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사실 마름 이상도 이하도 아닌 마름 그 자체였다.
국방의 ‘신성한’ 의무가 있는 나라에서, 군대를 가지 않아도 장관도 되고 대통령도 되는 이상한 나라, 여당이 상위 10%만을 위한 편향적이고 심각한 위화감을 초래하는 정책을 노골적으로 펼치는데도 그런 여당을 다른 사람도 아닌 서민들이 계속 밀어주는 이상한 나라, 더군다나 전과 20여범의 사기꾼도 ‘경제를 살리겠다’고 주장하면, 그 경제가 과연 누구의 배를 불리는 경제인지도 모르는 체 대통령으로 뽑아주는 정말 이상한 나라의 기득권 세력이 자신의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할 것으로 보이기에 그녀를 내세웠을 뿐이었다.
그들에게는 그녀가 친일 독재자의 딸이라거나, 모든 국정의 실패는 국회와 야당이 잘못해서 그런 것이지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초절정 유체이탈의 마인드 소유자라거나 하는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정말 나라를 팔아먹어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을 절대적 지지층 40%를 묶어두고 선거 때마다 이기기만 하면, 자신들의 금고의 안녕은 지킬 수 있으니까, 게다가 그 금고를 더더욱 배불릴 수 있으니까 마름인 그녀를 떠받들어주는 척 해왔다.
사실 그들에게도 일말의 불안감은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좋아도 다분히 시대착오적이고 비상식적인 마인드의 그녀가 어쩌면 자신들의 미래에 거대한 재앙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막연한 징조를 느끼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날이 실제로 올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설마가 실제로 왔다. 영원불변, 그녀가 있는 이상 절대로 지지를 거두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절대 지지층에 균열이 생겼다.
이 균열은 왜 생긴 것일까.
모두들 말한다. 그녀의 독선과 불통, 고집, 오만이 첫째 이유요, 여당의 저질 파벌 싸움과 국민은 안중에 없는 패권 다툼이 둘째라고. 대부분 동의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들이 그녀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딴 맘을 먹기 시작한 더 큰 이유, 그것은 바로 그들의 금고의 안녕을 걱정하기 시작한 데 있다. 다시 말해 이대로 더 가다간 자신들의 금고를 지켜주고 더 채워줘야 할 그녀와 그녀의 친위집단의 몰락이 확실하기에, 더 이상 늦기 전에 대안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테면 철수에 대한 지지도 그런 대안 모색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실정치는 선이나 차선을 찾는 행위가 아니라 상당수 경우 차악이나 차차악을 찾는 행위가 된다. 그러므로 ‘친자본 패권주의자’들이 분배를 더 늘려야하고, 노동자들의 권익을 더 챙겨야하는, 더 불편하고 더 버거운 집단이 여당이 되기보다는 덜 불편하고 덜 버거운 집단이 여당이 되는 쪽으로 모색을 해본 시도가 이번 선거의 결과다.
조-중-동-문 기레기들이 하루아침에 돌변해서 사설이나 칼럼 등으로 그녀를 패대기치듯 난도질 한 것은 이런 움직임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들의 돌변은 민심을 무서워해서도, 선거 결과가 두려워서도 아니다. 이대로 가다간 그들의 이익을 보장받지 못한 채 또 다시 저 ‘잃어버린 10년’을 겪을까봐 두려운 거의 패닉에 가까운 공포가 그녀를 펜으로 난자하게 만든 것이다. 언론 권력들은 현재의 여권에서 더 이상 싹수 있는 대권주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언제 그랬냐는 듯 야당에 대해 추파를 던지고 용비어천가를 부르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은 항상 그래왔다.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그녀가 마름에서도 내려와야 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머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 자신이 마름이 아니라고 생각했을까? 자신의 지지자들이 자신을 진정으로 떠받들었다고 생각했을까? 자본주의에서 마름의 운명은 언제라도 잘릴 수 있다는 사실을 진짜 몰랐을까? 그녀가 그렇게 추구하고자 했던 노동개악, 노동자들을 자본주가 마음먹은 대로 너무나 손쉽고 편리하게 자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결국은 마름이라는 자신의 처지에게도 해당되는 사안이란 사실을 정녕 몰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