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만난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가수 인순이씨가 못내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인순이씨는 지난 11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미 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 개막 무대에 설 예정이었다. 이날 행사에서 인순이씨를 비롯해 연예인 6팀이 축하 공연을 하기로 돼 있었다. 안 시장은 행사 직전 뭔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보고를 들었다고 한다. 연예인 6팀 중 인순이씨와 록밴드 크라잉넛 등 2팀밖에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토머스 밴달 미 8군사령관 등과 함께 있던 안 시장은 좌불안석이었다고 한다. 시 간부들은 출연자 대기실에서 울먹이는 인순이씨를 지켜보고 있었다. 인순이씨는 "내 아버지도 흑인 병사였지만 (앞으로 닥칠 일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사과했다고 한다. 안 시장은 "연예인들이 얼마나 겁박을 받았으면…"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일부 좌파 단체들이 이 행사에서 공연할 예정인 연예인들의 소속사에 협박 전화를 걸고,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온갖 공갈·비방 등을 퍼부은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가수 인순이씨가 지난 10일 오후 6시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슈퍼콘서트’ 무대에 올라 “노래를 못 하게 돼 죄송하다”며 관객에 사과하고 있다(왼쪽). 인순이씨 다음으로 무대에 오른 록밴드 크라잉넛 멤버들도 “이렇게 많은 관객 분들이 와주셨는데 공연을 못 하게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추계E&M
안 시장과 의정부시는 작년 10월부터 이 행사를 준비해 왔다. 미 2사단은 한·미 동맹의 상징 같은 부대다. 2사단은 6·25전쟁 때 부산에 가장 먼저 도착하고, 평양에 처음 입성한 부대다. 2사단 소속 장병 7094명이 숨졌고, 1만60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실종자 186명은 아직 그 유해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1965년 의정부에 자리를 잡은 미 2사단은 북의 도발을 막아내는 최일선 부대였다. 현재 한반도에 있는 유일한 미군 전투 사단이 바로 2사단이다. 그 2사단이 내년이면 새로 지은 평택 미군 기지로 떠난다.
안 시장은 "정말 선의(善意)로 송별 행사를 준비했다"고 했다. 여야가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의회의 심의와 승인을 거쳤고, 경기도의 지원도 받아냈다. 안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진보'를 자처하는 좌파 단체의 생리를 나름 잘 아는 정치인이다. 그런 안 시장도 이번에 벌어진 좌파 단체들의 반미(反美) 행태는 용납하기 어려운 듯했다. 그는 "52년간 의정부와 함께 지내온 미군에 대해 우정과 송별의 의미를 담은 행사도 제대로 못 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안 시장은 이 좌파 단체들을 "해괴망측한 정치 세력"이라고 불렀다.
그가 말한 '해괴망측한 세력'은 사실 극소수다. 이날 행사장 주변에서 시위를 벌인 좌파 단체 회원은 20명 안팎이었다. 반면 3500명 넘는 관객이 이 송별 행사를 보기 위해 의정부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미군 병사 400명도 함께했다. 행사 관계자는 "한 줌도 안 되는 반미 단체의 주장에 의정부시 전체가 8개월가량 준비해온 한·미 우정의 행사가 차질을 빚은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이런 일이 이번이 마지막일까. 안 시장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이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