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바쁘게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 박경수 장학사의 넥타이를 매어주면서 아내가 묻는다.
“오늘은 어디로 가노?”
“어제 엄궁국민학교에서 교장이 처녀여교사에게 심한 말을 하였다고 난리가 나서 수습하러 가야해!”
“여교사 부모들이 더 난리인데 잘 달레면 고물이 떨어지겠지.”
“그러면 원피스 하나 사줘!”
“알았어. 다녀올게!”
“잘 다녀오세요.”
그는 부산진 교육청에 들러 사환으로 일하는 여자애에게 소리쳤다.
“김양아! 커피 한잔 타온나.”
이 아기씨는 속으로 입을 삐쭉거리면서도 (“지가 타무면 안 되나?”) 커피를 타서 가져다주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요새 김양이 예뻐졌어. 누구 좋아서 만나는 남자 있나 보다.”
그리고 그는 이런저런 업무를 서둘러 처리하고 사환에게 정기사에게 연락하라고 이야기하였다.
잠시 후에 현관으로 나가니 정기사가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하고
“영감님 타시지요.”
하면서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오늘은 어디로 모실까요?”
“일단 엄궁국민학교로 가자. 길은 알지?”
지도를 살펴본 후 정기사가 입을 열었다.
“대충 알겠습니다. 그런데 길이 좁고 험하네요.”
출발하여 얼마 가자 시골길이 나타나고 산 옆으로 난 좁은 길에 들어섰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트럭이 불쑥 나타났고 피하려고 애쓰다가 차가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전복된 차에서 트럭 운전사의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나온 정기사가 ‘영감님? 괜찮은교?’ 하며 차안을 살피니 창문에 박장학사의 목이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부랴부랴 근처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늦어 절명한 후였다.
집에서 원피스만 생각하고 있던 아내가 새파랗게 질려 병원으로 달려와 대성통곡하면서 옆에서 눈치만 살피고 있던 정기사에게 온갖 욕을 퍼부어 듣는 사람들이 민망할 정도였다.
사건을 조사하던 순경들과 출입기자들이 정기사를 닦달해 보았지만 별 소들이 없자 사고로 종결시키고 장례식을 치르도록 하였다.
장례식장에 모인 동료 교사, 장학사들이 음식과 술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죽은 박장학사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그가 평소에 하도 행동을 개차반으로 하여 별로 슬프지도 않는군.”
“그렇지 저기 앉은 제자들 이야기에 의하면 수업 중에 때리고 욕하고 하는 등의 채벌이 심했다는군. 심지어는 나중에 복수할까하는 제자들도 있었던 것 같아.”
“그런데 실력이 있어 과외지도를 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군. 그리고 그 돈으로 아부하여 장학사 자리를 얻었다는군.”
이야기가 무르익자 평소에 교회에 다니자고 전도하던 한혜숙 교사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가 곰곰이 생각하봤는데예. 하나님이 욕심을 과하게 부린 박장학사님을 q벌한 것이 아닐까예. 톨스토이가 지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나오는 죽음의 천사는 단지 죽은 후에 영혼을 수습하지만 이렇게 악한 무리들을 심판하는 천사들이 있지 않을까요?”
“여기서 까지 전도하다니 심하군.”
“그게 아니고예. 지금도 우리들을 감찰하시고 계신 하나님께서 천사들을 보내 나쁜 무리들을 조사하고 벌을 내리시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예. 듣기로는 목이 창문에 끼었다고 하던데예. 평소에 나쁜 짓을 많이 하면 목이 돌아간다고 하든데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밤은 점점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