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지(안압지)에서 출토된 목제 남근. 귀두 부위에 튀어나온 돌기가 보인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선생님, 방금 이런 게 나왔는데 뭔지 아시겠어요?”
“음, 모양이 딱 그건데….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1975년 5월 29일 월지 북쪽 기슭 발굴현장. 최정혜 당시 조사원이 바닥 개흙층에서 발견한 17.5cm 길이의 기다란 나무 조각을 한 남성 조사원에게 내밀었다. 조각을 뒤덮은 진흙을 닦아낸 남성은 그 정체가 무엇인지 대번에 알아챘지만 대답을 머뭇거렸다. 남녀유별이 남아 있던 1970년대엔 그럴 만도 했다. 그것은 전형적인 남성의 심벌 모양이었다.
왕궁 연못에서 느닷없이 남근(男根)이라니.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 이쪽으로 쏠렸다. 윤근일의 회고. “최규하 총리를 비롯해 많은 저명인사가 현장에 와서 목제(木製) 남근을 만져보고 신기해하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들이 워낙 많이 찾다보니 최태환 당시 작업반장이 남근에 실을 살짝 묶어놓았어요. 약품 보존처리 중이던 목제 유물들에 둘러싸인 남근을 손쉽게 찾으려고 한 거죠.”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남근의 용도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학계에서는 예부터 바닷가 해신당(海神堂)에서 남근을 세워놓고 제사를 지낸 것처럼 제의용이라는 견해가 일찍부터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고대 로마 폼페이 유적에서도 도시 곳곳에서 남근 조각과 그림들이 발견됐다. 일각에서는 월지에서 출토된 남근의 표면이 매끈하게 다듬어진 데다 돌기까지 붙어 있어 여성의 자위 기구라는 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