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평창 동계올림픽 끝나기
전에 논의 강조
흔히들 개성공단의 공신으로 세 명을 꼽는다.
먼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다. 개성공단은
정 명예회장이 1998년 소 1001마리와 함께 방북한 것을 계기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615 공동선언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2004년 12월 개성공단에서 첫 제품이 생산되기까지 북한과 미국, 중국을 오가며 실무를 담당했던 이가 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다.
정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7월부터 2006년 2월까지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그만큼 개성공단에 가지는 애착이 남다르다.
“개성공단 때문에 통일부 장관에 지원했다”고 말할
정도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면서 남북 고위급 대화가 시작됐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논의되지 않았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 의원은 “지금 개성공단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림픽이 끝나기 전에 개성공단을 논의해 남북대화를 죽 이어가자는 것이다.
왜 하필 개성공단이냐는 질문에 정 의원은 “다른
게 뭐가 있나”라고 되물었다.
이미 10년 이상 진행된 사업이고 개성공단에 다시
들어가고 싶어하는 남측 기업들이 있다. 5만4000명가량의 숙련된 북측
노동자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규모의 남북교류 사업이라는 것이다. 지난 1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 의원을 만났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1월 24일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 평창올림픽을 두고 “하늘이 준 축복”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론이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아이스하키 단일팀 관련해서는 정부가 서툴렀다.
단일팀은 느닷없이 결정된 게 아니다. 작년 무주
세계태권도대회에서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단일팀을 언급했다.
그런데 통일부나 문화체육부, 올림픽위원회 등에서
전혀 준비가 없었다.
선수들에 대한 설득과정도 없었다. 이런 과정이
생략됐기 때문에 대중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
- 얼마 전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과 함께 도라산을 찾아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평창올림픽만으로도 버거운데 개성공단까지 논의해야 할 필요를 느낄까.
“평창올림픽이 열리니까 모두 한국 정부의 입을 주목한다. 우리 정부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은 3월 중순에 끝난다.
개성공단이 재개되고 출근버스가 열리는 순간, 우리
정부의 영향력이 생긴다.
개성공단이 있을 때 한국의 역할과 위상은 개성공단이 닫혔을 때와는 천지차이다.
정부는 패럴림픽이 끝나기 전까지 세밀하고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 왜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개성공단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보나.
“정부가 개성공단 ‘연계전략’에 걸려 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개성공단을 거론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개성공단을 두고 유엔 안보리 제재의 틀 안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한 것은)
틀렸다.
개성공단은 원래 유엔 안보리 제재와 무관했다.
1차, 2차, 3차, 4차 핵실험 이후에도 개성공단에 출근했다.
당시에 청와대와 통일부도 개성공단은 북핵과 무관하다고 했다.
지금 우리 정부가 나서서 미국을 설득하고 유엔을 설득해야 한다.”
- 미국은 처음부터 개성공단에 반대했다. 어떤
방법으로 설득이 가능한가.
“2004년 당시 미국의 기조가
‘속도조절론’이었다. 지금과 비슷하다.
통일부 장관이 되자마자 2004년 8월,
미국 펜타곤을 방문해 도널드 럼스펠드 당시 국방장관을 만났다.
지도를 들이밀면서 ‘개성이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모른다.
개성의 위치는 상당히 중요하다.
DMZ에서 500m 떨어진 곳이 개성공단이다.
한·미동맹이 가장 신경 쓰는 게 뭔지 아나?
북한의 이상징후를 사전에 알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인공위성으로 분 단위로 사진을 찍고 초고성능 정찰기를 띄워서 감청을 한다.
게다가 DMZ에서 서울까지 거리가
60㎞밖에 안 된다.
평양은 DMZ에서 200㎞다.
서울이 결정적으로 불리하다.
하지만 개성에 공단이 들어가게 되면 원래 개성에 주둔하던 군대가 10㎞ 이상 북상하는 효과가 있다.
당시 개성공단 지역에는 북한 6사단,
2군단 포병여단, 이렇게 6만명의 병력과 화력이
밀집해 있었다.
그래서 개성에 공업단지를 건설하는 것은 군사전략안보산업이라고 럼스펠드 국방장관에게 말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거기에 대해 반론하지 않았다.”
- 개성이 그렇게 중요한 군사지역인데 북한은 왜 공단지역으로 내준 것인가.
“북한 군부의 반대가 심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615 공동선언의 핵심은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나간다’다.
북한은 그 정신을 실천하는 일환으로 개성공업지구에 합의했다.
또 하나는 북·미 대화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북미 대화가 이뤄져야 북한은 국제사회로 나갈 수 있다.
그리고 남한이 길을 열어주지 않으면 북미 대화로 갈 수 없다.
개성공단이 그 통로인 셈이다.”
- 북한은 이미 핵을 완성했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지금도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오려고 할까.
“2005년 6월 17일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6자회담에 나오라고
계속 설득했다.
끝내 대답을 안 하더라. 마지막에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핵 보유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답했다. 자구책이라고 했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관계가 정상화된다면 우리는
(핵을) 다 폐기하겠다. 한 알도 필요없다’고 했다.
‘한 알’이라는 단어를 썼다. 남측 국민은 북한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더니 잠시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쏟아낸 말이 ‘비핵화는
아버지의 유훈이오’라고 했다. 그런 말은 처음 들었다.
지금 북한은 핵을 ‘국가적 보검’이라고 한다. 그보다 상위개념이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
김정일이 내게 말했던 ‘유훈’이라는 말,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손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2016년
7월에 비핵화에 대해 언급했다.
전제조건을 언급하긴 했지만 비핵화 자체를 언급한 것은 국제사회로 나오겠다는 의미다.”
- 북을 국제사회로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남북대화로 가야 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데 꼭 개성공단이어야 할 이유가 있나.
“다른 게 뭐 있나?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남측) 기업들은 100% 다시 들어가길 원한다.
양질의 노동력과 낮은 인건비, 토지비용 등 개성공단에
가는 중소기업은 무조건 살게 되어 있다.
그리고 개성공단은 남북이 함께 하는 사업 중에 가장 규모가 크다.
그 안에서 매일 ‘작은 통일’이 일어났다.
남북대화와 통일을 위해 이것보다 더 좋은 사업이 어디 있나.
▲서울을 안전하게 지키는 군사안보적인 가치
▲남측 기업들이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돈을 볼 때 경제적인 관점
▲남북 대화로 이어지는 사회·문화적인 관점
▲동북아 정세에서 우리 정부의 주도권이 생긴다는 정치적인 관점. 이런 것들을 고려해보라. 개성공단을 닫아야 할 필요가 어디에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