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래저래 참 야속한 하늘이다.=
그 해 내 나이 열서너 살 때
1967년에 이어 1968년 내내
흰머리 늙은 노인들이 평생을 살아오면서
상상하지 못했던 처음 보는 가뭄을 겪으면서
자고나면 동구 밖 길거리와 마을에서
굶주림과 질병으로 사람들이 죽어 나갔었다.
그로부터 꼭 50년 만인 2017년 여름
똑같은 가뭄을 다시 격고 있는 지금은
과학의 발달과 수리시설의 확충으로
반백년 전 그 해처럼
어쩌다 마른하늘에서 소나기라도 내리면
서로 먼저 자기 논에 물을 대려는 물꼬 싸움으로
삽으로 맞아 죽었다는 사람들이 없고
민생을 위한 국가사회안전망으로
굶주려 죽었다는 사람들이 없으니
우리나라가 많이도 좋아졌고
우리 사는 시절이 좋은 세상이 분명하다.
그러나 다시 겪는 지독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산하대지의 초목들은
시원하고 넉넉하지는 않아도
목마른 갈증을 해소할 물을 마시고 싶고
강물은 기운차게 흐르고 싶은데
모처럼 내리는 비는
목마른 대지의 갈증을 해소하고
바닥을 보이고 있는 강물을 채우기는커녕
우산도 없이 서둘러 들일을 나온
산동네 아낙네 속옷도 적시지 못하고
강 건너 산마루 운무로 그쳐버리니
어찌할 고
이래저래 참 야속한 하늘이다.
부정부패 없는 참 맑은 세상을 위하여
2017년 6월 27일 섬진강에서 박혜범 씀
사진설명 : 비 그친 창문 밖 국사봉에 드리운 운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