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남이가" 현장검증
1992년 부산 초원복국집에서 기관장 모임사건을 주도한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이 그 해 12월 21일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3일 후인 12월 24일 열린 현장검증에서 대화를 녹음한 국민당 선대본부 문종렬씨가 녹음기를 숨기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보도사진연감
“우리가 남이가” “하여튼 지역감정을 좀 불러일으켜야 돼”
14대 대통령선거가 민자당 김영삼후보의 승리로 끝나고 난 1992년 12월 24일, 부산 대연동 초원복국집은 서울지검에서 내려온 검사들과 증인들로 북적거렸다. 대선을 2주 남기고 벌어졌던 부산기관장모임과 도청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이 이뤄진 날이었다.
그 해 12월 11일, 부산 초원복국집에는 검찰총장을 거쳐 법무부장관을 역임하다 물러난 김기춘 전 장관과 지역 기관장들이 모여들었다. 김영환 부산시장, 정경식 부산지검장, 박일룡 부산경찰청장, 이규삼 안기부 부산지부장, 우명수 교육감, 박남수 부산상의 회장 등이었다.
이들이 모인 목적은 딱 하나. 지역감정을 부추겨서라도 지역 출신인 민자당 김영삼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것이었다. 14대 대선은 민자당 김영삼, 민주당 김대중, 국민당 정주영후보의 3파전으로 치러졌고 ‘부동산 반값’을 공약으로 내세운 정주영후보가 민자당 강세였던 울산과 대구 경북지역을 잠식하던 중이었다.
지역사회의 지도자이자 공무원이었던 이들의 노골적인 관권선거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들은 사전 정보를 입수한 국민당 측이 숨겨둔 녹음기에 낱낱이 기록됐고 이는 선거 전 엄청난 폭풍으로 몰아쳤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로 귀결됐다.
12월 18일, 위기를 느낀 영남권의 표는 결집했고 정주영후보는 역풍을 맞아 초라한 성적으로 낙선했다. 이후 현대는 정치보복이라 느낄만한 어려움에 처했고 모임을 주도한 김기춘은 홀로 기소된 후, 기소가 소멸되며 국회에 진출한 반면 도청을 한 이들은 모두 주거침입죄로 처벌됐다. 실로 권력의 힘이다.
30대에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40대 말, 50초에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거친 그가 요즘 다시 노회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의 말로가 궁금하다. 손용석 멀티미디어 부장
우리가 남이가?..지역주의 망령 찌든 역대 한국정권
장관·수석 & #39;실력& #39;위주 공개기용을
◆ 대한민국 턴어라운드 ⑥ ◆
"부산·경남 사람들, 이번에 김대중이, 정주영이 어쩌냐 하면(되면) 영도다리 빠져죽자." 1992년 12월 11일 저녁, 부산의 초원복집에서 김기춘 당시 전 법무부 장관이 부산 지역 주요 인사들과 만나 나눈 대화가 14대 대통령 선거판을 발칵 뒤집어놨다. 결국 부산·경남(PK)의 결집에 힘입어 김영삼 후보는 대권을 거머쥔다.
한국 정치사의 네포티즘은 바로 "우리가 남이가"라는 지역주의에 뿌리를 두고 지금까지도 도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이명박정부도 집권 내내 인사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 #39;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39;부터 & #39;강부자(강남·부동산·자산가)& #39; & #39;영포라인(경북 영일·포항)& #39; 등 특정 지역 출신 인사들이 여러 보직을 돌아가면서 맡는 & #39;회전문& #39;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24년 전 오늘.. & #39;초원복집& #39;에 모인 사람들 "우리가 남이가"
당시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 중심 & #39;비밀회동& #39;..지역감정 악용 & #39;부정선거& #39; 목적
[당시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 중심 & #39;비밀회동& #39;…지역감정 악용 & #39;부정선거& #39; 목적]
24년 전 오늘(1992년 12월 11일) 당시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을 중심으로 부산 지역 정·관계 인사들이 지역감정을 부추겨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주고자 초원복집에 모였다. 사진은 최근 초원복집 모습.
지역감정은 민심을 주물렀고 정치적 선동수단으로 악용돼 한국역사에 여러 오점을 남겼다. 24년 전 오늘(1992년 12월 11일) 부산 지역 정·관계 인사들이 지역감정을 부추겨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주고자 & #39;초원복집& #39;(초원즉석복국)에 모였다.
