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자금세탁 우려국’ 지정과 朴정부의 外交 책무
미국 재무부가 1일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국’으로 지정한 것은 그대로 실행되면 북한에 엄청난 실질적 충격을 주게 된다. 국제금융망 접근이 전면 차단되는데, 북한이 해외에 파견한 근로자들의 급여는 물론 심지어 해외 북한 공관의 자금조차 은행을 통한 송금이나 결제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근로자 착취나 불법적 달러 벌이를 하더라도 현금 보따리로 수송해야 하는데, 주재국은 물론 경유국에서 모두 이를 제재할 수 있다.
이번 우려국 지정은 지난 2월 18일 발효된 대북제재법(H.R.757)의 후속조치로서, 북한의 자금줄을 전방위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미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국제사회에도 북한과의 금융 거래를 차단해 줄 것을 공식 촉구함으로써,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까지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도 사실상 시작됐다.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 사태 당시 북한 측은 ‘피가 마른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특정 금융기관이 아니라 ‘북한과의 거래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제재 강도(强度)만큼 그 의지 역시 강력하다. 미 재무부가 이번 조치를 예상보다 앞당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난 1일에 발표한 것은 중국의 확고한 제재 동참을 요구하는 측면도 있다. 6∼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런 초강력 조치가 아니더라도 러시아·스위스·우간다 등도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국제 공조가 더 강력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박근혜정부가 앞장서 노력해야 한다. 미·중간에 북핵을 뛰어넘는 전략적 기싸움이 벌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런 외교(外交)는 눈에 띄질 않는다. 개성공단 폐쇄라는 어려운 결단을 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2일은 유엔 안보리 결의 제2270호에 따른 제재 이행보고 마감일이다. 대한민국이 앞장서서 보고하고 다른 국가들이 제때 보고할 것을 설득·촉구해야 한다. 대북 봉쇄망을 더 촘촘히 짜는 데 앞장서야 할 책무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