앞으로 다가오지만 「대폭발」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 이는 별로 없다. 출범 이후 참여정부가 보여 온 각종 사태에 대한 해결 방식을 들춰보면 어떤 식의 「마무리」가 전개될지 추정하기가 어렵지 않은 탓이다.
건교부 소관 업무만 추려도 지난 4월 철도파업 임박 직전 상황에서 민영화 포기는 공식화하면서도 차선 대안인 公社化는 勞使 합의문에 반영하지 못한 일방적 양보, 지난 5월 무려 14일이나 끌려다니다가 결국 12대 요구사항 가운데 11가지를 하룻밤에 전격 수용한 화물연대에 대한 항복 등이 있다.
문제는 이 사태들이 일파만파 후유증을 몰아오고 있는 점이다. 화물연대 사태의 해결 방식과 결과에 자극받은 전국 택시·버스·레미콘 등 건설기계 사업자단체 및 노조들의 또 다른 집단 반발이 대표적 예에 속한다.
즉 정부의 패배는 새로운 사태를 확대 재생산하고, 봉합은 시간만 끌며 합의 가능성을 더 멀게 할 뿐이란 것이다. 특히 現 정부의 구조상 불교·환경계의 요구를 수용하기도, 묵살하기도 쉽지 않은 고속철과 북한산터널 문제의 경우 섣부른 봉합을 시도하다가는 자칫 장기 미제 사안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강하게 일고 있다.
그럼에도 특별한 변수나 자세 전환이 없는 한 새만금처럼 논의 시간의 再연기를 통한 단순한 파국 모면으로 일단락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심지어는 건교부의 최고위급 간부조차 『계획대로 6월 말까진 결론 내고 싶지만 타협이 영 쉽지 않다』며 『한두 가지가 아닌 대형사업들을 일일이 언제 재개할 수 있을지 도대체 장담하기 어렵다』고 푸념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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