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깨어있는 시민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 사회는 친노동 친기업이 되어야 한다. 기업과 노동이 상생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우리나라가 진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다름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시민 대통령은 “새로운 성장 출구는 북한”이고 “안보 리스크를 넘어서면 우리는 새로운 기회와 만날 수 있다”라는 말도 했다. 딱 맞는 말이다.
그러나 햇볕정책을 계승하는 ‘달빛정책’은 어떤 과정을 거치든 다시 북한과 교류 협력을 재개하고 평화의 길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리하여 좋은 일자리-성장-분배-복지-평화의 바퀴들이 선순환하는 평화복지국가의 새 길을 열어야 한다. 난마처럼 얽혀 있는 오늘의 우리 상황에서 어떻게 기업과 노동이 상생하는 세상으로 갈 수 있을까. 어떻게 북핵 문제를 극복하고 사드 궁지를 뛰어넘어 남북이 평화와 공동번영의 새 길로 갈 수 있나.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의 진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재인 경제팀은 진보개혁 성향의 교수 출신과 정통 관료 출신의 두 축이 결합된 모양새다. 많은 경우에 그렇지만 이질적 성격의 두 그룹 간 이종교배가 어떻게 조화를 이뤄내느냐, 학자그룹의 진취적 개혁성향과 관료그룹의 현실적 경제운용 능력이 어떻게 시너지를 내느냐에 따라 문재인 경제정책의 실력과 성패가 크게 좌우될 것 같다.
장하성(정책실장), 김상조(공정위원장), 홍장표(경제수석) 등으로 대표되는 신진 교수그룹은 불안정 노동자, 중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에 힘을 실어 줌으로써, 분배구조나 권력구조에서 진작 정글자본주의로 타락한 오늘 우리 경제의 불평등, 불공정 구조를 개선하고 재벌과 부자가 갑질하고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공정한 경쟁과 협력에 기반을 둬 ‘더불어 성장’하는 포용적 자본주의를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다. 적어도 그렇게 기대가 된다. 특히 홍장표 수석은 잘 알려진 대로 문재인 정부가 국정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소득주도성장론의 이론적, 실증적 토대를 제공한 사람이다.
한편 김동연(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진표(일자리위원장), 반장식(일자리 수석), 최종구(금융위원장) 등 경제 관료들은 어떻게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는, 공급 측면에서 새로운 경쟁력 또는 성장동력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관료들이란 체질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예컨대 경제컨트롤타워 역할을 장악한 김동연 부총리를 보라. 이 사람은 노무현 정부 말기 변양균 장관 아래 ‘비전 2030’ 실무작업을 총괄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기재부 차관 등을 지내며 4대강 사업 추진에 앞장섰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무조정실장 등 요직을 맡았다. 그는 4대강 사업이 적폐가 아니라고 말했다. 취임사에서도 소득주도성장이나 더불어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교묘하게 피해 나갔다.
그런데 문재인 1기 경제팀에 발탁된 주요 관료들이 ‘변양균 라인’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변양균은 참여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고 ‘비전 2030’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이라는 책도 써냈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전 변양균 장관의 지휘 아래 ‘비전 2030’ 실무작업을 총괄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경제관료들의 사고를 알려면 변양균의 생각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가 최근 내놓은 <경제철학의 전환>이라는 책을 들춰 봤다. 쓰레기 같은 책들이 많다. 그러나 이 책은 달랐다. 뚜렷한 주견을 가지고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할 대안적 성장철학을 제시하고 있다. 슘페터적 성장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실천방법으로서 네가지 자유(노동, 토지, 투자, 왕래)를 제시하고 있다. 가히 전방위적인 혁명적 규제완화론이다. 그러나 단지 규제완화만은 아니고 국민기본수요의 충족 등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조건 또는 패키지딜을 제시한다. 그런 면에서 슘페터적 이윤주도성장론의 우위 아래 케인스적 소득주도성장론의 요소를 집어넣고 있다고 하겠다.
슘페터적 이윤주도성장론의 주도 아래 소득주도성장론의 요소를 끌어들인 변양균의 사고는 문재인 경제관료들의 생각이 어떤 것일지 암시해 주고 있다. 여기에는 대자본의 폭주에 대항해 민주적 견제·감시력, 이에 기반을 둔 집단적 교섭력을 세운다는 사고는 찾아볼 수 없다. 혁명적 규제완화와 맞교환할 패키지딜이 어떻게 현실화되고 구성될 수 있을지에 대한 사고도 취약하다.
문재인 경제의 교수그룹이 반드시 관료그룹과 ‘건강한 긴장’을 유지해야만 하는 이유다. 잘못하면 말려든다. 게다가 지금까지 알려진 소득주도성장론 연구는 임금이 수요변수인 동시에 비용변수이며 투자가 이윤과 연계되어 있는 한국의 구체적 조건에 둔감하다는 내부적 취약점도 안고 있다. 앞으로 우리의 구체적 조건에 착근된 튼튼한 연구와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J노믹스’란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아직 갈 길이 먼 미완의 물건이다.

















이전글 :
다음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