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최저임금 인상법안의 처리를 요구하면서 이런 연설을 남겼습니다.
"당신이 진짜로 종일 일해서 1년에 1만5천불 벌어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너님이나 그렇게 해보세요. (If you truly believe you could work full-time and support a family on less than $15,000 a year, try it.)"
모든 의사결정에는 순서라는 게 있기 마련입니다. 1단계를 건너뛰고 2단계로 가면 그 의사결정은 망합니다. 최저임금이라는 의사결정을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최소한 얼마를 벌어야 사람답게 살 수 있느냐"입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그 1단계를 건너뛰고 재계의 입장만 반영해 최저임금을 정해왔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지 못한 겁니다.
최저시급 7500원도 과하다고 징징댑니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본 근로시간 주 40시간 일하면 30만원, 1개월에 세전 150만원도 벌지 못합니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연간 근로시간이 1700시간이랍니다. 시급 7500원 받으면 연봉 1300만원도 안 되네요. 묻습니다.
"당신이 진짜로 종일 일해서 1년에 1300만원 벌어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너님이나 그렇게 해보세요."
그러면 보나마나 이렇게 반론하는 자가 있을 겁니다. "누가 1700시간만 일하냐?" "누가 요즘 외벌이로 가족 부양하냐?" 네, OECD 가입국이 OECD 평균만큼만 일하는 것도 판타지라네요. 출산율 낮다고 징징대지만 맞벌이는 의무사항이라네요. 지독하게 낮은 최저임금이 결국 개인을 과로하게 하고 국가를 늙게 합니다. 대신 재벌은 완전 땡큐인 세상이지요. 고쳐야겠지요? 그런데 함께 고치자고 하면 징징대면서 안 되는 이유만 이야기하며 협박을 합니다. 이게 정상입니까?
재벌을 비호하는 언론(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이 오늘 이런 기사를 썼습니다.
“알바월급 167만원, 사장은 186만원” 가게 접겠다는 업주들
최저임금 7500원 시대가 되면 편의점 사장은 월 186만원밖에 못 번다고 장사 접겠다고(=일자리 줄어든다고) 협박하네요. 그런데요. 현행 최저임금으로도 편의점 사장의 수익이 월 232만원입니다. 애당초 과도한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때문에 월 232만원밖에 벌지 못할 때에는 아무 소리 안 하던 친재벌 언론이 갑자기 편의점 사장 걱정을 해줘요.
그런데 이 기사에 의하면, 월 4500만원 매출이 발생해도 인건비를 제외한 비용이 4000만원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인건비 제외한 비용이 매출의 약 90%. 이게 정상입니까? 기업은 바가지를 씌워서 폭리를 취하고, 프랜차이즈 본사는 과도한 수수료를 떼어먹고, 조물주 위의 건물주는 살인적인 임대료로 쥐어짜고, 그래서 매출의 고작 10%를 사장과 알바가 나눠먹어야 되는 이 구조는 정상입니까? 애당초 이런 세상을 누가 만들었습니까? 투기꾼 좋으라고, 재벌들 좋으라고, 헬조선의 기득권이 만든 세상입니다.
그래서 최저임금을 올릴 때 건물주가 임대료 가지고 착취하지 못하도록 단속하고 프랜차이즈 본사가 갑질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필수입니다. 월 4500만원 매출 중 4000만원을 삥뜯기던 것을, 3500만원만 삥뜯기게 하면 설령 최저임금이 인상되어도 사장의 수익은 배 이상으로 늘겠지요. 아주 간단하고 쉬운 해답이 있고, 문재인 정부는 역시나 그 해답을 알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취임 일성으로 투기꾼에게 경고를 날린 김현미 장관, 재벌의 갑질 사냥꾼 김상조 위원장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편의점 사장이 월 186만원만 번다고 걱정에 밤잠을 설치는 친재벌 언론에게 고합니다. 그렇게 걱정되면 임대업자(라고 쓰고 투기꾼이라고 읽는다)와 프랜차이즈 본사, 그 모두를 아우르는 재벌들에게 탐욕을 버리라고 훈계해야 정상이겠지요? 부디 언론이라 불리고 싶다면 "정상"의 길을 가시기 바랍니다. 안 그러니까 니들이 적폐인 건 뭐 하나마나한 소리이고요.
최저임금 올리면 영세업자와 자영업자 망하고, 일자리가 줄어 실업률 폭등하고, 경기가 나빠져 기업도 어려워지고, 물가도 오른다고 경고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요. 오바마가 최저임금 올리겠다고 할 때 미국에서도 그와 똑같은 소리가 나왔습니다. 아주 레파토리가 토시 하나 다르지 않아요. 그래서 오바마가 그 반대꾼들에게 "그러면 너님들이나 그렇게 살라"고 질러버린 겁니다.
미국은 그렇게 최저임금을 올렸습니다. 수년 내에 최저시급 15달러가 현실화됩니다. 수년 사이에 거의 두 배를 올리는 셈이 됩니다. 한국처럼 두 배도 안 올리면서 앓는 소리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생겨야 되지만, 정작 미국에서 지금 자영업자가 줄도산하고 있다는 이야기, 물가가 폭등한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습니다.
독일에서도 작년에 법정최저임금을 도입할 때 이를 반대하면서 토시 하나 다르지 않은 레파토리가 나왔습니다. 그래도 독일은 최저임금을 도입했고, 올 해 독일은 실업률이 더 낮아져 통계적으로 완전 고용 상태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줄어요? 물가가 올라요? 기업이 도산해요? 다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미국과 독일이 증명합니다.
심지어 일본조차도 최저임금 인상은 중차대한 시대적 과제입니다. 아베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붙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자들은 "아베만도 못한 것들"입니다. 반대꾼들의 저주가 담긴 레파토리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최저시급 1만원이 되어도 그 돈으로 인간다운 생활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도 그것조차 해서는 안 된다며 저주를 해대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며 자영업자와 영세사업자를 선동하는 "아베만도 못한 것들"이 그동안 헬조선을 만든 주범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아주 쉬운 결론입니다. 아니라고요? 그러면 너님이나 그렇게 살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