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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爆이 미국의 플랜A 되는 날
문화일보 황성준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6년 09월 27일(火)
최근 미국이 ‘북폭(北爆)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22일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핵과 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을 먼저 공습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작전 사안의 하나인 ‘선제 군사행동(preemptive military actions)’은 미리 논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매우 이례적인 답변으로, 과거 같았으면 “정보 사안이나 군사작전 등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는다”며 넘어갔을 것이다. 결국 예고 없이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어니스트 대변인뿐만 아니다. 16일 마이클 멀린 전 합참의장은 미국외교협회(CFR) 토론회에서 “만약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북한을 선제 타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발언했으며, 19일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후버연구소에서 북핵 위협 관련 질문에 “주한미군의 구호는 ‘파이트 투나이트(fight tonight)’”라고 소개한 뒤 “그럴 준비가 돼 있다”고 답변했다.
물론 미국이 지금 당장 북폭을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은 북한 내 정보 유입, 인권문제 제기, 자금 차단 등 3가지 기본 수단으로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앞에 언급된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북폭론이 본격화될 것이다. 그 첫 고비는 오는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이 될 것이다. 이날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혹은 이에 근접한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미국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게 된다. 지금까지는 동맹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었으나, 이제부터는 미국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이 ICBM 실험을 하려 할 경우, 미국 당국은 발사대를 사전 폭격하거나 발사체를 요격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북핵은 단순 위협용이나 협상용이 아니다. 핵 위협을 통해 미국의 역내 접근을 막고 확장억제력을 마비시켜, 한국이 ‘평화’를 구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창출하는 것이 북한의 전략적 목표다. 따라서 북핵이 ICBM에 탑재되는 상황이 오면, 미국은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나는 북핵을 인정하고 북핵 동결과 평화협정을 맞바꾸기 위한 협상에 나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방 타격하는 것이다. 전자는 한국의 운명을 북핵에 내맡긴 채 미국은 빠지는 것이 될 것이며, 후자는 전면전을 불사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만들 것이다.
실제로 마이클 헤이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5일 “북한은 3∼5년이면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미국 본토 서해안의 시애틀에 발사할 능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플랜 B를 고려하는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어떤 플랜 B가 수립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문제는 그 플랜 B가 차기 미국 정권 하에서는 플랜 A로 돌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대응 방안인데, ‘잽 한 방 안 맞고 이기는 권투’와 같은 비현실적 군사전략을 강요받으며 이에 골몰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