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20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가진 ‘검사와의 대화’ 전날 전국의 평검사들이 서울 서초동에 있는 서울중앙지검 회의실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일선 검사들과 검찰개혁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 ‘검사와의 대화’에 참석했던 간부들이 잇따라 사직했다. 이들은 검사 생활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그날의 대화를 회고하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이완규 부천지청장(56·사법연수원 23기)은 지난 31일 내부통신망에 올린 ‘사직인사’에서 “청와대에서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하면 그 인사를 적절히 하든 적절하지 않게 하든 상관없이 외부적으로 검찰이 청와대 편이라는 인상을 주므로 그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 현재의 상황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인사 제도에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이 지청장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발탁과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좌천 등과 관련해 인사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글을 내부통신망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검찰인사심의위원회와 같은 인사평가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청장은 “2003년도에 고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행했던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여러가지 논란이 있었지만 평검사들이 하고 싶었던 말의 핵심은 여기에 있었고 저도 또한 그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대통령님께서는 ‘그러한 인사심의위원회 제도를 만들려고 검토하고 있다’고 하셨고 저는 그 말씀에 큰 기대를 했었다”면서 “그런데 그 후 이에 대해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대검찰청 연구관이던 이 지청장은 법무부에서 관련자료 요청이 올 것에 대비해 각국 인사위원회 자료를 수집하고 인사심의위원회 법률 초안도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이 지청장은 “이제 또 다시 법률가인 대통령님께서 취임하시고 검찰개혁 사항 중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도 말씀했다”면서 “그래서 저는 다시 그 순진한 기대를 해봤다. 그런데 아직은 기대가 이른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지금은 정권교체기의 혼란기이고 검찰의 인적쇄신이 필요한 시기라는 이유로 청와대 주도로 전례없는 인사도 몇 차례 행해졌다”고 적었다.
이 지청장의 연수원 동기인 김영종 안양지청장(51)도 내부통신망에 남긴 글에서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최초 목격자로 기사에 난 일, 강릉 잠수함 무장공비침투사건 당시 기무부대에서 지낸 일,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에 참여했던 일 등 많은 일들이 기억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어느 기자가 ‘검찰의 봄날은 갔다’고 했지만, 제 기억엔 검찰에 봄날은 없었다”며서 “항상 가장 위기의 순간이라는 얘기밖에 없었다. 검찰의 진정한 봄날을 만드는데 제대로 기여하지 못 한 것이 죄송할 뿐”이라고 언급했다.
김 지청장은 ‘검사와의 대화’에서 노 전 대통령이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사건 청탁 전화를 걸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이쯤 되면 막하자는 거죠”라면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고 이때 대화 분위기가 급속히 냉랭해졌다.
지난 27일 대검찰청 검사급(검사장급) 인사에서 이 지청장과 김 지청장은 모두 검사장급 간부 승진에서 누락됐다. 승진 대상자 12명 중에는 그들의 동기인 연수원 23기가 9명을 차지하며 주축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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