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양공사 통합은 구의역 사고 관련 시민안전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지난 8월25일 서울시장님을 비롯한 각개 인사들이 참석한 구의역 사고 관련 시민조사위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날 조사위의 발표에서는 그동안 구의역 사고와 관련되어 쏟아져 나왔던 많은 원인들과 대책들이 재차 다시 한 번 소개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존 언론을 통해 소개되었던 내용들과 달리 이번 조사위의 발표에서는 지하철 분야의 전반적인 대책의 일환으로 무임승차 보전 문제가 소개되었고, 안전을 위한 연장운행에 대한 재검토도 소개되었습니다. 그리고 강요된 정시운행에 따른 장애 시 발생할 수 있는 종사자들의 사고위험, 지금보단 좀 더 성숙된 시민들의 자세 요구 등 매우 고무적인 내용들 또한 소개되어 환영할 보고서였습니다.
그러나 지하철 안전인력 부족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일 수밖에 없는 양공사 통합을 안전대책으로 소개하는 모순된 진단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양공사 통합에 대한 냉정한 진단은 매우 부족했습니다. 지난 날 통합을 맹목적으로 주장한 단체와 별반 다르지 않는 피상적 모습에 집착한 결론이 짙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양공사 통합이 구의역 사고 관련 안전 대책이 될 수 없는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1. 중복인력 논리는 결과적으로 구조조정입니다.
지난 날 양공사 통합이 무산된 것은 정원을 축소한 구조조정이 강요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도 지난 날 주장과 같은 본사중복인력 논리를 내세우면서 통합을 통해 본사인력을 줄이고, 현장인력을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정원에 대한 명확한 지적은 없습니다. 통합 시 1200명 정원을 줄인다는 것은 본사인력만 포함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관할하는 노선이 명확하게 다른데 이를 중복인력이라 간주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발상과 다름없습니다. 구의역 사고가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한 안전인력 무시, 심각한 외주화, 구조조정 때문이라면서 이와 궤를 같이 하는 중복인력 논리를 내세우는 시민조사위의 모순은 심각한 오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거 이명박, 오세훈 시장 또한 지하철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마다 내세운 것이 중복인력이었고 효율화였습니다. 그런데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중복인력은 그와 다르다고 한다면 이는 진영논리에 빠진 모순된 주장에 불과합니다.
만약 1~4호선을 관할하는 본사인력이 5~8호선도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이라 간주한다면 왜 서울시는 구를 통폐합하지 않습니까? 서초구 강남구도 통폐합해서 중복되는 구청 인력을 줄이고 효율화를 높여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상 중복인력이란 지하철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통합 시 사업다각화와 규모의 경제를 키우기 위해 해외사업 등 지하철 사업 범위를 넓힐 수 있다면서 줄어든 본사인력으로 어떻게 감당할지 조사위에 되묻고 싶습니다. 결국 본사인력을 줄여 현장인력을 증원해도 시간이 지나면 가중된 본사업무를 채우기 위해 현장에서 차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정원이 축소되는 이상 중복된 본사인력이란 논리는 의미가 없는 허수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줄어든 본사인력에 따른 가중된 업무는 정책적 휴먼에러에 의한 안전사고의 위험도 존재합니다.
이처럼 중복인력의 내면에 감춰진 실체를 꼬집지 못한 조사위의 분석은 올바른 진단이 되지 못합니다. 도철의 심각한 신호인력의 부족으로 도시철도가 신호유지보수가 되지 못해 사고의 위험에 직면했다고 주장하면서, 이와 상충되는 논리가 어째서 안전대책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2. 시민안전에 기여하는 통합공사의 통일된 시스템 관리에 대한 허구성.
시민조사위는 양공사 통합이 통일된 시스템으로 더 체계적인 관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 소개합니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인 진단이 되지 못합니다. 서울메트로는 1~4호선을 운영하는 기관입니다. 그리고 1,3,4호선은 노선을 철도공사와 함께 공유하고 있습니다. 철도공사와 노선을 함께 공유하고 있어 전력계통과 신호계통이 통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력계통은 AC22000V, DC1500V가 교차되고 있으며, 신호시스템은 ATS, ATC, ATO 3가지 시스템으로 혼재되어 있습니다. 전력계통의 교차구간에 의해 발생되는 시민들의 불편함, 상이한 신호시스템은 도철과 통합한다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이를 통일된 관리를 하려면 사실 도철보다는 철도공사와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신호시스템만 보더라도 도철과 달리 3가지 방식으로 혼재되어 있는데, 이거을 통일된 체계로 개선하려면 단지 신호시스템만 개량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철도차량까지 함께 연동돼야 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노선을 공유하는 철동공사와의 유기적인 협조와 연계가 불가피합니다. 그래서 서울메트로의 기술적 시스템을 아는 철도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통일된 시스템을 위한 진정한 통합은 도철보다 철도공사와의 통합이 급선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역사 또한 1호선 같은 경우는 같은 서울시 안의 노선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역~청량리역은 서울메트로, 나머지는 철도공사가 운영하는 혼재된 환경으로 인해 통일된 관리가 현실적으로 힘든 게 사실입니다. 이 문제 또한 관할기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도철과 통합한다 해서 통일된 관리가 되기는 요원할 것입니다.
