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밀약설 논란까지…인명진 vs 서청원 설전
- 친박 당 장악 위해 반격, 개혁 동력 실종 골든타임 허비 논란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인 위원장이 친박(親朴·친박근혜)의 책임있는 태도를 요구하면서 사실상 여당으로서의 위신을 추락시킨 종양 취급을 하고 있는 가운데 친박에서도 당 주도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
인 위원장은 친박 정치인들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으며 이에 서 의원이 소속 의원들에게 전체 편지를 띄우면서 갈등이 커졌다. 인 위원장은 서 의원에 대해 무책임한 행동으로 보는 입장이다. 특히 "일본 같으면 할복했을 일" 등 강력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서 의원은 "북한 김정은식 공포 정치"라며 인 위원장을 정조준했다. 서 의원은 & #39;거짓말쟁이 성직자& #39;로 인 위원장을 깎아내리도 했다. 아울러 이 와중에서 터져나온 것이 & #39;국회의장 밀약설& #39;이다.
서 의원 측에 따르면 일단 탈당해주면 나중에 복당도 시켜주고 국회의장직도 약속하겠다는 취지로 말을 했다는 것.
5일 인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정치하는 데인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까 교회다. 서청원 집사가 있는 교회"라고 강력 비난하고 의장직을 약속했다는 것도 부인했다.
◆10년 지기의 이전투구? 민주화 세력 정통성과 자존심 싸움 성격
이번 갈등은 인 위원장과 서 의원이 10년 세월을 알고 지낸 상황에서 서로 입장이 달라지면서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다만 이 갈등은 인간적 갈등이라기보다는 새누리당 내부 사정에서 잠재돼 있던 요소라고도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자당은 5공 세력인 민정계와 김영삼 전 대통령 계열(YS계, 상도동) 및 김종필 전 의원 세력(충청계, 옛 공화계) 등이 합쳐져 탄생했다.
서 의원은 기자 출신으로 광주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정치 입문 결심을 했다고 알려져 있는 YS계의 적자다.
인 위원장의 민주화 운동 경력은 더 화려하다. 그는 1970년대 도시산업선교회에서 장기간 활동하면서 노동·민주화 움직임에 관여했다. 실제로 네 차례나 투옥되고, 한 차례 국외 추방된 적도 있다. 그가 새누리당 개혁이 필요한 와중에 구원투수로 발탁되는 것은 이 같은 이력으로 당 쇄신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런 당 사정으로 새누리당은 노태우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등 군사정권 관련 인사들이 집권하는 와중에도 최소한의 정치적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었다. 박 대통령과 가까운 이른바 친박 계열에도 YS계인 김무성 전 대표와 서 의원 등이 포진하면서 정통성 시비 차단의 방파제 역을 해준 측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인 위원장의 날선 비판은 새누리당 내에서 정통성의 중심이자 실제로 여러 대통령들을 배출하고 보좌해온 세력 중 자타가 평가하는 서 의원 등의 자존심을 크게 훼손하는 공세로 읽힌다.
아울러 서 의원과 주변의 친박들로서는 탈당을 결행, 각자도생을 도모하거나 새 정치세력화 등을 시도해 볼 여지가 있는 비박(非朴·비박근혜) 인사들처럼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이정현 전 대표의 탈당 선언 등 일부 희생양 제공에도 인 위원장의 공세 수위가 낮아지지 않는 점에서 친박이 반격 공세의 필요를 강하게 느끼는 듯하다. 밀약설을 터뜨림으로써 최소한의 대화 가능성마저 스스로 포기하는 모습을 친박 측이 보이기 때문이다.
◆친박 정치 공동체 아닌 종교(광신)집단 규정, 쉽게 타협할 길 모두 끊겨
한편, 인 위원장은 5일 발언에서 국회의장 밀약설을 부정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도덕성 시비를 차단하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더 주목할 발언은 인 위원장의 & #39;새누리 교회& #39; 지적이다. 인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정치하는 데인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까 교회다. 서청원 집사가 있는 교회"라고 주장했다.
이는 자신을 거짓말쟁이 성직자로 규정한 데 대한 반발이나 비꼬기로 볼 수도 있지만, 새누리당의 문제점 중 상당 부분을 친박의 종교집단화, 즉 & #39;박근혜 추종 종교 세력화& #39;로 보고 있다는 내심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각자 노력해왔다는 최소한의 공통분모와 공감대 대신 이제 문제있는 인물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고 추종했으며 지금도 따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친박과 그 계열에 몸담고 있는 옛 민주화 관련자들에 대해 일종의 & #39;정치적 파문& #39;을 선고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제 뒤에서 밀약을 일삼는 정치인으로 규정된 인 위원장과, YS계 적자에서 친박 맹신자로 이미지 격하 대상으로 지목된 서 의원 간의 갈등의 골은 좀처럼 메워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친박의 반격으로 인한 당 주도권 전쟁이 큰 의미가 없는 제살깎기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적당한 갈등 봉합이 이뤄져야 친박이 주도권을 유지하거나 적어도 일정한 지분을 갖고 있는 정당이 정치적으로도 살아남아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인데, 아예 개혁의 골든타임이 끝나길 스스로 재촉함으로써 당이 살아남아도 전체적으로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덕성 논란으로 보나 수술 기법의 정치공학적 어려움으로 보나 인 위원장의 개혁 작업에 발목을 심각하게 잡는 복병 같은 요소로 친박의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자칫 잘못된 수를 둘 경우 밀약설 논란 등이 다시 부각될 여지가 있고, 더불어민주당 등에서 여러 정치인들이 차기 대선주자 선언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 시선 분산으로 새누리당 개혁을 둘러싼 흥행 유발 효과가 반감될 여지도 커지고 있다. 때문에 인 위원장의 다음 움직임에 한층 더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