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원이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혀 공개처형(?)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국회법 통과시켰더니 박근혜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승민을 배신자라고 규정지었습니다. 그 "배신자"를 심판하라는 명령을 이행하느라 새누리당의 공천은 난장판이 되었고 선거를 말아먹었지요. 과반수는 당연하고 개헌선도 돌파한다는 전망이었는데 최고존엄의 명령을 이행하다가 원내2당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그런데 당시 국회법의 핵심이 무엇이었을까요? 한 마디로 요약하면 "시행령 남발하지 말라"는 겁니다. 뭔가를 하려면 법을 만들어 법대로 해야 되는게 상식입니다. 하물며 당시 새누리당이 과반수였기 때문에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법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법을 만드는 대신 행정부가 시행령을 남발하며 시행령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려 합니다.
이건 국회의 존재 자체를 개무시하는 것이기에 여당도 무시당한 겁니다. 그래서 유승민 원내대표가 야당과 합의해 이런 난장판에 제동을 걸려 했더니 박근혜가 거부권을 행사하고는 배신자라고 규정지은 겁니다. 그 속내가 뭐겠습니까. 여당은 청와대 "따까리"니까 시키는 것만 하면 되는데 건방지게 여당의 역할을 하겠다고 법을 만들었으니 배신자라는 것이죠.
이재명 시장이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경기도 6개 도시의 지방세 수입을 빼앗아 다른 지자체에 나눠주는 것에 반대하는 겁니다. 지방재정개편안은 금액으로 따지면 5000억 이상의 세금의 용처가 결정되는 매우 중대한 결정인데, 이게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것도 아니고 여당의 날치기로 통과된 것도 아니고 또 시행령입니다.
입법부가 법을 만들면, 행정부는 그 법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고, 법을 어기는 자는 사법부가 처벌하는 것이 교과서에서 배운 삼권분립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입법부가 법을 안 만들고 행정부가 시행령을 만들어 그것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는게 반복됩니다. 삼권분립의 훼손이지요.
게다가 행정부가 법[法]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治]하라는 것이 법치주의인데, 법이 아닌 시행령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는 이런 "령치주의는" 법치주의의 훼손이기도 합니다. 지자체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정부에 종속시키려는 것이니 국민자치의 훼손이기도 합니다. 모두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데, 박근혜 정부는 철저히 역행하고 있습니다.
지방재정개편안이 국가를 위해 옳은 것이라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법을 만들거나 고치면 됩니다. 새누리가 다수당이 아니라서 안 되요? 그러면 다수당일 때는 왜 안 했는데요? 그냥 국회는 필요없다는 것이지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기능 자체를 아예 개무시하는 정부의 오만방자한 발상은, 결국 국민을 무시하는 겁니다. 그러지 말라던 유승민 의원을 배신자로 찍은 것은 국민을 배신자로 찍은 겁니다. 그래서 국민이 심판했으면 정신차리고 듣는 시늉이라도 해야 되는데 시늉조차도 없습니다.
이재명 시장의 단식은 또 다른 "배신자"의 항명입니다. 최고존엄의 심기를 거스르고 감히 "령치주의"에 도전하는 "배신의 정치"입니다. 그래서 이재명 시장의 단식은 중요합니다. 보나마나 수구언론과 댓글원은 이 시장이 돈 때문에 단식하는 것으로 몰고 갈 것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것, 훼손된 민주주의 기본 원칙의 수호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