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한 한 카톡방에 한 친구가 ‘재미로 알아보는 대선주자 궁합 테스트’라는 사이트를 올렸다. “나와 찰떡 궁합을 자랑하는 차기 대선 후보는 과연 누구일까?”를 설문형식으로 자가진단하는 사이트였다. 12명이 가입한 이 카톡방은 강력한 문재인 지지자들만 모인 방이다.
설문은,
1970년대 대학생이라면 어떻게 학창시절을 보내시겠습니까?
당신의 좌우명은?
10대 청소년 중 가장 호감이 가는 유형은?
위기에 빠진 한국사회에 가장 시급한 리더십 유형은?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12·28 한일 양국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처리 방안은?
한국 사회 차기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이 시대 청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30대의 삶은?
등의 질문에 대해 미리 마련된 여러 개 답변들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재미로 알아보는 테스트’라고 했지만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꽤 심도 있게 답변자의 정치성향을 알아볼 수 있게 마련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문재인 지지자가 분명한 내가 조사 결과 이재명 찰떡 궁합으로 나온다. 더 놀라운 것은 카톡방 다른 친구들 5~6명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징징 우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한 명만 문재인, 또 한 명은 두 번 하고서야 문재인, 다른 이들은 해 봤는지 안 해 봤는지 반응이 없다)
더 더 놀란 것은 내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두 번, 세 번을 거듭해도 여전히 이재명과 찰떡 궁합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와 내 동료들이 지금 이재명 지지자로 변신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왜 그럴까. 아마도 그에 대한 답변 속에 문재인 지지율은 계속 올라가는 추세인 반면 이재명 지지율은 답보 내지는 하향곡선을 그리는 이유가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이유(정치성향은 이재명이면서도 실제 문재인을 지지하는 이유)를 짐작하기 때문에 작금의 상황이 굉장히 우려스럽다. 바라건대 이재명의 지지율은 계속 올라가야만 한다.
이재명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의 ‘키맨’이기 때문이다.
그는 실현성 여부와는 별도로, 현재 한국의 미래세대가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회개혁의 방향을 제시해 젊은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민주개혁진보세력에게 동력을 제공했다. 그 불길이 활활 타오르지 못하고 스스로 소멸해 버리거나 엉뚱한 것을 태워버리면 그만큼 정권교체는 어려워질 것이다.
나는 그가 문재인의 페이스메이커(안철수와는 질이 다른)가 돼도 좋고, 끝내 문재인을 극복해 통합 야당 후보로 나서도 좋다. 그때가 되면 내가 이재명 지지자가 되지 않을 리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박원순 시장이 후보직을 사퇴하자 그에 대한 상찬의 말들이 쏟아지지만, 나는 그가 “문재인도 청산대상”이라고 한 말 한마디가 결정적으로 화를 자초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가 그런 극언을 하게 된 배경에는 다급한 심정의 참모들, 박 시장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열성 지지자들이 만들어낸 분위기 탓도 있었다고 믿는다.
이재명의 경우도 그런 우려가 있다. (이건 문재인 쪽도 마찬가지이지만, 쫓기는 쪽보다 쫓는 쪽에 도발의 가능성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런 우려가 깊어가는 판에 최근 이재명 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약한 유방 군대가 강한 항우 군대를 왜 이겼는지 생각해야」 글을 읽고 적이 안심이 됐다.
그는 이 글에서 지지자들에게 “민주당 경선에서 우리는 경쟁하되 전쟁하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당부하면서 경선 과정에서 예의와 품격을 지켜 줄 것을 강조했다. “지든 이기든 우리는 함께 의지하고 가야할 동지이자 전우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다. 이재명 지지자 뿐 아니라 문재인 지지자, 안희정 지지자들도 그런 정신으로 가야만, 누가 주인공이 되든, 정권교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서로가 상대방을 씹어 돌려서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아무리 힘을 합쳐 봐야(합쳐지지도 않겠지만) 저 막강한 수구세력을 꺾고 정권을 탈환해 올 수는 없을 것이다.
각자의 강점이 합쳐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재명 시장은 자신과 정치성향이 찰떡 궁합이면서도 “과연 이 시장의 경험과 주변의 인물과 조직으로 저 사이다같은 공약들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라고 회의하는, 나 같은 인물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민주시민들은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재명 시장은 정권교체의 키맨일 뿐 아니라 정권교체 후에도 가장 바람직한 정치 경제 사회개혁을 향한 가장 강력한 동력을 제공해야 할 인물이다.
이재명,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