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진강 홍매화 연가(戀歌)=
봄바람이 창문을 흔드는 심란한 오후
봄나물이나 캐자하고 강변으로 나섰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북과 꽹과리 소리를 따라
맑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니
신령한 국사봉이 보이는 강변 물가에서
어느 무당이 굿을 하는 소리였다.
무슨 굿을 하는 것일까
입춘의 강물에 재수 굿을 하는 걸까
아니면 새해 운수 굿을 하는 걸까
이도저도 아니라면
어느 임의 한(恨)을 풀어주는 굿을 하는 것일까
저리도 애타게 강물에 비는 소원이 무엇일까
몇 십 년 전 옛날에는 사철 어느 때고
아주 흔하게 보던 강변의 풍경이었지만
요즘에는 보기 드문 일이 되어버린 무당굿을
조금 더 가까이 보자하고 다가서다가
까맣게 잊고 있던 반가운 얼굴을 만나듯
아름다운 섬진강 붉은 홍매화를 만났다.
뜻밖의 만남이 하도 반가워서
나물캐던 보자기를 내던지고 다가가
강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꽃들을 보는 순간
한파에 상처를 입고 세찬 바람에 꽃잎들을 찢긴 채
심장의 피보다 더 붉은 꽃잎으로 피고 있는 그 모습에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울컥하여 눈물이 날 뻔하였다.
밤마다 몰아치는 한파와 세찬 강바람을 견디며
안간힘을 다하여 피보다 더 붉은 꽃으로 핀 홍매화가
천 년의 인연으로 오시는 고운임을 기다리며
간신히 버티고 있는 내가 나를 보는 듯하여
억장이 무너지는 가슴을 겨우 추스르며
임을 모시듯 붉은 홍매화를 내 마음속에 담았다.
통합과 화합의 강 섬진강에서
2016년 2월 20일 박혜범 씀
사진설명 : 오늘 오후 강변으로 봄나물을 캐러나갔다가 섬진강 강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붉은 홍매화를 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