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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987년 6월의 어느날 오후 (1편)♣↔ 2018-02-05 23: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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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6     추천:2

그날은 비가 왔다.

 

후배와 함께 사진인화에 사용할 밧드(인화용 플라스틱 용기) 를 사기 위해 종로3가 사진재료상에서

시간을 보내고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매케한 최루탄의 향기가 코끝을 맵게 달구고 있다. 시청쪽 시위대가 명동과 정동쪽으로 흩어지면서

 서울 도심은 혼란과 폭력의 아우라를 향해 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펑!! 펑펑!!! 파파파파파파파!!!!!

 최루탄과 지랄탄이 뿜어내는 굉음이 급히 정류장을 패스하는 시내버스의 굉음과 택시들의 크락숀 소리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종로2가에서 3가 사이에 있는 음악다방 엘파소.  1시간 후 그곳에서 후배와 함께 커피를 마시고 나온 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종로 화신백화점 앞으로 가고 있었다. 가는 동안 2번의 검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매고 있던 가방을 전경에게 2번 내줬다.

 

 가방안에 우연히 들어있던 책 한권 ~~ 헤르만 헤세의 회상, 우연히도 겉표지가 빨간색이었다.

 전경은 그 책을 들고 뒷쪽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사복경찰을 불렀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몇마디를 나눈 후

 사복은 내게 다가왔다.

 

 이 책 내용이 뭡니까? 회상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뭡니까?  책 껍데기에 나온 작가설명에 헤르만헤세는 

 독일사람이던데 칼 맑스도 독일사람이죠? 이 2사람은 서로 어떤 관계가 있나요?

 

 4개의 질문을 10초내에 했다. 난 순간 모든 생각과 판단이 멈췄다.

 우리 중학교때에 권장도서이자 연극으로도 많이 공연되었던 데미안이라고 아세요?

 데미안을 쓴 작가가 바로 헤르만 헤세입니다.

 칼 맑스와 같은 독일사람이지만  맑스가 죽기 6년전에 태어난 사람이라 맑스와 관계 없습니다.

 회상은 그가 젊은날에 대한 꿈과 사랑을 애기한 자전적 내용의 소설입니다.

 

 사복은 말했다.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만 지금 어디 가시죠?  집에 가는 길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가던 길 가시죠. 실례가 많았습니다.

 

 내 심장은 쿵쾅쿵쾅. 그 책 170페이지인가 집회일시와 장소가 나왔있던 쪽지가 책갈피로 끼어져 있었는데

 그걸 사복은 패싱했다.

 

 사실 난 학생운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총학생회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지만 그들과 무브먼트를

 함께 하지는 않았다.  

 

 2년 후 군대 상병 3호봉, 학교 총학생회장이 거제도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그와는 먼 발치에서 눈 인사 정도의 사이였다. 휴가를 나와 학교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그를 만났다.

 그리고 총학의 간부에게 안기부와 관련된 죽음이라는 애기를 들었다. 아주 자세히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진실은 규명할 수록 점점 맨홀로 들어간다.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또 다른 희생이

 불가피 할 수도 있다. 그런 처참한 싸움을 이제 시작해야 한다는 암울함과 두려움에 총학 간부의 입술은

 바르르 떨렸다.

 

 화신백화점 앞 버스정류장. 그때 갑자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10분이 지났을 까. 바로 그때 전경 1명이 다가왔다.

 학생이세요? 네. 어디가세요? 집에 갑니다. 그러시면 지금 비가 오니까 그칠때까지 여기 버스에서

 비를 피하시고 가세요? 아무생각 없이 난 아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버스에 올랐다. 전경버스다.

 

 버스에 타니 내또래 학생들이 20여명 정도. 그 순간 아차~ 그러나 늦었다.

 20분 정도를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아무런 안내도 없이 버스는 떠났다.

 도착한 곳은 종로경찰서. 그곳에서 3시간 정도 조사를 받았다.

 16절지 (지금의 A4) 앞뒤로 무슨 설문지 같은 게 인쇄되어 있었다.

 앞면은 성명,주민번호,본적,집주소,전화번호,학교와 전공,군필미필 여부 체크란 등

 뒷면에는 사회과학 서적 제목이 30개 정도가 나열되어 있었다. 그 중 읽은 책을 체크하는 거다.

 대부분 러시아혁명, 칼 맑스 관련 등 사회과학 서적이다.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과 함석헌 옹의 씨알의 소리도 있다.

 웃긴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도 있다는 하하. 이건 사회과학 서적이 아닌데

 

 어쨋든 난 30여권의 책중 10여권 정도를 읽었지만 사르트르의 책을 포함해 2개만 체크했다.

 

 그리고 1:1 조사, 내가 무슨 범법자도 아닌데 체포영장 없이 불법 구금을 당한거다. 항의했다.

 그때 형사는 내 머리를 때렸다. 그리고 난 조용해졌다

 이윽고 분류가 시작됐다. 신원조회 결과가 나온거다. 한번이라도 시위로 경찰서를 경험했던 친구들은

 왼쪽으로 그리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오른쪽으로 난 오른쪽이다. 돌은 던졌지만 잡히지는 않았다.

 

 그 다음 2차 분류, 본적과 고향이 전라도인 친구들은 왼쪽으로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오른쪽으로

 이번에 난 왼쪽으로 갔다.

 

 3차 분류는 학교별이다. 여러 갈래에서 한 갈래로 난 분류됐다. 학교 소재지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분류가 끝나자. 여러대의 마이크로 버스와 봉고가 대기하고 있는 경찰서 주차장으로 갔다.

 그리고 봉고차에 탑승했다. 종로경찰서에 들어온지 6시간이 지난 저녁 8시경 난 그곳을 떠났다.

 

 제1 한강교를 지나 노량진쪽으로 봉고는 달렸다. 나의 학교는 흑석동, 그래서 난 노량진경찰서로 분류된 것이다.

 이런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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