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호남민심의 정의부터 내리고 시작하지요. 이른바 호남 민심이라는 것을 말할 때, 호남민은 호남
거주민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수도권 호남민들 까지를 같이 포괄하는 의미로쓰이는데요. 호남 표심의
정의를 이렇게 전제하고나서 호남민들의 전체적인 선택이 어떠했는가를 살펴보자면,
지역으로서의 호남, 즉 광주전남 전북전주에서는 국민당에 몰빵해주다시피 했지만 수도권 호남 민심은
더민주에 몰빵이란 말이죠. 아시겠지만 대선이든 총선이든 과거 선거에서의 호남민심은 지역호남민과
수도권 호남민들의 선택이 거의 같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분명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엇갈린 선택이
나왔단 말입니다. 이게 그저 단순한 우연이었을까요?
전 이게 우연이 아니라 더민주에 대한 호남 민심의 정신차리라는 준엄한 채찍질이자 경고라고 생각하는
거죠... 예컨대 이런겁니다.
호남민들의 정서는 '새누리는 죽어도 안됀다'가 기본 전제입니다.
그러면 새누리는 죽어도 안되니 더민주를 찍을까요? 물론 여지껏은 그래왔어요... 왜냐 기권밖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으니까요. 물론 기권을 해도 양당 대결구도에선 상대당에 반사이익을 던져주는 것이니 기권
조차도 맘대로 못했죠....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을 해줘왔단 말입니다.
근데 그러나보니,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고, 아 요넘들이 배가 쳐 불러서 아주 배짱으로 나온단
말입니다. 니네 어차피 우리 아니면 찍을데도 없자나? 이렇게 말이에요. 그래서 정신좀 차리라고 아주
따끔하게 혼을 내주려고 별러왔는데 그러던 차에... 국민의당이 등장해요. 가만보니 이걸 잘 이용하기만
하면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버릴수 있겠단 말이죠.
자 다시 언급하지만 광전전북에 상주하는 호남 유권자 다 합쳐도 300만을 상회하거나 미달하는 수준입니다.
수도권 상주 호남유권자는 600~800만 수준입니다. 때문에 광전.전북 지역에서 국민의당에 몰빵해주고
수도권에서는 더민주에 몰빵해주면... 새누리한테는 엿을 먹이고 더민주에게는 강력한 경고의 메세지를
보내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수 있다는거죠.
그리고 결과가 그렇게 나왔어요.
이게 바로 전략적인 교차 선택이라는겁니다... 국민의당보다는 더민주가 우리의 적자이지만 요놈이 맨날
투정만 부리고 떼쓰면서 밥을 안먹으니... 너 요놈 그렇게 떼쓰고 밥 안먹으면 옆집 개 (국민당) 줘버리고
앞으로 다시는 밥 안준다는 식으로... 더민주를 좀 더 야당다운 야당으로 각성시키기 위해서 맘에는 안들지만
그래도 새누리는 아닌 국민의당을 뽑아주는 것...
이게 호남민심의 전략적 교차 선택이라고 저는 논평을 하는겁니다.
그래서 요번 선거의 호남 민심에 대한 평가는... 자민련을 지지했던 지역기반 패권주의와 같은 발로에서가
아니라, 더민주를 더 야당다운 야당으로 각성시키기 위한 고도의 이이제이와 같은 정치행위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더민주는 오랑캐가 아니니 이이제이가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어쨌든 국민당을 이용해서 새누리도
발라버리고 더민주도 각성시키는 일종의 꽂놀이패를 쓴거라는 것이고요, 이같은 맥락에서 파악해보면
문재인이 과연 호남 민심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고 평가하는게 타당한가요?
문재인이 호남에 가서, "호남에서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면 저는 정치를 안하겠습니다. 대선 출마도 포기
하겠습니다" 라고 발언했을 때 그 호남의 지지는 단지 광주전남과 전주전북만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리라고
여기십니까?
천만에요 저를 혼내시는건 달게 받겠지만 그래도 새누리당은 꺽어주십시요 하는 요청이었고, 호남민들은
전략적 교차 선택으로 그 요청에 부응한겁니다. 그래서 호남 민심은 위대합니다. 당장 한치의 앞만 보자면
더민주가 얻어야 할 의석을 국민의당이 가로챈 것으로 보여서 더민주 지지자들께선 화나고 열받겠지마는
어차피 국민의당의 존망은 더민주의 행보에 달려있다는 것은 피할수 없는 숙명입니다.
한치앞이 아니라 서너걸음 멀리보면 호남민들의 선택을 옳았고 위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