반면 도철은 5~8호선 전 노선을 도시철도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호시스템 및 전력계통, 역사 역시 하나로 통일된 채 운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도철 노선만 본다면 통일된 관리체계의 시스템 개량이 얼마든지 가능한 환경입니다.
이런 시스템적인 차이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부족한 시민조사위의 보고는 단지 서울시 산하 기관의 통합이라는 피상적 모습의 결론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무리한 시스템적인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위험 또한 다분한 것이 현재 지하철 상황입니다.
3. 과도한 통합비용 발생. 이에 따른 혈세낭비의 위험에 대한 보고생략.
시민조사위는 통합을 해서 통합관제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민안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틀린 주장은 아닙니다. 하지만 통합관제 구축비용에 대해서는 소개하지 않습니다. 1800억 원에 육박하는 통합관제 구축비용 그리고 통합 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기타 제반비용 등은 경영효율화에 기여한다는 통합공사의 명분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누적적자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가 이런 비용발생으로 인해 오히려 누적적자를 더 가중시킬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만약 시민안전을 기여하기 위해서라면 차라리 통합비용에 소요될 비용을 양공사 안전예산에 투입시켜 안전예산을 증액시키는 것이 더 합리적인 시정이 될 것입니다.
통합관제 또한 통합공사를 통해 무리하게 진행할 것이 아니라 일단 도철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각한 수준으로 노후화된 메트로 관제설비부터 우선적으로 개량해서 안전한 관제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입니다. 서울메트로 관제설비를 개량하는 비용은 통합관제 구축의 1/10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재 서울시는 통합관제를 이유로 메트로 관제설비에 대한 예산지원을 늦추고 있으며 통합공사 논의 때는 통합공사를 이유로 예산지원을 또다시 중단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시민안전과 직결된 양공사의 시스템적인 현황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진단은 생략된 채, 단지 피상적 모습에 집중한 안전대책으로 양공사 통합을 내세운 것이 이번 조사위의 보고입니다.
4. 통합공사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키운다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의 보고서.
시민조사위는 통합공사 설립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키워 이바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난날 통합공사 논리의 근거에서 단 한 치도 달라지지 않은 궁색한 주장입니다. 과거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라 각종 분야 외주화, 민영화를 단행한 정책입안자들도 그 당시 주장한 것은 규모의 경제였습니다. 외주, 민영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키워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와 별반 차이 없는 명분이 어째서 통합공사의 이유가 다시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보고서였습니다. 공동발주 등과 같은 통합 시 나타날 수 있는 이점은 지금도 양공사 협업단계에서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쪽 측면만 강조한 시민조사위의 분석은 공정하지 못한 진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5. 양공사 경영현황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선결조건 없이 통합할 경우 발생할 경영악화에 대한 보고생략.
이번 보고에서는 지하철 경영개선을 위해 무임승차보전에 대한 올바른 진단과 소개가 있었지만 통합공사 논리와 연계된 소개는 생략되었습니다. 지하철 누적적자의 핵심은 무임승차에 기인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양 공사의 누적적자는 무임승차보전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절대 적자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이는 지난 구의역 사고 이후 박시장님도 언론을 통해 피력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난날 통합공사 추진 시에도 그리고 이번 시민조사위의 발표에서도 통합공사의 필수 선결조건인 무임승차보전 해결에 대한 국민적 환기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통합공사와 연계된 무임승차 문제에 있어 심각한 현황은 그 어떤 분석과 주장도 없었습니다.
현재 무임승차 보전 없이 현 요금으로만 10년 간 운영 시에는 서울메트로의 부체비율은 300%가 예상되고, 도시철도는 1230%가 예상됩니다. 이런 경영 상태와 미래에 대한 냉정한 분석 없이 단지 통합공사로 효율성을 높이고, 중복비용을 줄인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단지 피상적인 모습에만 집착한 결론일 뿐입니다.
