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발표한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은 공공기관이 독점해온 전력 판매와 가스 도입·도매 업무를 민간에 개방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화력발전 정비와 전신주 관리, 전기용품 시험·인증, 하수도 기술진단 등의 업무도 민간이 맡게 된다. 방만경영으로 부실과 부채가 쌓인 공공기관은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그러나 민영화는 사회 전반에 끼치는 폐해가 적지 않으므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특히 필수 공공재 공급을 민간에 맡기면 시민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최근 사회문제로 불거진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야 할 공공부문이 거꾸로 외주화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전기·가스와 같은 공공재 판매를 민간에 개방해 경쟁체제로 바뀌면 요금이 올라갈 게 확실시된다. 지금은 발전 5사와 민간사업자가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이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해외에서 가스를 수입해 도매하는 업무는 한국가스공사가 독점하고 있다. 이들 공공기관은 정부 허가를 받아 가격을 결정한다. 민간업체는 초기 경쟁체제에서는 요금을 내릴 수 있지만, 이익 극대화가 목표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인상할 여지가 많다. 발전기 정비에 특화한 한전KPS 업무를 민간에 넘기면 ‘제2의 구의역 사고’를 불러올 수도 있다. 발전기 정비 경험이 부족한 민간업체는 한전KPS 출신을 채용해 일감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메트로가 지하철 스크린도어 정비업무를 은성PSD에 맡긴 것과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5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는 만큼 민영화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8개 에너지 공기업 상장은 사실상 민영화 전 단계로 봐야 한다. 공공기관의 업무를 뭉텅이로 민간에 떠넘기거나 민간자본을 대거 유치하는 것은 개혁이라고 보기 어렵다. 부채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공적 업무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아닌, 문제 자체를 제거한다는 점에서 ‘박근혜식 해법’일 뿐이다. 공공기관이 왜 부실해졌는지 꼼꼼하게 진단하고 특성에 맞는 각각의 처방을 내놔야 한다.
공공기관 개혁은 지배구조 개선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권이 내리꽂는 낙하산 인사의 놀이터로 전락한 현 상황에서는 공공기관 개혁을 도모할 수 없다. 부실이 심각한 공공기관의 배경에는 4대강 사업, 해외 자원개발 등 헛발질을 일삼은 정권과 무능한 낙하산 기관장이 있다. 낙하산 인사 관행을 근절하지 않으면 공공기관 부실은 되풀이될 것이다. 낙하산을 내려보내는 반칙을 계속하면서 공공기관을 개혁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