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조직개혁이 국내파트의 업무 폐지, 그리고 안보수사 활동 타부서 이전으로 큰 방향이 설정되었다. 개혁 규모로서는 역대급 가장 큰 탈바꿈이다. 물론 이전의 타 정권에서도 목적상 이번과 같은 개혁을 추진하려던 나름의 계획은 있었다. 하지만 국내외 여건상 마뜩하지 않아 그때마다 철회하곤 했었다. 과연 이 시점에서 국가정보기관의 구조조정(?)이 문제점이 없는가, 문제점이 있다면 그 문제가 대수롭지 않아서 다른 분야와 치환할 수 있거나 충분히 양립 가능한가, 하는 것은 일상의 조직개편과 같이 쉽게 다루어 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현대 국가에서 국가정보기관의 기능과 임무는 그 자체로, 안보 및 국민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중요도로 하여 기존의 틀을 함부로 개편하는 것은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개편하기에 앞서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모든 분야의 발전변수와 조직의 효율성을 폭넓게 검토한 후에 마지막으로 기능 재편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내용적 심층 검토 없이 단순히 정치적 목적만으로 기능 분할에 돌입한다는 것은 유기체 조직을 토막 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 어떤 기준도 없이 기계의 일부분을 뜯어냄은 전체의 조직이 허물어져 기능과, 효과의 파탄을 초래한다. 이러한 조직개편이라면 차라리 기존의 국정원 조직을 폐지하여 기존의 병폐를 일신하면서 보다 발전적 통합 국가정보기관을 제로베이스에서 새롭게 꾸리는 편이 경제, 기능, 그리고 미래 관점에서 유리하고 넉넉한 개혁이 될 것이다. 불리한 개혁은 하지 않는 것 만 못하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큰 이슈는 안보 수사기관의 이전일 것이다. 미국이나 서유럽諸國 정보기관들의 조직체계를 벤치마킹하는 형국은 국가 현실을 도외시한 어처구니없는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보와 수사의 통합과 분리의 영역은 더 이상 민주적 목적과 절차에 연관된 것이 아니다. 오로지 정보업무 환경을 고려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편의적 수단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시류는 정보기관의 통합을 지향한다. 대한민국은 분단의 현실을 극복해야만 하는 고통스러운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명확하고 신속한 정보업무가 필수이다. 상대국(북녘)은 정보-공작-수사 일원화로 신속한 정보체제를 갖추고 있어, 이를 대비해야만 하는 현실을 외면이라도 하듯 현 정부는 정보-수사 이원화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물론 분단을 현실체제로 갖고 있지 않은 국가에서는 조직세력 팽창의 원리이고 조직간 경쟁과 균형의 조화를 도출할 수 있는 이원화 체계를 선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강대국 논리이며 그들에게 알맞은 행정행태이다. 대한민국 입장에서 이러한 행정행태는 그저 머나먼 남의 땅의 열매일 뿐이다.
두 번째로 국정원의 국내부서 존폐 문제이다. 대한민국의 국내 정보업무를 맡고 있는 기관은 국정원과 기무사가 전부이다. 기무사는 국군조직내의 정보업무로 한정되어 있으므로 사실상 국내정보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은 국정원이 유일하다. 검찰, 경찰조직은 그 실체가 수사기관이다. 그 일부의 정보업무는 수사를 지원하는 보조기관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국정원 국내정보파트를 폐지한다는 것은 국내정보 자체를 폐기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국내를 향한 끊임없는 대남공작이 감행되는 현 정국을 어떻게 파악하여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의아히 여기는 국민들에게 마땅한 대답이 무엇보다 선행해야 한다. 정보업무와 수사업무를 작게나마 제대로 이해한다면 오늘 국내정보 폐기 양상은 나타날 수 없을 것이다. 수준급의 국가는 정보가 상대적으로 수사를 앞지른다. 그렇지 못한 국가들이 수사가 비교우위를 점한다. 이는 한 국가의 다방면적 수준을 파악하는데서 하나의 지표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에서의 국가정보기관의 역사는 그렇게 길지 않다. 1961년 5.16 혁명이후 당시 국제 트랜드였던 통합된 정보기관의 필요성으로 비로소 국가정보기관의 면모룰 갖춘 중앙정보부가 설립된다. 그 이전에 국가정보의 필요성이 극에 달하였던 자유당 정권과 민주당 정권에서는 이를 간과한 결과, 자유당 정권에서의 6.25 전란과 민주당 정권에서의 군사혁명을 비껴 갈 수 없었던 것이다. 대남공작이 극성을 부리던 자유당 정권시절 정보업무를 꾸리던 주체는 김창용 특무대장과 오제도 검사가 전부였다. 돌아보건대 이러한 열악한 정보업무 현실에서 6.25 남침은 필연이었다. 이후 민주당 정권도 정보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 결과 정보부재의 식물정부가 되어 군사혁명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현대는 정보사회이며 정보 형성에 의하여 국가 발전방향과 성과가 이뤄진다. 정보없는 국가는 이미 국제 대열에 합류할 수 없으며, 따라서 그들은 유수한 정보국가의 속국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대를 외면하는 현정부의 행태는 필경 사고와 발전을 뒤로한 원시사회로의 복귀를 계획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여기에서 대한민국 정보체제 일반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정보업무는 상하조직이 필수이다. 종횡으로 이루어진 조직으로부터 얻어진 작은 티끌이 모아져 큰 덩어리의 정보가 생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큰 덩어리 정보를 일궈내는데는 무엇보다 정보조직 최상층부의 통찰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정보기관에서의 INTERGRATED 기능이 그 만큼 중요함을 반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보조직의 특성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정치권은 필패의 아이콘일 수밖에 없다. 미국 정보업무의 버팀목이었던 CIA가 그 업무의 주요부분을 새롭게 꾸린 DNI(국가정보국)에 넘겨야만 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정보업무의 컨트롤타워가 어느 때보다 시급한 대한민국 현실에서 정보업무를 분산시킨다는 것은 미국의 DNI와 같은 새로운 체제의 정보조직 설립을 전제로 한다. 과연 현 시기 대한민국에서 이의 역할을 어디에서 할 수 있을까, 정보업무 컨트롤타워 역할을 청와대 비서실에서 실제로 수행할 목적이라면 정보독점을 획책한 국정농단의 또 다른 국면이 커다란 문제점으로 될 수 있다. 지난시기의 소위 운동권 일색으로 갖춰진 청와대 비서실 진용이 정보를 독점하여 무엇을 어떻게 펼쳐나가려고 하는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국민들은 긍정적 측면만이 부각되기를 바랄 뿐이다.
작금 국내외 정보부재로 곤혹을 치루는 대한민국이다. 정보만능의 주변 4강은 높은 곳에 앉아서 그들만의 거드름을 세계만방에 표시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보업무 체제의 하향적 탈바꿈은 대한민국을 이내 낭떠러지로 추락시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북녘에서는 通美封南, 미국은 PASSING KOREA로 서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이것이 합쳐지면 바로 북녘이 고대하던 和美滅南으로 직행한다. 핵 국가로 치닫는 북녘이 핵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때 대한민국의 안보는 갈 곳이 어디엔가. 이 시국에 정보독점, 정보왜곡의 기반체제 확립이 웬 말인가. 끝.
이청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