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두운 밤이 그립다
리모콘을 잡으면 언제든 켤 수 있게
텔레비전에 빨간불이 켜있다.
카세트를 껐는데도 흐미한 불빛 속에
시간을 나타내는 숫자만은 살아 움직인다.
밥통에서도 숫자가 살아 움직인다.
아마도 아내가 쌀을 넣어둔 모양이다.
현관을 감시하는 전화기도 반수면 상태다.
한쪽 눈만 예리하게 치켜뜨고 있다.
VTR에 붙어있는 디지털시계는 혼자 돌아가고,
냉장고는 스물네 시간 일한다.
창밖의 가로등은 오늘도 밤 샐 모양이다.
지금은 새벽 두 시 반이다.
잠시도 긴장을 풀지 못하는 이들.
어쩌면 나도 저것들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 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