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더민주 측의 영수회담 제안을 두고 논란이 많은데요.
게다가 국민의당-정의당을 배제하고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야권 공조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존재합니다.
청와대 측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을 수락한다는 입장입니다.
혹자는 이렇게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지금 야당과 국민이 협심을 해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압박해야 하는 시점인데, 대체 무슨
꿍꿍이냐?"
실제로 국민의당과 정의당에서 내놓은 입장입니다.
게다가...
추미애 대표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하는데 앞장선 전과(?)가 있는지라,
대통령과의 단독회담 제안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영수회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어느 정도 두루뭉술한 '대통령의 2선후퇴'로 결론이 난다면,
야권은 물론, 국민의 여론 역시 분열될 수 있다는 위험때문에 우려가 되는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치는 일종의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더민주의 영수회담 역제안이라는 카드는 그리 나쁜 카드가 아니라고 봅니다.
1. 청와대 - 더민주 - 국민의당 및 정의당 간의 정치게임
(1) 청와대 측의 전략카드
저번주에 서울에서만 무려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촛불시위를 했습니다.
저도 그 시위현장에 나갔었습니다만..
그 규모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청와대가 보유하고 있는 실효적인 카드는 딱 한 개밖에 없다고 봅니다.
바로 '버티기 전략'이죠.
곧 있으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임기가 끝납니다.
현재 변변한 대선후보 하나 없는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반기문 총장이 유일한 구원투수입니다.
따라서 청와대와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얼마 안남은 2016년, 즉 1달 반만 이 악물고 버틴 다음 반기문 총장을 영입하면 탈출구가 열리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전략이 되겠죠.
실제로 대통령의 역대급 충견인 이정현 대표는..
"내년 1월 중에 조기 전당대회를 하겠다"
라고 공언하면서 반기문 총장이 올때까지 버티겠다는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물론...
그 전에 새누리당이 분당되어 쪼개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요.
(2) 국민의당 및 정의당의 전략카드
국민의당, 정의당...
사실 이 두 정당은 참 눈물이 앞을 가리는 정당들입니다.
즉, '대권과는 거리가 먼'정당이라는 의미입니다.
국민의당의 경우..
안철수 의원이 대통령 후보로 나간다면 1997년 대선에서의 이인제, 2007년 대선에서의 이회창 역할을
할 수는 있겠으나..
지금 지지율 추이로만 본다면 차기 대권은 거머쥐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 대선은 혹시 또 모르겠지만요.
정의당의 경우는....
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렇다면 이 두 정당이 존재감을 과시하여 이익을 얻는 방법은 무엇이겠습니까?
지금의 정국혼란을 수습하고 정국을 주도하는 전략?
아니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발목잡기식 대치를 이어가는 전략?
위 두 정당의 경우..
첫 번째 전략은 내세울 필요도 없거니와, 내세울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더민주라는 제 1 야당이 있기 때문에 정국 주도권도 얻지 못할 뿐더러, 청와대로부터
정국 주도권을 얻는다 해도 의석수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강대 강 발목잡기식 대치를 이어감으로써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입니다.
(3) 더민주의 전략카드
반면..
차기대권에 유력한 더민주는 사정이 다릅니다.
국민의당 및 정의당과 야권공조를 하여 대통령의 하야 및 탄핵 정국까지 대치를 한다고 가정합시다.
이렇게 되면 야권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두 가지입니다.
1) 대통령이 자진 하야할 때까지 국정운영의 정상화를 막으면서 대치를 이어가는 전략
2) 그래도 하야 안할 시 대통령 탄핵소추 전략
이 중에서..
2)번 탄핵 전략은 그야말로 너무 위험한 도박입니다.
특히 더민주 추미애 대표가 과거 탄핵소추의 쓴 맛을 경험한 바 있는지라 더 잘 알겠죠.
아무리 대통령의 지지도가 최악이라고 해도..
탄핵소추 카드를 함부로 들 수는 없습니다.
보수층 재결집은 물론, 역풍까지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더민주가 취할 수 있는 카드는 1)번 전략 뿐인데요.
