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사태를 비판하며 도도하게 당을 떠나 탄핵에 앞장선 바른당 철새들이 돌아오고, 박근혜 탄핵사태의 책임을 지고 솜방망이 징계받은 친박의 징계를 해제한답니다. 자유당은 도로 새누리당이 됐습니다. 애당초 조기대선을 치르게 된 원인제공자가 박근혜와 새누리당인데, 박근혜 하나 감옥 보내고 끝이 아니거늘 안일하게 대처한 야당의 물러터짐이 이런 사태를 초래했습니다. 아마 대선이 끝난 뒤에 자유당과 바른당이 어떻게든 합쳐질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했을 텐데 최소한 국민의 눈치라도 보아야 할 선거 시즌에 이렇게 해버리는 똥배짱은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상식을 벗어나니 적폐입니다. 그 점을 망각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사실 자유당 입장에서는 "도로 새누리"가 대선에 유리하지도 않아요. 굳이 따지자면 2-3등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는 점 하나뿐이죠. 2등도 낙선이고 3등도 낙선인데 왜 무리수를 던질까요? 막상 그 속내는 자유당이 아닌 국민의당으로부터 듣게 됩니다. 안철수가 그랬죠. 문재인이 40%로 당선되어도 나머지 60%는 반대하는 거니까 국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거라고요. 즉, 문재인의 당선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순순히 인정하기는 싫고, "60%가 반대한 대통령"이라는 프레임으로 정부 출범 직후부터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겠다는 뜻인 겁니다. 그러려면 야당이 강해야죠. 자유당이 원내 1당이 되어야 할 이유가 그것입니다.
게다가 이제 개헌 국면이 기다립니다. 누가 당선되든 개헌 논의는 시작될 확률이 높은데, 이건 대통령과 정부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국회가 결정합니다. 즉, 개헌 논의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제1당이 되어야 합니다. 이래저래 자유당이 제1당이 되어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나라야 망하든 말든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현실적으로 홍준표의 집권가능성은 없고, 탄핵 유발정당의 발정제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2,3위를 한다는 자체가 이미 국가의 불행입니다. 그러나 홍준표가 영남 지역주의를 자극하여 다시 영호남 지역갈등을 유발하면, 문재인이 당선되어도 노무현 대통령처럼 발목만 잡히다 시간 보내지 말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바른당 철새들의 귀환은 영남 지역주의를 복원하겠다는 선언이고, 그 꼴을 구경만 할 수 없는 호남 지역주의도 한 곳으로 뭉쳐 결과적으로 영호남 갈등이 증폭되는 결과를 초래하겠다는 수작입니다.
12월에 뽑을 대통령을 7개월이나 당겨서 뽑습니다. 왜? 새누리당 정권의 부정과 무능 때문에요. 새누리당은 없어진 것처럼 포장했지만 "도로 새누리"가 스스로 커밍아웃했습니다. 그러면 심판해야죠. 왜 이 시기에 투표를 해야 하는가, 그 하나만 생각합시다. 벌써부터 "60%가 반대한 대통령"이라는 프레임을 준비하고 이합집산하는 저들의 사악한 마수를 명심합시다. 문재인이 당선되더라도 35%냐 45%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마지막 여론조사(약 40%) 등 일반적인 예상보다 더 많은 표를 얻으면 그건 정부 초기의 동력이 됩니다. 국회에서 여당의 힘이 약하기 때문에 국민을 동력 삼아 적폐를 청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추이보다 최종 득표가 적으면 반대의 결과로 이어집니다.
헬조선의 적폐는 하루이틀만에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수십년 동안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인권과 자유를 탄압하며 하나하나 쌓인 적폐입니다. 당연히 순순히 제 발로 내려올 리가 없습니다. 차기 정권이 적폐를 청산하려면 "압도적인" 힘이 필요합니다. 그건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촛불의 위대한 혁명이 완성되려면 압도적인 당선만이 유일한 해답입니다. (촛불이 싫으면 태극기 애국보수를 표방하는 기호 6번을 찍으시고.)
ps 1. 박근혜가 구속됐지만 아직 유죄 판결을 받은 건 아닙니다. 촛불의 원했던 세상은 아직 첫 발도 떼지 않았습니다.
ps 2. 홍준표가 자꾸 "샤이 홍준표" "샤이 보수" 나오라고 이야기합니다. 애당초 "샤이"가 있다는 자체, 즉 드러내놓고 지지하지 못하는 함량 미달의 후보라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것인데 스스로 그 부끄러움을 뻔뻔하게 이야기합니다. 아무튼 홍준표가 말하는 것이 결국 "박정희의 망령들"을 부르는 겁니다.
ps 3. 그 와중에 안철수도 "샤이 안철수"를 말해요.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라더니 아주 서로 자기가 함량미달이라고 경쟁하는 본새가 예술입니다.
ps 4. 심상정과 정의당이 계속 무리수를 던지는데, 아마 그들은 문재인이 30%든 35%든 당선만 되면 똑같고, 2등이 안철수냐 심상정이냐로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누구보다 적폐의 비상식,비논리,반민주성을 옆에서 보았으면서도 그렇게 안일하게 이야기하면 몹시 곤란합니다.
ps 5. 유승민은 홍준표보다 딱 손톱만큼만 나은 후보입니다. 할 말은 많지만, 동지들에게 배신당하고 딸까지 험한 꼴 당하는 게 안쓰러워 참을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