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일 끝나고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근육 운동을 마치고 심폐운동을 하려 자전거 머신에 앉은 순간, 저는 헬스클럽의 TV를 통해 나오는 속보를 보고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두 개의 다른 뉴스였습니다. 하나는 백인 경찰의 총에 맞은 흑인 남성의 약혼녀가 페이스북 방송을 통해 송출한 영상이었습니다. 그녀의 공포와 눈물이 섞인 호소가 먼저 방송을 탔습니다. 이날 두 명의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숨졌고, 특별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이어서 이것이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그런데 곧 속보가 하나 떴습니다. 텍사스 주의 달라스에서 경찰의 흑인 총격에 분노해 모인 시민들의 시위에서 총격이 일어나 경찰들이 숨졌다는 뉴스였습니다. 이 뉴스가 뜨자, 사람들은 거의 하던 운동을 멈추고 TV 앞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웟 더 퍽." 누군가의 신음소리 비슷한 한 마디가 망연자실한 사람들 사이로 파고들었습니다.
오늘 아침, 우체국에서는 비상 조회를 했습니다. 우체국장의 말은 간단했습니다.
"미쳤어. 지금 상황은 미쳤어. 나가면 조심하고, 수상한 사람들이 있으면 바로 9.11로 신고해."
온갖 유언비어들이 함께 떠돌고 있는데,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오바마가 이 사건을 계기로 텍사스 지역에 계엄을 선포하고, 그것을 빌미로 3선 개헌을 노리고 관철시킨다는 겁니다. 이런 주장은 주로 극우 블로거들이나 매체로부터 나오고 있는데, 사건이 일어난 곳이 하필이면 미국에서 가장 극우적인 텍사스 주, 그것도 댈러스라는 대도시고, 혹여 이 사건으로 인해 극우주의자인 트럼프에게 악영향이 가지 않을까 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주장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미국의 고질적인 인종차별 문제가 그 근원이며, 그리고 이것이 이런 폭력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은 이 나라의 너무나도 쉬운 총기휴대 정책 때문입니다. 헌법을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그리고 총기에 대한 이 나라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그리고 총기회사들의 끝없는 대 정치인 로비를 막을 수 없는 이상, 이같은 비극은 계속될 겁니다. 이 사건이 내전 비슷한 양상으로 갈 만큼은 아니더라도,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지난 1992년 L.A.에서 일어났던 폭동 양상으로 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 사태로 분명해진 것은 올해 미국 대선이 심각한 갈등을 표출하는 양상으로 갈 것이란 겁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같은 사태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전미총기협회 NRA 로부터 엄청난 로비를 받고 있는 민주당 정치인들도 압박을 받긴 마찬가지일겁니다. 그나마 총기규제를 계속해 주장해 온 힐러리에겐 이 이슈가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미 국무부가 클린턴 이메일과 관계된 내부조사를 다시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그녀 역시 혼돈에 빠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버니 샌더스는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적이지만, 총기 문제에 관해서는 오히려 공화당의 입장과 더 가깝습니다.
미국 국내에서 일어난 이 혼돈의 상황은 대선에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그리고 그 결과는 다시 세계에 영향을 끼칠 겁니다. 올해 11월, 저는 정말 세계 평화를 생각하며 내 한 표를 행사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게다가 유럽의 저 불확실한 상황이라니. 자꾸 1차대전 직전의 세계 상황이 겹쳐 떠오르면서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한국은 사드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구체적인 인스톨레이션 로케이션까지도 정해 버렸습니다. 중국과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되면 결국 피해보는 건 남북한입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 세르비아의 청년이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를 암살한 것이 세계대전의 거대한 불길을 일으키고 수천만의 인명을 끔찍한 운명으로 몰아넣은 것이 자꾸 겹쳐 보입니다. 지금은 그저 기도만 할 뿐입니다. 이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인간의 이성이 보다 합리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신에게라도 도움을 청해야 하는 모양입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