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에서 지난 20일 사고로 숨진 하청업체 노동자 4명의 사인이 폭발에 의한 질식사로 확인됐다. 탱크에서 폭발이 일어난 뒤 노동자들이 유독가스 흡입이나 산소 부족으로 사망했다는 의미다. 결국 환기 장치가 제대로 가동되고 송기 마스크가 구비됐다면 참변을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노동자들의 명복을 빈다.
숨진 노동자들은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내부 탱크에서 도장(塗裝)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페인트에서 나온 인화성 유증기가 배출되지 않고 탱크 안에 쌓여 있다가 폭발한 것이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위험한 일을 가난하고 힘없는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안전관리엔 뒷전인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인 산업 구조에 있다. 선박 도장은 대표적인 3D(위험하고 어렵고 더러운) 작업이다. 사고가 일어난 탱크는 갑판과 좁은 통로로 연결돼 있는 가로 7.3m, 세로 3.7m, 깊이 10.5m 직육면체 공간이다. 숨진 노동자 4명은 이곳에서 독한 페인트 냄새를 맡아가며 칠 작업을 했다. 여름철 높은 기온과 습도로 일반인은 단 1분도 견디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노동자들은 공기 단축을 위해 휴일에도 쉬지 않고 일하다 변을 당했다. ‘위험의 외주화’로 조선업은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죽음의 작업장이 된 지 오래다. 지난 5월1일 삼성중공업에서는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타워크레인에 깔려 숨졌다. 지난 3년간 300인 이상 조선업 현장에서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 중 하청 비율이 88%에 이른다.
조선업종에 만연한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도 문제다. 최근 한진중공업은 하청업체들에 ‘선시공 후계약’을 강요하고 이마저도 후려치기 식으로 공사비를 깎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됐다. 선시공 후계약은 공사가 끝난 뒤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원청 대기업의 대표적인 ‘갑질’이다. 한진중공업은 공정 지연으로 발생한 하청업체의 추가 인건비도 인정하지 않고, 공사가 끝났는데도 하자이행보증금을 하청업체에 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원청 기업의 횡포는 하청업체의 경영난으로 이어져 산업 생태계 맨 바닥에 있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 감소와 근로조건 악화로 최종 귀착된다. 하청 노동자들은 힘들고 궂은 일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위험의 외주화와 원청의 횡포를 막는 것이야말로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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