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 도움 될 학문을 하자
다산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였습니다. 실학자들은 각자의 전문부분에 온 힘을 기울여 어떤 분은 이용후생(利用厚生)의 부분에 뛰어난 학설을 수립하였고, 경학(經學)과 정치 경제학에 뛰어나 경세치용(經世致用)학으로 일가를 이룬 분들이 있지만, 실학에 관한 모든 분야를 아울러 실학의 집대성(集大成)학자로 칭송받는 분이 바로 다산이었습니다. 우선 경학(經學)에 있어서도 자기 이전의 정주학(程朱學)을 훌쩍 뛰어넘어 ‘성즉리(性卽理)’라는 관념과 이론의 세계를 ‘성즉기호(性卽嗜好)’, 경험과 실천의 논리로 재해석하는 혁명적 변화를 추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치·경제학의 저서, 즉 경세학(經世學)의 대표적인 『경세유표』와 『목민심서』는 현실 정치에 바로 도움이 될 정책을 제시한 국가개혁의 마스터플랜이었으니 탁상공론의 이론서가 아닌 실천 가능한 정책대안이었습니다. 『경세유표』는 1817년에 저술이 완료되었고, 『목민심서』는 1818년 끝마친 저서여서, 금년은 『경세유표』저술 200주년의 해이고, 내년은 『목민심서』 저술 200주년이 되는 해가 됩니다. 오래전에 위당 정인보는 다산 학문의 양대 축인 경학과 경세학에 대한 논평을 통해, “선생의 경학을 곧 법정(경세유표·목민심서)으로 보는 것이 실로 선생의 진수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라고 말하여 경학이나 법정이 모두 현실 정치에 직접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기 위해서 저술한 책이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다산은 경학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모든 경(經)은 ‘일용상행(日用常行)’에 실익이 없고서는 경의 풀이로서는 옳지 않다는 해석을 내렸습니다.
“오늘의 사람들은 성(性)이라는 글자를 치켜세워 하늘처럼 큰 물건으로 받들고 태극음양설(太極陰陽說)에 혼합하고 본연기질(本然氣質)의 논리에 섞어서 묘망(渺茫)하고 유원(幽遠)하고 황홀(恍惚)하고 과탄(夸誕)하게 하고는 자기 자신은 털끝 하나까지 명확히 분석하여 하늘이나 사람에 대한 발설할 수 없는 오묘한 비밀을 찾아냈다고 하지만 끝내는 일용상행의 법칙에 보탬이 없으니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今人推尊性字 奉之爲天樣大物 混之以太極陰陽之說 雜之以本然氣質之論 眇芒幽遠恍忽夸誕 自以爲毫分縷析 窮天人不發之秘 而卒之無補於日用常行之則,亦何益之有矣:『心經密驗』)라고 말하여 명확한 실체도 없고(渺茫) 멀고 아득하며(幽遠) 황홀하기만 하고(恍惚) 과장되고 허탄한(夸誕) 성리학의 문제점을 폭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다산의 주장처럼 허황된 논리나 황홀하지만 과장되어 진실성이 없는 정책 따위야 모두 씻어내 버리고 이제는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현실적 대안을 찾아내야 합니다. 200년 전의 다산의 생각으로 돌아가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고 실제의 국익에 보탬이 될 실천위주의 정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과거로 회기 하는 구체제 복원의 미망에서 벗어나야 하고, 개발독재라는 환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21세기형 민주공화국 내용에 적합한 새로운 프레임을 짜낼 때가 지금입니다. 관념의 세계에서 행위와 실천의 논리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던 다산의 정신을 제대로 꽃피게 해야 합니다.
박석무 드림
글쓴이 /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실학박물관 석좌교수
· 전 성균관대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