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10조원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포함해 20조원 이상의 재정보강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매년 추경 또는 재정보강에 나서고 있다. 2013년 역대 두번째 규모인 17조원대 추경을 편성했고, 이듬해는 세월호 참사 이후 대규모 재정보강을 실시했다. 지난해는 메르스 사태에 따른 내수침체를 극복하려는 추경이 있었다. 올해 추경의 명분은 구조조정과 ‘브렉시트’에 따른 경기·고용 침체 극복이다. 해마다 추경을 되풀이하는 것은 경제환경이 급변한 탓도 있겠지만 불과 6개월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잇따라 실패했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어제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경제는 흐름이 중요하고 정책은 타이밍이 생명”이라며 국회에 조속한 추경안 처리를 부탁했다. 추경은 경제 상황이 위급할 때 단행하는 만큼 신속히 처리하는 게 맞다. 그러나 정부가 왜 항상 응급처방만을 내놓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4년 내내 추경과 재정보강으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음에도 성장은 정체해 있다. 올해 하반기 20조원 넘는 추경·재정보강이 이뤄져도 성장률은 2.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경제가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그간 정부는 세계 경제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타이밍에 맞는 정책도 내놓지 못했다.
증세를 외면하는 현 정부 기조로는 땜질식 추경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세금을 더 걷지 않아도 정책 운용이 가능하다며 예산을 편성한 정부는 몇 달 뒤 경기가 침체했으니 추경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부 조세정책과 예산 편성 모두 잘못됐다. 경기진작을 위한 재정확대 정책을 쓰려면 증세를 포함해 세수를 늘리는 방안을 먼저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경기회복 정책을 펼 수 있고, 정부 재정건전성도 좋아진다. 이번 추경은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로 충당한다지만, 하반기에도 세금이 잘 걷힐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추경을 하기로 했다면 경기와 고용 침체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서민을 챙기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지난해 12조원 규모 추경을 편성하고도 민생 안정에는 턱없이 부족한 1조2000억원만 배정했던 것은 잘못이다. 올해 추경 편성의 근거라고 할 수 있는 대량실업 우려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실업대책은 일자리 확대뿐 아니라 질을 높이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국회는 일자리와 민생 추경이 되도록 철저히 심사해야 한다. 혹시라도 국회가 지역구 민원사업에 추경을 끌어다쓰는 구태는 재연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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