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서로 트위터로도, 페북으로도 서로 친분을 쌓았고, 무엇보다 잠깐이지만 그가 만든 '고발뉴스'의 '고발 리포터'로서도 활동한 바 있는 저로서, 이상호 기자의 MBC 사표 제출은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놀랄 일이 아니라 해도 분노까지 접을 수는 없습니다.
민완기자로서의 탁월함은 둘째치고라도, 무엇보다 기자는 '집념'이 필요합니다. 어떤 사건이 생겼을 때, 그 사건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면 그 의문을 끝까지 추적할 수 있는 것. 그것은 기자가 자기 본분을 다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품성입니다. 아마 제가 끝까지 기자의 길을 가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고 이렇게 공무원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마 제게 부족한 그 품성 때문일겁니다.
그런 면에서, 이상호 기자는 제가 늘 부러워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집념에 그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기자로서의 품성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그것은 '공감'이었습니다. 어떤 사건에 대해 머리로 이해하는 것은 대부분의 기자들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기자가 자기의 생산물에 뉴스 수용자의 분노, 아픔 같은 것들을 함께 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비록 실제로 만난 적은 없다 해도, 그는 그가 취재해 온 뉴스들에 그 공감을 함께 담을 수 있는 사람임을 저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기자는 기사로 말을 하고, 그의 기사는 바로 그런 그의 품성을 기사에 다 담아 냈기 때문입니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약자에 공감할 수 있는 기자. 아마 미국 같았으면 풀리처 상을 몇 번이고 탔을 그 기자가 지금 자기가 몸담았던 조직에 사표를 던지고 나와야 했습니다. 신문사나 방송국은 그 기자들의 소속을 분명히 해 주는 동시에, 바깥에서의 외풍을 막아주는 바람벽이 돼야 합니다. 내 철없던 소시적에 몸담았던 신문사와 방송국들도, 적어도 제게 그 외풍을 막아주는 일만큼은 철저히 했습니다. 규모가 작았어도 그 조직은 제게 바람벽이 됐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름 취재를 철저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가끔은 제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로 기사에 빨간 줄이 그어지기도 했었지만, 일면 받아들일 가치나 혹은 명분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소속사 기자에 대해 '기자가 해야 할 마땅한 일'을 해 왔다는 이유로, 그리고 속내로는 더러운 정치와 힘의 논리에 휘둘려 그 소속 기자 중 가장 실제로 능력있는 사람을 실질적으로는 해고해 버린(형식은 사표라고 하지만) MBC. 스스로 언론사임을 포기한 이 회사의 지금 위상은 시청률 하나로도 금방 드러납니다. 그리고 이런 언론사가 아직도 정권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지금 한국의 실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5.18때 광주 MBC는 불타버렸습니다. 민중이 왜곡보도와 편파보도에 분노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각 지방이 독자적인 채산 운영을 하고 있는 MBC의 광주 방송국은 지금은 그 지역에서 나름 신뢰받고, 가장 공정한 방송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 이유가 뭐겠습니까. 그것은 그들이 민중의 분노를 직접 겪어 보았기 때문입니다.
자기들의 정치적 이익 논리 때문에 소속 기자를 탄압한 MBC. 언론사로 불리우기도 창피해야 마땅할 겁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 이상호 기자를 응원하고, 그를 위해 작지만 손바닥 하나 더 펴서 바람을 막고, 그를 위해 기도하고 내 마음의 촛불을 늘 그를 위해 들 것입니다. 그같은 기자들이 더 많아져야 한국의 이 비정상적인, 언론도 아닌 언론들이 언론의 원래 본령으로 돌아갈 수 있을테니.
이상호 기자님, 늘 응원하고 사랑합니다. 힘내세요.
일곱 시간의 비밀,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믿습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