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계부채 총액은 6월 말 기준 1257조원이다. 시민 한 사람당 2475만원 꼴이다.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1년 새 126조원 급증했다. 정부가 어제 발표한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핵심은 주택 공급을 줄여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겠다는 것으로 어찌 보면 부동산 대책이다. 주택 공급량 조절이 가계부채 주요 대책으로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대출심사 강화와 원리금 상환 등 금융 규제만으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빚내서 집 사라’고 권했던 정부가 ‘집 공급 줄이니 빚내지 마라’는 식으로 태도를 바꾼 셈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아파트 집단대출(중도금)을 지목했다. 실제 주택시장에서 공급과잉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규제를 풀어 집짓기와 사기를 부추긴 정부 책임이 크다. 주택 공급과잉은 주택값 하락과 가계부채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그래서 주택 공급을 크게 줄임으로써 선제적으로 집값 하락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로써 무주택자의 집 살 기회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됐다. 비교적 저렴한 공공분양 주택이 줄어든 만큼 청약 기회가 감소한 것이다. 최근 상승세인 집값 꼭짓점 논란도 무의미해졌다. 정부가 집값 하락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명백한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공공주택 공급이 줄면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에 대한 열기는 더 뜨거워진다.
정작 가계부채 문제를 치유할 근본 처방은 없다. 2년 전 기준을 완화해 가계대출 물꼬를 터줬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그대로 뒀다. 집단대출이 문제라면 소득 등 대출심사를 강화해야 하지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에서 여전히 이를 제외했다. 집단대출 못지않게 급증하는 자영업자와 저소득층 가계대출에 대한 지원 방안도 빠졌다. 주택시장 투기수요를 잡으려면 우선 분양권 전매제한을 강화해야 하는데 손대지 않았다. 분양보증도 1인당 2건으로 줄였지만, 4인 가구가 8건까지 가능한 현실에서는 투기수요를 가라앉힐 수 없다.
집값 띄우기를 유지해야만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정부의 단견이다. 거품이 낀 자산가격은 언젠가 꺼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미 예고된 미국의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 가계의 빚 부담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진다. 위험에 가장 먼저 노출될 취약계층 부채의 질을 관리하고, 가계소득을 늘려 빚 갚을 여건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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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8252037015&code=990101#csidx25573feb15ed691bb7e5ba7d886ce1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