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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줘라! ◆▽ 2018-02-24 1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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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줘라!
독재자들이여, 탐욕스런 자본이여! 광장을 열어라.
 
백승종 칼럼   기사입력 2016/06/12 [09:37]

 

▲ 2002년 월드컵 당시 서울광장

 

1. 세계 유명 도시에는 어디나 이름난 광장이 있다. 뉴욕의 타임스스퀘어광장, 런던의 트래펄가광장, 파리의 콩코르드광장, 모스크바의 붉은광장, 베이징의 천안문광장 등이 있다. 우리 서울에도 이른바 서울광장이 있다. 이들 광장은 도시 생활의 중심지로서 갖가지 활동이 전개되는 무대다....

 

서양고대 문명의 첫 머리에 그리스가 있었다. 그것은 아테네를 비롯한 도시 국가의 연합이었다. 역사의 처음부터 그들 국가의 중심은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사는 도시였던 것이다. 통치자들은 도시 곳곳에 광장을 만들고, 자신들의 위업을 기념하는 화려한 조각품을 배치했다. 요샛말로 국정홍보요, 힘의 과시였다. 요컨대 광장은 인구가 최고로 밀집한 장소에 공을 들여 만든 특수공간이었다.

 

2. 역사적으로 볼 때, 서구의 광장의 기능이 다양했다. 그곳은 일상에 지친 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휴식하는 곳이자 사교와 오락의 장소였다. 또한 그곳은 교통이 대단히 편리하므로 장터 구실도 했고, 대규모 종교행사도 열리는 장소였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권력자들이 이런 광장의 쓸모를 몰랐을 리 없었다. 특히 악명 높은 독재자일수록 광장을 정치 무대로 적극 활용했다. 가령 히틀러나 스탈린 또는 마오쩌둥 같은 이는 초대형 광장을 건설해 놓고, 열병과 사열을 비롯한 대중시위를 연출했다. 한국의 박정희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여의도에 대규모 광장을 조성해 놓고, 해마다 10월이면 군인과 학생을 동원해 화려한 퍼레이드를 벌였다. 일제 군국주의 시대의 옛 풍경이 되살아난 듯했다. 아마도 그는 군국주의에 대한 자신의 향수를 아마 그런 식으로 달래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렇듯 광장은 권력자의 위세를 과시하고 대중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정치 공간일 때가 많았다.

 

3. 하지만 광장의 진짜 주인은 시민이다. 서구의 민주주의 역사에서도 광장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시민, 노동자, 여성의 피와 땀이 어린 투쟁의 장이었다. 우리의 현대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지금부터 29년 전에 일어난 6월 민주항쟁은 서울 시청 앞 광장이 주 무대였다. 그때 서울 도심의 회사원들은 점심도 거른 채 시청광장에 모여 군사독재에 항의했다. 민주화를 외친 그들 “넥타이부대”의 함성이 강물처럼 불어나자 독재 권력은 맥없이 무너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광장의 기적이 일어났다. 어느새 이름이 바뀌어 ‘서울광장’이 되어버린 과거의 서울 시청 앞 광장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심의 크고 작은 광장마다 시민들은 저마다 손에 손에 태극기를 들고 모였다. 이 자발적인 응원의 물결이 한 번 크게 일어나자, 사상 초유의 월드컵 4강 신화가 이뤄졌다. 옛말대로 민심은 곧 천심이다. 그리고 도심 광장은 민심이 천심으로 바뀌는 신성지역임을 증명하였다.

 

광장이 아직 민주주의의 성지로 기능하는 동안에는 그래도 나라가 태평하였고, 위아래를 가로질러 소통의 물결이 굽이쳤다. 그것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의 집무실을 지키던 시절이었다. 크고 작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민주주의의 기본가치에 충실하였다. 그들 대통령은 외세의 압박 속에도 불구하고, 남북 간의 직접대화를 이어가며 국가의 자존감을 키웠다.

 

4. 그러나 그것도 쉬 끝이 나고 말았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자 역사는 거꾸로 가기 시작했다. 재임 기간 중 이명박은 걸핏하면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을 폐쇄조치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것이, 그에게는 너무나도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2008년 초여름, 섣부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분노한 시민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광우병 쇠고기’를 질타하자, ‘명박산성’ 뒤로 숨어버렸다. 그 뒤로 이 용렬한 대통령은 시민들 앞에 다시는 당당히 가슴 편 채 나타나지 못했다. 그는 언제나 권력의 충실한 세퍼드로 되돌아간 경찰의 보호 아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유신공주’가 대통령이 되었다. 댓글 조작 소동도 있었고, 개표 조작의 혐의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한풀이에 급급한 한 인간이 청와대를 점령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말았다.

 

광장은 더 이상 열리지 못했다. 광장의 폐쇄가 해를 거듭하며 내리 계속되었다. 이것은 시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짓, 민주주의의 숨을 틀어막는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그러나 공주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한국 기득권층의 엄호세력인 조중동의 비호가 있고, 권력에 의해 사유화된 공영방송의 철통같은 정권안보가 유지되는 한 무엇이 문제겠는가.

 

백승종 

역사학자, 전 대학교수

5. 그래도 대한민국은 엄연한 민주공화국이다. 이제 결국에는 진부한 표현이 되고 말았지만,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땅의 권력자들에게는 무의미한 주장이겠지마는 역사의 진실은 그러하다. 독재자들이여, 탐욕스런 자본이여!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줘라. 주인의 가슴에 제발 다시는 피멍 들게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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