14대 대선(12월 18일)을 사흘 앞두고 부정선거 행위가 밝혀져 블랙홀처럼 관심을 빨아들였다. 이들의 비밀회동을 밝힌 야권은 우세하던 표심이 공고해질 것으로 관측했으나 보수언론의 & #39;불법도청& #39; 논란에 휩싸여 역풍을 맞아 패배했다.
이후 이 사건은 역사상 악의적인 지역감정 선동 사례로 꼽히고 있다. 당시 & #39;권력은 복집에서 나온다& #39;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고 이 자리를 주도한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에 대한 처벌도 이뤄지지 않아 국민적 공분을 샀다.
역사에 오점으로 남은 이 사건은 오전 7시쯤 부산 남구 대연동 내 초원복집에서 벌어졌다. 엘리트 검사로 검찰총장에 올라 2달 전 사임한 김 전 장관을 중심으로 뭉친 이들은 부산지역을 주무르는 핵심 인물이었다.
참석자는 △김영환 부산직할시장 △박일용 부산지방경찰청장 △이규삼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부산지부장 △우명수 부산직할시 교육감 △정경식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박남수 부산상공회의소장 등이다.
이들은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의 표를 지역감정을 이용해 결집시키고자 머리를 맞댔다. 야권 김대중 민주당 후보에 비해 김영삼은 전국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으나 부산·경남에서 아파트값을 절반으로 내려 주거난을 해결하겠다는 정주영(현대그룹 명예회장) 통일국민당 후보로 분산되는 표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김 전 장 장관은 "지역감정이 유치한지 몰라도 고향의 발전에 긍정적이다. 하여튼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좀 불러일으켜야 된다"며 "부산 경남 사람들 이번에 김대중이나 정주영이 어쩌냐 하면 영도다리 빠져죽자"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보수언론 등을 통해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일으키도록 하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들의 비밀회동은 정 명예회장을 후보로 낸 통일국민당을 통해 3일 만에 드러났다. 통일국민당은 전직 안기부 직원과 공모해 이 자리에 도청장치를 설치했고 표심을 끌어내고자 부정선거를 밝혔다.
김영삼은 & #39;음모론& #39;을 주장했으나 확실한 물증으로 낙선위기까지 몰렸다. 하지만 상황은 통일국민당의 예상과 완전히 반대로 흘렀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 #39;김영삼 편들기& #39;가 힘을 얻으면서 부정선거보다 불법도청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 보수언론은 선거 당일 야권의 & #39;공작정치& #39;를 지적하며 "목적과 관계없이 부도덕한 것"이라며 "공공사회와 국민생활에 미칠 정보 정치의 악영향을 고려할 때 도청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날을 세웠다.
부산·경남에서 & #39;김영삼이 떨어질 수 있다& #39;는 인식이 퍼져 지역감정을 일으켰고 오히려 정주영에 대한 비난 여론이 퍼졌다. 결국 김영삼은 전국 42.0%를 득표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부산에선 73.3%, 경남 72.3%가 김영삼을 지지했다.
선거결과는 바꿀 수 없었지만 부정선거를 주도한 이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문제가 됐다. 오히려 참석자들이 고위직에 진출하면서 더욱 분노를 샀다.
참석자 중 유일하게 김기춘 전 장관만 검찰에 기소돼 법의 심판대에 올랐으나 결국 혐의를 면했다. 박일용 부산경찰청장은 직위해제됐으나 복직돼 1년 뒤 해양경찰청장을 맡았다. 정경식 부산지검장은 대구고검장으로 영전하기도 했다.
오히려 부정선거를 밝힌 통일국민당 관계자와 안기부 전 직원 등은 & #39;주거침입죄& #39;로 벌금형을 받았다. 당시 통일국민당 정몽준 정책위원회 의장은 도피 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김기춘은 이 같은 부정선거를 주도했음에도 이후 정부 요직을 차지하며 문제가 제기됐다. & #39;최순실 게이트& #39;로 지난 9일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박근혜 정부에서도 대통령 비서실장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진행됐던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초원복집 사건을 계기로 불법 도·감청을 금지하는 법(통신비밀보호법)이 1993년 제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