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운 밤이다.=
1987년 3월 3일 오전 조계사 앞에서 거행된 박종철군 49재와 고문추방 국민대행진에 참가하여, 허공에서 터지는 최루탄 가루를 뒤집어쓰고, 쉴 새 없이 눈물과 콧물들을 쏟아내며, 찬바람 속을 헤매던 일들이 엊그제만 같은데, 벌써 29년이 흘렀다.
오늘 2016년 11월 12일 밤 실덕한 박근혜대통령 퇴진을 위해서, 광화문광장에 모인 수십만의 군중들이 밝힌 촛불과, 최루탄과 단발마의 비명이 없이, 시위 군중들을 보호하고 있는 경찰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는 방송으로 보고 있으려니, 가슴에 만감이 교차한다.
늘 폭력적인 불상사로 끝을 맺던 시위문화가, 성숙한 시민정신을 바탕으로, 평화적인 시위문화로 자리한 것은, 분명 또 다른 변화이며 새로운 희망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참 기쁘다.
30년 전 그때와 지금의 상황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추산을 할 수 없는 전국에서 모인 수십만 명의 국민들이, 불의한 박근혜정권을 향해서 벌이는 평화적 시위는, 새로운 시위문화의 선도이며, 이것으로 우리 국민들은, 무능하고 부패한 박근혜정권에 승리한 것이며, 문명한 인류사회를 향하여,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세운 자랑스러운 날이다.
국가와 국정을 사유화해버린 불의한 박근혜정권을 향한 투쟁을, 정의를 사랑하는 평화의 촛불로 바꾸고, 치솟는 분노의 외침을 아름다운 노래로 바꾸어버린 오늘 11월 12일은, 살아있는 민주주의로 국민들이 승리한 날이며, 새로운 역사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끝으로 화면이 비춰지고 있는 여야 정당의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젊은 박종철이 억하고 죽었다는 29년 전 그때나, 전국에서 모인 수십만 명의 국민들이 광화문에 모여, 불의한 박근혜정권을 탄핵하고 있는 지금이나, 여전히 비겁하고 비굴하고 야비한 승냥이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참여한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아닌, 전문적인 시위 선동꾼들과, 정치인들의 정략적인 선동은 아쉬웠지만, 그들의 선동에 흔들리지 않고, 시종일관 비폭력으로 평화롭고 정의로운 촛불을 밝혀, 무능하고 부패한 박근혜정권을 심판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한없이 자랑스러운 밤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물로 흘러 바다로 가는 강물처럼, 오늘밤 숭례문에서 광화문까지,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사상 최대의 촛불로 강물을 이룬, 국민들이 주인인 나라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운 밤이다.
통합과 화합의 강 섬진강에서
2016년 11월 12일 박혜범 씀
사진설명 : 세상을 걱정하며 찾아오신 귀인이, 아침이 오는 섬진강 강가에 서서,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