이번 구의역 사고는 철회와 같이 무산된 양공사 통합과는 아무런 하등의 관계가 없습니다. 사고로 인해 타격받은 정치적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이미 끝난 정책인 양공사 통합을 아무런 선결조건의 완료도 없이 다시 재주친 한다면 이는 제2의, 제3의 구의역 사고만 잉태할 것이 자명합니다. 시민을 위한 양공사 통합을 추진하려면 무엇보다 필수적인 선결조건이 담보돼야만 합니다.
1.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무임승차보전이 정책적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한국사회가 저성장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이 명확한데,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 없이는 지하철 경영의 안정화를 확신할 수 없습니다. 철도공사는 무임승차보전을 매년 40%~70%를 보전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메트로와 도철은 단 한 푼도 보전 받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대한 명확한 해결 없이는 양공사 통합은 불가합니다.
2. 정원축소 없이 충분한 안전인력을 확보한 통합이어야 합니다.
중복인력은 없습니다. 오히려 부족한 안전인력만이 존재합니다. 사고가 나지 않으면 안전인력이 무시되고, 사고가 나면 그제야 안전을 따지는 이런 잘못된 풍토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도철이 스크린도어를 직영화한 것은 2008년 당시 서울메트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최신시스템이고 현저히 낮은 장애률에 의한 기술분야의 안전인력이 무시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도철은 기술인력이 통폐합되고 구조조정이 뒤따르자 도철 신호인력들의 자구책 차원에서 스크린도어를 직영화한 배경이 있습니다. 그러나 부실공사로 야기되는 빈번한 스크린도어 장애 때문에 도철 신호인력은 절대 다수가 스크린도어 업무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족한 인력으로 신호분야 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심각한 사고위험에 직면한 것이 도철 노동자들이 토로하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정원이 축소되고 중복인력이 허락되는 통합은 구조조정일 뿐이고, 차후 또다시 이런 저런 이유로 종사자들의 생존권은 물론 시민안전을 위협할 것이 자명합니다.
3. 안전예산 삭감 없는 통합이어야 합니다.
양공사 통합이 근본적으로 현재 투입되는 양공사의 예산을 줄이기 위해 시작되는 이상 이는 시민을 위한 성공적인 통합이 될 수 없습니다. 비용절감을 이유로 안전예산이 삭감될 것이 불 보듯 뻔히 보이는 현재의 통합논리는 철회돼야 마땅합니다.
4. 상이한 기술적 시스템의 이해가 담보되는 통합이어야 합니다.
양공사의 확연하게 다른 기술적 시스템의 차이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이를 통일하기 위해 무리한 과정을 진행하기보다는 시스템 통일을 위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과학적 검토와 점진적인 준비단계를 통해 개선될 수 있게 해야만 합니다. 단지 통합을 통해 통일된 관리가 가능하다는 근시안적인 접근은 위험합니다. 따라서 통일된 시스템 관리를 위해 통합해야한다는 논리는 현실적으로 가능할 때에만 내세워야 합니다. 예컨대 도철과 통일된 시스템을 원한다면 서울메트로의 전 노선의 시스템이 개량될 수 있게 철도공사와의 협조와 지원을 약속받아야만 합니다. 통일된 시스템 확보를 위한 준비가 완료되었을 때 통합을 논의해야만 합니다.
5. 철도전문가, 시민사회, 정계 , 노동계, 학계, 정부 등 다양한 계층의 의견이 수렴되고 충분한 토론이 선행된 통합이어야 합니다.
지난날 통합논의는 요식행위에만 치우쳤고 졸속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통합논의를 위한 시민공청회 1회, 시민질의 응답시간 15분이 모든 걸 설명해줍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낸 통합결정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무엇보다 공공기관 통폐합 정책이 정치인의 치적 쌓기 정치선전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공공기관은 시민의 재산이고 우리 모두의 공공재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단지 대권을 위한 실적 쌓기 선전 목적으로 악용된다면 이미 본연의 목적을 잃은 정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전시행정이 끼친 심각한 폐해를 경험으로 봐왔습니다.
자고로 인도 성인 마하트마 간디는 철학 없는 정치는 경계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국가를 망하게 하는 제일 첫 번째는 철학 없는 정치라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명언입니다.
단지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 정치. 선전을 위한 그리고 치부를 덮기 위한 눈가림으로 공공기관이 악용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긴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