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공소장 들여다보니… 박근혜-최순실 공모 증거없이 정황만 나열, 고인의 생각까지 추측

검찰이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소한 가운데 한국경제신문은 18일 검찰 공소장을 단독 입수해 분석한 기사를 내놨다.
한경은 해당 기사에서 “공소장에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뇌물수수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공모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 적시가 매우 허술했다”며 “대기업 총수들의 부정한 청탁도 구체적 사실보다는 정황상 판단을 앞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이미 사망한 고인의 생각까지도 추측해 공소장에 넣었다고 비판했다. 사망한 고인의 생각을 어떻게 알 수 있다는 말인가?
또 “이번 싸움은 공모를 입증할 수 있느냐에서 갈릴 것이란 게 법조계의 일관된 분석”이라면서 “검찰이 법정에서 공모와 청탁을 입증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꺼내들지에 관심이 쏠린다”고 덧붙였다.
한경은 검찰 공소장에서 ‘박근혜-최순실’ 공모관계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라며, 공소장을 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어떻게 재단 설립을 공모했는지 정황을 알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공소장 앞 부분에서 검찰은 ‘박근혜는 2015년 7월경 ‘문화융성’이라는 국정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한류 확산, 스포츠 인재 양성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 기업들의 출연금으로 설립하기로 계획했다’고 적고 있어, 사익 추구가 아니라 국정의 일환이었음을 전제했다는 것.
또 그 무렵 박 전 대통령이 최씨에게 ‘재단 운영을 살펴봐달라’고 요구했고 최씨는 재단을 장악하기로 했다고 공소장은 앞 부분에서 썼으며, 공소장 뒤쪽에 가서야 최씨가 2015년 5월께 박 전 대통령에게 ‘대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아 재단을 설립해 출연기업들을 배제하고 함께 운영하자’고 제안했다고 한 줄 적고 있다.
처음에는 국정의 일환으로 재단을 설립하려고 했고, 하지만 재단을 설립한 후에는 사익을 추구하고자 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한경은 “공모한 사람에게 재단 운영을 살펴봐달라고 요구했다는 식이어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은 보다 잘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 액수가 592억 원으로 정해져 기소됐다. 592억 원이나 되는 뇌물을 받은 사람이지만 그에게 몰수 추징해야 할 돈은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특이한 뇌물이다.
검찰 기소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SK에 89억 원의 뇌물을 요구했으나 받지 못했다. 롯데로부터는 70억 원을 받았다가 돌려줬다. 이게 제왕적이라는 대통령의 수뢰 시도가 맞나 싶다. 어쨌든 여기 적용된 박 전 대통령의 정확한 혐의는 제3자 뇌물이다. 제3자는 최순실 씨가 아니라 미르·K스포츠 재단이다.
자신이 마음대로 돈을 꺼내 쓸 수 있는 재단을 만들고 그 재단에 돈을 넣도록 했다면 그것은 직접 받은 뇌물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제3자 뇌물은 한 단계 더 복잡하다. 미르·K스포츠 재단은 박 전 대통령이 아니라 최 씨가 좌지우지했다.
따라서 제3자 뇌물이 성립하려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사이에 경제공동체 관계가 성립하고, 최 씨가 재단의 돈을 개인 용도로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있다는 두 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하지만 경제공동체 관계는 말 자체가 생소하고 재단 출연금 중 실제 사용된 돈도 최 씨가 개인 용도로 마음대로 꺼내 썼다고 보기 어렵다.”
마음대로 돈도 빼내 쓰지 못하고 실제로도 돈을 빼내지 않았던 재단을, 사익 추구를 목적으로 설립했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다.
한경은 또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하기 위해 공모한 내용도 입증 수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라면서 ‘박근혜는 이재용 부회장이 정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이용해 그가 희망하는 방향으로 승계작업 등을 도와주는 대가로 돈을 달라고 요구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부회장에 대해서도 ‘이재용은 요구(재단 출연금)를 들어줄 경우 승계작업 등 현안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박근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심증을 앞세웠다고 말했다.
한경은 “통상 검찰 공소장에 나온 추측성 내용은 법정에서 당사자 진술이나 증거로서 증명돼야 한다”면서 “뇌물죄 법리 요건이 법정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것.
송평인 논설위원은 이 부분도 잘 설명하고 있다.
“검찰의 논리가 억지스럽다는 것은 다음에서 결정적으로 드러난다.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낸 출연금은 모두 774억 원이다. 검찰은 이 중 삼성이 낸 출연금 204억 원만 뇌물로 보고 나머지 570억 원은 뇌물로 보지 않았다.
기업들이 각각의 재력에 비례해 다 같이 출연금을 냈는데 어떤 회사가 낸 돈은 뇌물이고 어떤 회사가 낸 돈은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건 누가 봐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 검찰도 삼성의 출연금이 뇌물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고민을 거듭하다가 앞선 특검의 공소 유지에 혼란을 끼치지 않기 위해 특검의 논리를 따랐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삼성의 출연금 204억 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 원에 SK와 롯데가 요구받은 추가 출연금 159억 원을 더하면 379억 원이 된다. 뇌물 총액 592억 원에서 이 379억 원을 빼면 213억 원이 남는다.
213억 원은 최 씨 딸 정유라를 위한 삼성과 코레스포츠의 후원계약 액수다. 그마저도 실제 지급된 돈은 77억 원이다. 삼성같이 돈 많은 회사가 대통령이 나서 그 회사로서는 가장 중요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도와주겠다는데도 화끈하게 돈을 주지 못하고 이 부회장이 대통령에게 레이저까지 맞을 정도로 우물쭈물했다는 건 우리가 통상 떠올리는 뇌물의 전형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한경은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죄로 엮으려 이미 사망한 고인의 생각까지 추측했다고 비판했다.
한경은 “뇌물공여죄로 불구속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혐의 입증은 더 모호하다”면서 공소장에는 신 회장이 2016년 3월 박 전 대통령을 면담한 뒤 K스포츠에 대한 자금 지원을 이인원 전 롯데그룹 부회장에게 지시한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지시를 받은 이 부회장이 직원들에게 ‘재단에서 사업을 제안할 것인데 잘 살펴보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으로, 이 대목에서 검찰 공소장은 ‘이인원은 위와 같은 요구에 불응할 경우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했다’고 적시했는데, 이 전 부회장은 작년 8월 검찰의 롯데그룹 경영비리 조사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해 심중(心中)을 확인할 수 없는데도 추측을 앞세웠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한경은 “검찰이 롯데 현안을 공소장에 적은 방식은 특검의 방식과 같다는 게 공소장을 본 전문가들의 반응”이라면서 “기업 현안과 재단 출연금의 시기가 맞으면 승계 문제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출연금을 냈다는 논리로, 공소장 내용을 본 한 검찰 출신 대형로펌 변호사는 ‘공소장에 구체적 사실관계를 모두 적는 건 아니라 해도 곳곳에 논리적인 비약이 보인다. 법정에서 치열하게 다퉈야 할 대목이 한가득’이라고 말했다”고 변호사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출처: 프런티어스 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