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를 향한 변론
섬마을 주민의 선생님에 대한 성폭행사건이 있었다. 내 고향에서 벌어진 일이다. 먼저 피해를 입은 선생님의 심신의 안정과 쾌유를 빌며, 다수의 개인에 대한 성폭행이란 점에서 쉬쉬해서도 안되고, 그런한 문제의 재발 방지를 논의하기 위해 공론화 해야할 사건임이 분명하다는 것을 밝힌다.
아쉬운 점은 성폭행 사건의 핵심을 빗겨 자꾸 지역혐오를 조장하는 언론이다. 섬이라는 고립된 지역의 폐쇄성이 사건의 해결과 문제의 본질을 보는데 무시해야 할 부분은 아니다. 그러한 고립성을 고려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는 것이므로 그 부분을 논외로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론의 포커스는 섬이라는 특수성에 더 주목하도록 아젠다를 생산하고 있다. 본질은 다수의 개인에 대한 성폭행이며, 도서지역의 치안과 환경에 대한 문제다. 다수의 개인에 대한 성폭행은 섬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선생님들의 안전 문제도 섬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러한 사건의 방지를 위해선 다른 부분을 보아야 한다. 강자와 약자, 다수와 개인, 성폭행에 대한 관대한 처벌 등 주목해야할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어제 종편 기사를 보면, 관사의 쇠창살이 생기기 이전과 이후의 사진을 비교하며 그 관사에서 이전에도 사건이 있었던 마냥 추측성 보도를 하는가 하면 주민들의 인터뷰에서도 자극적인 내용만 발췌해 지역혐오를 더 조장한다. 오늘 다른 언론의 다른 선생님의 인터뷰를 보면 다른 지역의 관사에서 침입 문제가 있어 미봉책으로나마 여러 지역 관사보수를 한 것인데, 마치 그 관사에서 이전에도 사건이 있었던 마냥 보도한다.
또 시골 주민들이 얼마나 냉철한 시선을 갖겠으며, 언변 또한 논리적이겠는가? 안타까움과 선생님에 대한 죄송스런 마음에 대한 보도는 없고 생계에 대한 염려부분을 보도하는 언론의 얍삽함이 불쾌하다. 또 마을 주민의 그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 요청서에 대한 얘기는 주목하지 않고 특정 주민의 발언을 통해 마치 섬마을 자체가 문제인냥 선동하는 패널의 발언은 언론의 대담에서 나올만한 발언으로는 문제가 있다. 그 패널은, 한 주민이 폭행을 당한 여공무원의 행실을 문제 삼는 것을 듣고 섬마을이 문제라 한다. 그 주민의 사고는 섬사람만의 문제가 아닌 남성의 여성에 대한 성폭행 사건 때마다 문제시 되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문제인 것을 편협한 논리로 섬마을이 문제라니;; 그 패널이 여변호사였으므로 여자 변호사는 비논리적이다라고 바라보는 시선과 뭣이 다르겠는가.
이 사건의 보도 직후 바로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를 했었다. 자식 보기도 부끄럽다며, 그 가해자들에 대해 나쁜놈들이라 하셨고 선생님의 안위를 걱정하셨다. 그 지역 주민도 사람이며 딸자식 가진 부모들이시다. 어찌 가해자들을 옹호하겠는가? 당장의 생계와 지역의 이미지에 대한 염려는 부차적으로 따를 수 있는 것을, 사건은 외면한 채 생계만 염려하는 사람들인냥 호도하는 부분은 언론의 반성해야할 지점이다.
엊그제 민언련의 종편 모니터링 결과,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를 통해 종편의 도를 넘는 시청률 장사를 지적한 기사가 있었다. 어떤 사건은 나무는 못보고 숲만 보고, 어떤 사건은 숲은 못보고 나무만 보는 우리 언론의 뉴스 생산이 안타깝다.
끝으로 예부터 유형의 땅이었으며, 7,80년대 노예의 섬이란 딱지를 단 흑산도는 내가 나고 자란 곳이며, 8, 90년대 육지에서 학교를 다녔던 내게 그러한 시선은 가혹했다. 뱃사람들과 술집 작부를 늘상 보며 지냈던 유년은 그리 가혹하지 않았고. 소외된 이들을 평등한 눈으로 바라보며 함께할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길러준 곳인데도 말이다. 태풍으로 며칠간 고립된 뱃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기도 하고, 술집작부는 언니 누나라 불리며 우리와 가깝게 지내기도 했다.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던 그들과 서로 허물없이 사람 대 사람이었던 곳이다.
낙도라는 특수성이, 소외된 이들의 아픔을 이용한 작태도 있었을 것이지만, 인권이 경외시 되던 시절 그러한 사건은 형제복지원 사건 등 섬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있었다. 그 또한 특정 지역이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다. 이번 일의 가해자가 내 가족이 아니니 일반화 말라며, 무관하다는 자세이고 싶지는 않다. 내 고향의 일이며, 섬이라 고립된 공동체 간의 유대감이 낳는 문제 등은 오래 전부터 아쉽고도 아쉬운 개선되어야할 문제다. 이미지에 타격이 가 생계에 지장이 갈지라도 지역의 폐쇄성 문제가 영향을 줬다면 매 맞을 것은 맞고 거듭나야 한다. 허나, 이번 사건을 섬공동체의 인식과 문화에서 비롯된 것처럼 호도하고 마치 몇몇 영화에서 보여진 것처럼 섬은 인간의 악마성과 폭력성이 용인되고 양심까지도 왜곡시키는 곳으로 매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덧붙여 소외된 이들에 대한 편견의 시선을 거두고 함께했던 내 유년의 고향에 대한 애정으로, 지금도 경제 문화에 소외될 수밖에 없는 격오지에 대한 염려로 이 글을 쓴다. 하루 빨리 그 선생님의 쾌유를 빌며 격오지의 치안에 대한 대비와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한 하위의식, 인권문제 등이 정비되고 성숙해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