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은 세계적으로 확대 추세인데 한국만 이 흐름을 거스르려 한다.
원전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청정에너지다."
문재인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잠정 중단하자 원전업계와 원자력 관련 학계가 이 같은 논리를 퍼붓듯 쏟아내고 있다. 이런 주장이 사실일까. 경향신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각종 연구보고서로 따져봤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IAEA가 지난 16일까지 집계한 ‘건설 중 원자로’ 수는 61개다. 그러나 그중 3분의 1이 중국(20개)에 몰려 있다. 그 밖에 러시아가 7기, 인도가 6기, 아랍에미리트연합과 미국이 각각 4기를 짓고 있다. 건설 중인 원전 숫자가 많다는 사실 자체를 ‘국제적 대세’로 보는 것은 중국에 의한 ‘착시’일 뿐이다.
영국 석유회사 BP는 지난해 발간한 ‘세계 에너지통계 리뷰’에서 “2016년 원전 전력생산은 전년도에 비해 1.3% 늘었는데 (상승폭의) 28.9%를 중국이 기여했고 이어 러시아가 8%, 한국이 5.3% 기여했다”면서 “스웨덴과 벨기에, 유럽연합(EU)에선 (원전의 전력생산이) 떨어져 이를 상쇄하면서 증가폭이 떨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중국을 원전에만 ‘매달리는’ 국가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제 재생에너지 비영리기구인 ‘REN21’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풍력 발전설비용량에서 중국은 각각 1위에 랭크됐다.
원전업계 일부에서는 일본이 후쿠시마 참사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확대 중이라고 주장한다. 절반만 맞는 얘기다.
일본은 후쿠시마 참사 이후 17기를 영구적으로 정지시켰고 1기는 장기간 정지시켰다. 2015년 센다이 1·2호기를 재가동하고 지난해 미하마 3호기의 수명을 연장했지만 현재 일본의 전력량 가운데 원전 비중은 2.15%에 불과하다. 후쿠시마 참사 전인 2010년 원전 비중(29%)의 10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20년간 세계 원전 비중은 1997년 17.6%를 기록한 후 떨어져 현재 10.7% 수준
전 세계 원전의 전력생산량 추이를 보면 원전업계가 감추고 있는 다른 사실을 말해준다.
IAEA의 ‘원자로 정보 시스템(PRIS·Power Reactor Information System)’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원전을 통해 생산된 전력은 2015년 2441TWh, 지난해에는 2476TWh가량 된다. 조금 오르기는 했지만 지난 20년간의 추이를 보면 ‘정체’에 가깝다.
1997년 이후 원전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뽑아 쓴 시기는 2006년(2660TWh)이었다. 이후 원전의 전력생산량은 감소세로 돌아섰고 잠시 올랐다가 후쿠시마 참사 이후 다시 감소해 2400TWh대를 유지하고 있다. 1TWh는 한 시간 동안 1TW만큼의 전력을 생산한다는 뜻이며 1TW는 100만㎿다.
세계 전력생산량 가운데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감소 후 정체’ 상태다. 국제적인 에너지 컨설턴트인 마이클 슈나이더가 IAEA 정보와 영국 석유회사인 BP의 통계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원전 비중은 1997년 17.6%를 기록한 후 떨어져 현재 10.7% 수준이다.
원전이 국제 인정 청정에너지라고?
원전업계는 원전이 위험성은 있지만 온실가스가 덜 배출돼 국제적으로 ‘청정에너지’로 대접받는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후변화협약(UNFCC)은 원전을 온실가스 감축 대안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원전업계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국원자력연구소가 지난해 3월 펴낸 ‘신기후변화체제와 원자력’ 브리프리포트에는 1997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교토의정서(2020년 만료)를 채택하면서 원자력을 ‘탄소 거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명시돼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친원전 세력들의 엄청난 로비가 있었지만 결국은 핵의 위험성 때문에 인정되지 않은 것”이라면서 “이 같은 결정은 UNFCC가 파리협약을 채택한 이후에도 뒤집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원자력연구소의 보고서는 ‘기후체제’ 차원은 아니지만 유엔의 ‘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가 원전을 “지구온난화 완화 기술 중 하나로 2014년 기술했다”고 밝혔다. ‘원전이 지구온난화 완화 기술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다’는 주장은 이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UNFCC는 전 세계 당사국들이 만든 협약을 의미하며 IPCC는 과학자와 각 정부가 들어오는 ‘기구’로, IPCC의 의견은 UNFCC가 참고만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전을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 UNFCC 안에서도 논쟁이 있었으나 후쿠시마 참사 이후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UNFCC가 명시적으로 원전을 받아들인 적은 이제까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