이게 과연 효율적인 전략일까요?
아직까지는 괜찮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연말이 다가오고 2016년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까지 국정운영이 마비되는 상황을 이어간다면,
이를 '야당의 발목잡기'로 보면서 이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점차 커질 우려가 있습니다.
즉,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공백이 장기화될 수록 야당이 불리해진다는 뜻입니다.
물론, 차기 대권과 관련이 없는 국민의당 및 정의당은 이에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총선과 지방선거만 신경쓰면 되거든요.
당장 타격을 받는 측은 바로 차기 대권을 노리는 더민주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틈타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발목잡기식 국정혼란을 부추긴다'
이러한 인식을 중도 보수층들이 서서히 갖기 시작하는 순간..
더민주는 국정 주도권을 청와대 및 새누리당에 다시 빼앗기게 되며, 차기 대선에도 영향을 받게
되겠죠.
물론 이러한 상황이 오는 순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진상조사 및 처벌은 더더욱 어려워질
가능성 역시 농후합니다.
따라서...
더민주는 국민의당 및 정의당과 야권공조를 하면서 계속 대치만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국정공백은 메우는 시늉을 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추미애 대표가 단독으로 영수회담을 역제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국민들에게 '우리는 발목잡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라는
제스처를 어필하려는 취지인 것이죠.
따라서 더민주의 영수회담 역제안 카드는 일단 최선의 카드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2. 영수회담 이후의 바람직한 결론은?
그렇다면..
영수회담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갈 것이며, 결론은 어떻게 날까요?
아니 그전에.. 추미애 대표가 대통령에게 요구해야 할 사안은 무엇일까요?
일단...
더민주가 대통령에게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통령의 2선 후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
지금까지 겉으로만 보면 대통령이 사과도 하고 검찰조사 수용에 거국내각 수용, 야당에서 총리추천
등등 많은 것을 양보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정작 중요한 '대통령의 권한을 어디까지 내려놓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대통령의 양보가 다 헛된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우리나라 헌법 제 86조는 국무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때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죠.
따라서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내세우지 않는 이상,
책임총리니 거국내각이니 대통령의 2선후퇴니 이런것은 전부 무의미한 헛소리에 불과하게 됩니다.
그래서 야당 측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이양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계속 요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영수회담에서 아마 이러한 내용이 오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진정성 있는 대통령의 2선후퇴라는 더민주의 전략카드는
국정혼란도 수습하고, 정국 주도권도 받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카드라고 봅니다.
3. 결 론
물론..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더민주의 전략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 국민의당 및 정의당이 제시하는 '끝까지 투쟁'전략이 가슴에 와닿을 뿐만 아니라,
100만 촛불의 순수한 마음을 더민주가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 챙기기에 이용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합리적이고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일단 국민의당에서 요구하는 탄핵소추 논의는 절대 있어서는 안됩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 역풍도 만만찮을 뿐더러, 보수층이 다시 재결집하여 등을 돌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할 가능성 역시 상당히 낮습니다.
애초에 하야할 용기가 있는 대통령이었다면 최순실이라는 비선실세가 나오지도 않았겠죠.
그렇다면 결국 이대로 100만 촛불민심에 의존해서 강대 강 대치를 이어간다?
과연 내년, 아니 당장 다가오는 연말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될까요?
이러한 국정공백이 장기화되면, 분명 중도 보수층들이 등을 돌리면서 엄청난 규모의 촛불민심은
점차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수도 없거니와, 언제 사그라들지 모르는 촛불민심에만 의존하여
아무 대안도 없이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한때 총리 후보였던 김병준 내정자의 말처럼 분명 뭔가는 대책으로 내놓아야 합니다.
그 대책이 바로 '대통령의 진정한 2선후퇴'가 될 듯 합니다.
즉, 대통령이 명백한 기준에 의해 권한을 거의 내려놓고 야당이 정국을 운영하면서
대통령과 최순실 및 그 측근들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를 이어가야 합니다.
추미애 대표의 영수회담 역제안 카드는 이러한 점에서 상당히 실효적이고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