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 이장이 혼이 나고 있습니다. 무당과 짜고서 마을 곳간을 몰래 훔치다 들킨 것입니다.
이 마을에 개들이 몹시 시끌시끌합니다. 대체 누가 주인이고 누가 도둑놈인지 알 수가 없어서, 어떤 개는 도둑이장을 향해 짓고 어떤 개는 마을사람들을 향해 짖어대고 있는 까닭입니다.
결국 경찰이 현장에 불려나왔습니다. 경찰들은 이장과 마을사람들 눈치를 살피며 마지못해 수사를 진행하는 척합니다.
마을사람들은 유지 어른들을 찾아가서 당신들도 뭔가 입장과 대책을 서둘러 내놔야 할 것이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러자 유지들은 안절부절 못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일부 마을 유지들은 밍기적밍기적 하며 몸을 숨깁니다. 이제껏 이들은 모두 도둑이장과 몰래 만나면서 떡과 술을 나누고, 온갖 이권을 주고받는 사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들도 이장이 그렇게 심하게 훔칠 줄은 몰랐던 터라 어처구니가 없을 뿐입니다만, 속내가 복잡해졌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당장 마을사람들이 소리치며 나서 있는 게 편치 않습니다. 여러모로 자기보다 못한 놈들이니 분수를 알고 가만히 있어 주었으면 싶습니다. 그들이 다시 눈이 밝아지고 똑똑해져서 자기 권리를 주장할 줄 알게 되고, 앞으로 마을 일을 평등하게 의논하며 살아가자 할까 두렵고 싫은 것입니다.
이들은 궁리를 합니다. 마을 원로들과도 상의를 하는 척하기도 하고, 성질 사나운 깡패들이 이 마을사람들을 괴롭힌다는 헛소문을 흘리기도 하고, 또 이웃 큰동네 이장이 새로 바뀌었는데, 우리 동네가 인사도 해야 한다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아무쪼록 너희는 동네 이장과 유지 어른들을 잘 섬겨야 탈없이 잘 살 수 있다." 하며 은근 어름짱을 놓습니다.
종내는 이런 말이 그들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너희는 아무쪼록 가만 있거라! 이번 일은 우리 유지들이 알아서 이장을 바꾸고, 곧 새 이장을 뽑아 줄 테니."
이 말을 들은 마을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