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 대우조선해양 호화전세기 출장 접대를 받았다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잇단 폭로에 결국 보직 사퇴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감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도 검찰 특별수사팀이 감찰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곧바로 사의를 표시했다. ‘우병우 비리’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와 갈등을 벌여온 조선일보와 이 감찰관이 일단 한발 물러선 형국이다. 청와대로서는 모처럼 국면 전환할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두 사람의 사퇴로 우 수석이 면죄부를 받는 것도, ‘우병우 감싸기’가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송 주필의 사퇴는 사실 청와대가 조선일보를 부패언론으로 몰아붙이며 우 수석 비리의혹 보도에 대해 ‘치졸한 보복’을 예고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다. 특히 어제 친박계 핵심인 김 의원이 2차 폭로를 통해 언론사와 개인의 실명까지 공개하면서 조선일보는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송 주필이 2011년 9월 대우조선 초청으로 전세기를 타고 8박9일간 유럽여행을 하는데 들어간 호텔비, 식비, 관광경비는 모두 합쳐 2억원대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김 의원은 송 주필이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초호화 요트, 골프관광을 즐기고 대한항공 1등석 항공권(1250만원)도 무료로 제공받았다고 폭로했다. 폭로 내용이 사실이라면 대우조선에서 직접적인 금품을 제공받지 않았더라도 송 주필의 호화 출장은 사안에 따라 검찰수사까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우 수석 비리 의혹을 무마하기 위한 청와대와 여당의 대응 방식이 여러가지 점에서 ‘공작 정치’의 그림자를 연상시키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김 의원의 폭로와 거의 동시에 검찰 특별수사팀이 우 수석 가족기업인 (주)정강과 이 감찰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단순히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강 사무실은 미리 압수수색에 대비한 듯 깨끗이 비워져 있었고 반면 사무실을 기습적으로 압수수색당한 이 특감은 사의를 표했다. 누군가에 의해 잘 짜인 한편의 각본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특히 김 의원이 송 주필의 호화출장 의혹과 관련, 5년 전 대우조선의 해외 출장 일정과 지출내역을 날짜별로 정확히 기록한 자료를 어떻게 입수했는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김 의원은 2009년 8월 대우조선 쌍둥이배 명명식에 송 주필의 부인이 초청돼 밧줄을 자르는 사진까지 공개했다. 이쯤 되면 언론인을 상대로 한 불법적인 사찰정보를 누군가 김 의원에게 건네줬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김 의원은 자료입수 경위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지금 답변할 내용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얼렁뚱땅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사찰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정치적 목적의 폭로에 이용하는 것은 개인비리를 넘어선 정권 차원의 반인륜적 범죄다. 김 의원이 의혹을 불식시키려면 폭로내용뿐 아니라 자료입수 경위에 대해서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 특감이 사의를 표명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외압이 있었는지도 밝혀져야 할 것이다.
특히 우 수석에 대한 검찰의 본격 수사를 앞두고 청와대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조선일보의 이미지 추락과 특별감찰관의 돌연 사퇴가 동시에 진행된 것은 간단히 넘길 일이 아니다. 이번 일로 ‘우병우 비리’ 수사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되며 ‘공작정치’ 의혹에 대해서는 관련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 수석 입장에서는 두 사람의 사퇴를 어떻게 해석할지 모르겠지만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형평성 차원에서 본인 역시 자연인으로서 검찰수사를 받는 게 합당한 태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